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48)은 CJ CGV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그는 대학 시절 영화 연출을 전공한 이른바 ‘영화 전문가’이다.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영화계에 깊은 관심을 갖게 했고, 이는 현재 영화산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과 장차 영화계로 뛰어들고자 하는 많은 후배를 위한 책 <멀티플렉스 레볼루션>을 쓰는 것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영화와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18년간 한국경제 TV에서 경제 전문 PD 겸 기자, 부동산부장·산업부장으로 일해왔다. 산업기자로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밝아진 그의 눈은 현재 영화산업으로 향해 있다. 다소 특이한 행보로 보일 수도 있는 경력에 대해 그는 “(당연하게도) 영화와 산업 두 분야에 모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그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며 ‘영화산업에서 컬처플렉스의 최첨단에 있는 플래그십 사이트’로 평가받고 있는 용산CGV에서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자세하게 들어봤다. 

그가 사랑한 영화

조 담당은 영화에 대해 한 마디로 “인생의 투영”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온갖 울고 웃는 이야기는 우리의 실제 삶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관객은 자기의 삶을 돌이켜보고 또한 새로운 꿈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기에 조 담당은 영화를 각별히 생각한다.

▲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가 책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자 생활을 하다 2014년 CJ CGV로 옮겨왔을 때, 그는 영화를 산업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화산업에는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는데, 이들이 참고로 삼을 자료가 부족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문화 측면과 산업 측면 양쪽에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텄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문화 측면에서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예술의 시각에서 영화를 논한다 하더라도, 영화는 개인만의 예술이 아니며 다수의 사람에게 자본을 받고 또 다수의 사람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산업 측면에서 볼 때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 즉 극장의 중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화의 산업 측면을 이해시키고, 시각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싶었다. 그간 경제 전문 PD 겸 기자로 일하면서 지닌 산업에 대한 애정과 영화에 대한 애정 둘 다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와 영화산업, 뗄 수 없는 관계

조 담당에게 영화와 영화산업 간의 관계가 긴밀한 이유를 좀 더 상세히 묻자, 그는 “20년 전의 영화관 풍경을 기억하느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20년 전인 1998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플렉스 CGV강변11이 처음 문을 열었다. 그 당시까지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은 종로를 비롯한 시내 중심가의 단관 극장으로 가야만 했다. 인기 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길게 줄을 서거나 때로는 암표를 사기도 했다.

▲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러나 오늘날 영화를 보기 위해 따로 ‘준비’해야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리퍼를 신고 동네 수퍼마켓에 가듯이 집 근처의 영화관으로 가면 된다. 영화관 접근성이 그만큼 높아졌고 편리해진 것이다. 지금은 일상이 된 영화관의 풍경을 만드는 데, 조 담당은 “영화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단언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생활의 공간인 멀티플렉스는 가족들이 다 함께 찾는 장소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친구들의 모임 장소 등으로 두루 이용되고 있다. 단순히 양적 성장뿐만이 아니다. 조 담당은 극장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은 “모두 관객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해당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무대인사(GV), 고객 프로그램 등 회원제도 등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방문 횟수를 늘리게 만들었다.  극장 관객 수는 현재 2억명으로 그야말로 ‘폭발하듯’ 늘어난 이유다.

조 담당은 “물론 영화관에서 가장 큰 힘은 바로 영화”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영화를 전공한 그답게 한국영화만이 가진 고유한 힘을 인정하고 주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영화와 영화산업은 특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국영화와 영화관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동반성장해야 하며, 영화산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멀티플렉스의 미래

영화를 대체할 수단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멀티플렉스의 미래를 우려하는 시선도 생겼다. 조 담당은 “영화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혹자는 영화관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언제나 반복되는 ‘영화관 위기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도 말한다. 영화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 때문에, 전 세계의 극장사업자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는 그 해결책의 하나로 '컬처플렉스(Cultureplex)'를 제시했다. 컬처플렉스는 문화를 뜻하는 컬처(Culture)와 멀티플렉스(Multiplex)의 합성어로 CGV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관객이 영화관을 방문할 때 단순히 영화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음악·미술 등의 예술이나 놀이·커뮤니티·체험 공간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컬처플렉스 극장은 2011년 개관한 CGV청담씨네시티다. 기존의 2D 위주의 상영관이 아닌 4DX, 스크린X, 사운드 특별관, 개인 공간처럼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라이빗 시네마 등 다양한 콘셉트의 상영관으로 구성됐다. 이후 컬처플렉스는 발전을 거듭해 일종의 ‘문화놀이터’가 됐으며 문화 측면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크게 발전했다.

조 담당은 “현재의 기술 발전으로 미뤄본다면 미래 영화관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면서 “스크린·사운드·시트 등 3S의 개별 요소들이 진화할 것이며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상영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VR(Virtual Reality)로 대표되는 가상현실 기술, 3차원 영상인 홀로그램(Hologram)을 활용한 작품 등도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CJ CGV가 선도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분명히 있다. 이를 계속해서 개발해서 전 세계의 극장 문화를 이끌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