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식품업계에서는 지금 오토바이에서 배송로봇·전기차로 배송수단의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배달 인력의 수급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문제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 업체는 물론 정부 기관도 전기차 등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소형 전기차인 르노삼성의 ‘트위지(Twizy)’ 모델을 선택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도입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부족한 인프라, 천차만별 지원금,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 등이다. 이 때문에 배달 주문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배송로봇’ 개발에 나서는 등 새로운 배송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전기차 도입으로 ‘안전’ 지키고 ‘고용’도 확대하고

배달 비중이 높은 BBQ치킨, 미스터피자, 피자알볼로 등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사고 위험이 높은 오토바이 대신 전기차를 도입해 배달인력의 안전을 개선하고 배달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업체들이 선택한 전기차는 르노 삼성에서 나온 ‘트위지’다. 1인승인 트위지는 승용차 크기의 3분의 1 수준인 4륜 전기차로 가격은 1550만원이다.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해 따로 충전부스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트렁크 공간이 최대 180ℓ로 적재기능이 우수하고 가로 몸체가 1.2m에 불과해 좁은 골목길도 주행 가능하다. 월 연료비는 2만에서 3만원 정도다.

▲ 치킨프랜차이즈 비비큐는 올해 안에 전기차 10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출처= 비비큐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5월 안에 60대의 전기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총 1000대를 가맹점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BBQ·서울시·르노 삼성은 배달에 전기차를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초소형 전기자동차에 대한 차종 분류와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도입이 미뤄졌다. 올해 규제가 풀리며 롯데렌터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 이용을 희망하는 가맹점주들은 월 20만원대의 가격으로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트위지의 트렁크 공간은 최대 180ℓ까지 확장할 수 있어 문이 슈퍼카처럼 올라가는 형태로 90도까지 열려 근거리 소매물류 운송차량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최근 “가맹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치킨업계 최초로 트위지를 도입했다”면서 “이번 트위지 도입으로 앞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배달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전기차를 도입했다. 현재 직영점 방배본점, 창동점, 판교점, 평택역점 4곳을 시작으로 현재 가맹점 4곳에서 추가 운행하며 총 8곳에서 전기차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P그룹은 배달원의 안전과 시니어, 주부사원들도 쉽게 배달이 가능하도록 전기차를 도입했다.

전기차 이용을 희망하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은 BBQ와 마찬가지로 롯데렌터카를 통해 월 20여만원의 사용료를 내거나 직접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지원금 순번제가 있어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 브랜드의 가맹점주들 모두 의도는 알겠으나 비용을 가맹점주가 져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피자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배달인력의 안전과 고용 확대 취지로 배달에 전기차를 도입했다. 출처= 미스터피자

국내 수제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알볼로는 시니어 고용 확대와 배달원 고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장에 도움이 되기 위한 취지로 전기차를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목동의 본점에서 1대를 시험운행 중이다.

피자알볼로 관계자는 “오토바이로 배달 시에는 원동기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배달원을 고용해야 했다”면서 “전기차는 운전면허 소지자면 누구나 운행이 가능해 고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시험운행 전기차가 1대라서 도입의 장단점을 알 수 없다”면서 도입 시기나 결정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는 적재공간이나 차량의 구조가 배달에 적합하지 않아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봇배달원, 전기자동차 등은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배달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빠르게 배달 혁신에 나서는 업체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달로봇’으로 수요와 공급 불균형 해소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월부터 연구·개발 중인 배송로봇 ‘딜리(Dilly)’의 시제품 개발을 마쳤고, 5월부터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딜리를 이용해 배송할 예정이다. 딜리는 ‘맛있는(Delicious)’ 음식을 ‘배달(Delivery)’해준다는 뜻으로, 로봇 전문가인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이 협업해 만든 배송 전문 로봇이다.

가로 67.3㎝, 세로 76.8㎝, 키 82.7㎝에 둥글둥글한 모양의 딜리는 3칸으로 구성된 내부 음식 보관 공간에 짜장면이나 치킨을 싣고 시속 4㎞ 속력으로 달린다. 앞에 장애물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피하는 능력도 갖췄다.

▲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출처= 우아한형제들

딜리는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야유리푸드스트리트 딜리 시범서비스 존에서 5월 21일부터 6월 14일까지 테스트를 받는다. 비교적 안전한 실내의 한정된 공간에서 음식을 가져다주고 빈 그릇을 회수해 오는 임무를 맡는다. 하반기에는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와 같은 실외 공간으로 실험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국내외 학교와 기업들을 만나 비공개 프로젝트로 로봇 개발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제 막 시제품이 완성된 상태인데, 2~3년 내로 음식점에서 고객의 집까지 로봇이 실제 시험 배달에 나서는 것이 목표”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로봇 개발 접근 방식은 배달원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배달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문 수와 배달기사 수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하는 것”이라면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배달 산업에서 기술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아한형제는 폭발하는 음식배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로봇으로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추후 배달 전문 로봇 렌탈 사업 등으로 또 다른 수익화를 노릴 가능성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