▲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 참여를 선언한 4개 업체.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중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롯데가 포기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이 다시 시장에 나오자 주요 유통 업체들은 즉시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종 경쟁 구도는 롯데(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신세계DF), 두산 등 4개 업체로 압축됐다. 최근 중국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은 다시 업계의 ‘황금열쇠’로 급부상하면서 각 업체들의 치열한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업체는 어떤 업체일까? 

왜 다시 인천공항 T1인가 

업계에서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기준 지난해 국내 면세점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순위는 롯데(41.9%)가 1위, 그리고 신라(23.9%)와 신세계(12.7%)가 2,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기간 국내 면세점의 총 매출액은 약 14조원을 기록했다. 인천공항 T1 사업권 매출은 9000억원으로 면세점 전체 매출의 약 6.4%에 해당한다.

면세점 사업은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로 긴 침체기를 겪었다. 특히 중국의 ‘보복 타깃’이 된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5조4539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6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99.3% 감소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끝내 위약금 1870억원(사업 마지막 연도 최소보장액의 25%)을 내놓으면서 인천공항 T1 사업권을 포기한다. 이 기간 다른 면세점들의 상황도 롯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의 상황이 지속됐다면 인천공항일고 할지라도 그렇게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었겠지만,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인천공항은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지난달 20일 인천공항이 개최한 면세점 사업권 입찰 설명회에는 국내외 9개 유통업체들이 참석하며 관심을 보였고 실제 경쟁 입찰에는 4개 업체(롯데·호텔신라· 신세계·두산)만 참여했다.   

승부는 ‘가격’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면세점 사업권 획득 평가 기준은 사업제안평가점수(60점), 가격평가점수(40점)를 합산한 100점 만점 점수다. 사업제안평가점수는 업체가 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며 가격평가점수는 연 단위로 인천공항에 얼마의 임대료를 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후자는 제안 가격이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점수를 토대로 인천공항은 두 개(DF1+DF8, DF5) 사업구역 사업자를 선정한다. DF1은 면세점 최고의 수익 품목인 향수·화장품을, DF5는 패션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구역이다. DF8은 비행기 탑승구가 있는 탑승동으로 다른 지역들에 비해 수익성이 가장 낮은 구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권 입찰을 신청한 4개 업체들은 모두 국내에서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기에 사업 제안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며 “4개 업체의 제안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면 결국 사업권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은 ‘임대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신세계 ‘유리’, 롯데·두산 ‘불리’

경쟁 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은 언제나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정황으로 따져보면 각 업체들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점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롯데나 두산은 불리하고 호텔신라와 신세계는 유리하다. 

우선 롯데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업을 포기했다. 지난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는 최종 평가 점수 2위인 호텔신라가 써 낸 임대료보다 2배가 높은 연 8000억원의 임대료를 써 냈다. 그러나 롯데는 3년의 사업 기간(1년차 5000억원, 2년차 5500억원, 3년차 7700억원) 동안 단 한 번도 약속된 연 8000억원의 임대료를 제대로 내지 못했고, 여기에 중국의 보복이 더해지자 더 이상 사업 운영을 못 할 지경에 이르러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공항 면세점 사업자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업을 포기한 것은 롯데가 최초다. 이는 면세점 사업제안평가점수의 ‘최근 3년 계약을 해지한 일이 있는가’를 묻는 항목에서 100% 감점 사유다, 여기에 만약 인천공항이 롯데를 다시 사업자로 선정하면 다른 업체들이 불리한 조건을 개선할 목적으로 사업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이것 역시 문제가 된다.

두산은 결정적으로 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업제안평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현재 시내면세점 한 곳의 운영이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공항까지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다. 

반면, 호텔신라와 신세계는 앞선 두 업체들과 비교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 그리고 두 업체 모두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권을 중도에 포기한 적도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운영 역량에서는 호텔신라가 신세계보다는 다소 앞서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8일 싱가포르 마리나배이샌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8 DFNI 아시아 어워즈’에서 인천국제공항··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의 면세점 운영능력으로 ‘올해의 공항면세점’에 선정됐다. 다만,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 공항 내 점유율 50%를 넘는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우려하는 의견이 있는 것은 호텔신라에게 다소 불리한 점이다.  

물론 경쟁 입찰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확률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주인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사업자는 다음 달 내에 결정된다. 인천공항공사는 24일 각 업체의 제안서를 접수받고 이르면 오는 30일이나 다음달 1일 관세청에 복수의 사업자 후보군 명단을 전달한다. 이후 관세청은 6월 중 사업권 최종 낙찰 대상자를 인천공항에 통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