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정부는 집배원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2020년까지 1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보급한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집배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기차 보급을 대규모로 확대하기에 앞서 불만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다. 냉·난방이 가능하고 비나 눈 등 날씨와 관계없이 우편을 배달할 수 있고, 오토바이보다 안전성까지 높아 집배원들의 업무 환경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200여건이 넘는 집배원의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전기차는 1회 적재량이 200㎏으로 오토바이(35㎏)의 5배를 넘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우편배달용 초소형 전기차는 세종시에서만 볼 수 있다. 6대를 도입해 시범 운행 중이다. 1대당 가격이 1500만~20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1만대를 보급한다면 총 2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장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선 전기차 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은 짧은 주행거리와 배터리 충전소 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1회 충전에 100㎞ 운행’은 평탄한 길을 기준으로 한 주행거리다. 집배원들이 다니는 길은 평탄한 고속도로가 아니다. 언덕길, 내리막길, 구불구불한 길 등 연료 소모가 큰 길을 다닐 때는 소용이 없다고 한다. 트위지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김용우(32세, 남) 씨는 “충전이 100% 됐을 때 통상 60㎞ 정도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배달거리가 먼 지방 소도시의 집배원들은 배달 도중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배달 인력의 안전 개선, 환경보호에는 좋지만 아직은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고, 적재 공간이 불편하며 국토교통부의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안전기준 등이 마련이 되지 않아 충전소 확충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많은 유통업체들이 도입한 트위지는 현재 유럽인증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트위지, D2 등 네 종류의 전기차를 시험운행했고 도입 시에는 우리가 원하는 구매규격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국토부나 환경부의 인증절차 범위 안에서 변경 후 보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동작구를 담당하고 있는 집배원 B씨(46세, 남)는 “날씨나 안전문제에서는 전기차 도입이 필요하지만, 확대하기 전에 충전 문제나 오작동, 짧은 주행거리 등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하루 배달거리가 도시는 10㎞인 곳도 있고 지방은 100㎞가 넘는 곳까지 있어 차이가 크다”면서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아서 전기차로 주행이 가능한 도시에 먼저 도입되고 또 지방 소도시는 소외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집배원뿐만 아니라 전기차 도입을 시도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도 전기차 도입을 위해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전기차를 배달에 도입한 업체들은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 가격은 700원 정도로 저렴하며 안전하지만, 차량에 비해 적재공간이 넓지 않아 불편함은 있다”면서 “충전부스 등 인프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편함은 또 있다. 구매를 희망한다 해도 정부에서 순번제를 둬 지원 수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은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올해 2만대에 한해 전기차 국고보조금(총 2400억원)을 차량 성능과 환경 개선 효과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전기차 보급 사업을 실시하지 않는 일부 지자체도 올해부터 500대에 한해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국가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력적으로 운용해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보조금 지원을 받게 돼도 2개월 이내 차량 출고가 가능해야 한다. 2개월이 초과될 시 보조금 지원이 취소된다. 그러나 차량이 출고되는 데까지 2개월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 실제 구매자들의 말이다. 실사용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