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넉달째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마의 벽'인 3%대를 돌파한 데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이익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2월 조정장을 힘겹게 이겨낸 최근 코스피도 2500선을 넘지못하고 등락을 반복하며 횡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국내 증시에 주는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하반기 대내외 요인의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외국인의 복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6458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코스피에서 4개월째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 1월 1조9756억원을 사들이며 매수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 상승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2월에는 한 달간 1조5611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어 3월에는 5970억원, 4월에도 1조2509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외국인 자금이탈로 코스피 지수 역시 1월에는 2500선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지만 2월부터는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해 2300선까지 주저앉았다. 최근에도 2500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2400선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외국인이 매도한 종목 상위권에는 2017년 국내 증시의 주도주로 꼽혔던 IT와 바이오주도 포함됐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에 대한 순매도 금액은 5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대건설과 현대로템 등도 외국인 매도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꼽히며 지난달부터 급등세를 보였던 종목이다. 남북경협주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의 선호주로 떠올랐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차익실현의 타겟이 됐다.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달러강세로 인한 신흥국 위기설과 함께 국내 증시에 대한 이익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한 데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의 주도주였던 IT와 바이오주의 2차 이익 추정치가 조정되고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본격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이 경기 개선세를 확인하면서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가 3%대를 다시 돌파하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유출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급격한 자본유출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올 들어 4개월간 10% 이상 급락했으며 터키 리라화도 금리인상 직전까지 28% 평가 절하됐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데 이어 대(對)이란 경제제재까지 결정했다.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글로벌 원유공급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중국 A주 234개사의 ‘MSCI (신흥국 시장)EM 지수’ 편입도 이유로 꼽힌다. MSCI EM 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운용하는 지수로 한국과 중국, 대만,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상장 기업 위주로 구성된다. 중국 A주의 신규편입으로 패시브펀드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 있던 자금이 중국 증시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진입을 앞두고 외국인의 자금이탈 국내 증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6월부터는 달러약세 전환이 전망되고 있고 이익 불확실성의 중심에 있던 IT와 소비재 등의 업종이 가능성을 확인함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외국인의 한국 시장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복귀를 판단하는데 있어 이익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우선적으로 확인돼야 한다”면서 “이점에서 1분기 영업이익 서프라이즈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판단된다. 2018년 실적 불확실성의 중심에 있는 IT 등 업종들에게서 가능성을 확인함에 따라, 한국의 이익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이 긴축완화를 시사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ed는 금리인상을 언급하면서도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신흥국 환율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우호적으로 분석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새벽에 발표된 5월 FOMC 의사록에서 물가에 대한 연준의 신중한 입장이 확인된 가운데 5월 금통위에서도 만장일치의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되면서 대내외 긴축 우려가 완화됐다”면서 “하반기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만한 속도의 정책 정상화를 전망하며 글로벌 금리 급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