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이코노믹리뷰=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

경제상 민주주의 기본가치

경제상 민주주의 기본가치는 민주주의 기본 이념인 인간의 존엄에서 나온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기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돼야 한다. 자유와 평등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불평등이 초래되고, 평등에 치우치면 개인과 기업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정의는 바로 자유와 평등이 균형을 이룰 때 달성된다.

경제상 민주주의 기본가치는 이러한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경제상으로 국한한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아야 될 기본권 중 경제적인 것이 있다. 이러한 경제상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상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아야 한다.

경제상 자유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노동과 재산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 경쟁할 자유를 기본으로 한다. 경제상 평등은 기회 균등과 결과 평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전자는 구성원 모두에게 경쟁의 기회를 균등히 주는 것을 의미하고 후자는 경쟁의 결과에 따른 성과물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회 균등은 환경적 요인을 제거한 상태에서 경쟁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경쟁 기회를 주는 자체만을 기회 균등으로 본다면, 잠재적 능력이 뛰어난 개인과 기업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기회 균등은 통상 표현되는 ‘Level the playing field(땅을 평평하게 한다)’라는 구절과도 맥을 같이 한다. 땅을 평평하게 하는 것은 환경적 요인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상 정의는 경제상 자유와 평등이 균형을 이룰 때 실현된다.

헌법 제119조와 공정경쟁

헌법 제119조 제1항에 제시된 경제상 자유는 경제상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보장돼야 할 경제상 자유와 동일하다. 따라서 헌법 제119조 제1항은 경제상 민주주의의 경제상 자유에 경제상 창의가 결합된 것이다. 경제상 자유는 경쟁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지만, 경제상 창의는 경쟁을 통해서 촉진된다. 따라서 경제상 자유와 경제상 창의를 존중한다는 의미는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경제상 창의는 경쟁을 하지 않는 행위(올바르지 못한 행위)를 배제하기 때문에 경제상 민주주의의 경제상 정의를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헌법 제119조 제1항은 경제상 민주주의의 경제상 자유와 경제상 정의가 결합된 것이다.

▲ 헌법 제119조와 공정경쟁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은 경제상 민주주의의 경제상 평등과 대칭된다. 그 이유는 경제상 평등은 개인 및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의 규제와 조정에 의해서 달성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라는 구절은 경제상 민주주의의 경제상 정의를 의미한다. 따라서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경제상 민주주의의 경제상 평등과 경제상 정의가 결합된 것이다.

경제상 자유와 경제상 정의가 결합됐다는 의미는 경쟁을 하라는 것으로 헌법 제119조 제1항은 경쟁해야 함을 의미하고, 이를 위해 경쟁제한행위를 규제해야 함을 함축하고 있다. 경제상 평등은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해야 함을 의미하고, 경제상 정의는 올바름을 뜻한다. 이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한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공정해야 함을 의미하고, 이를 위해 불공정행위를 규제해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헌법 제119조 제2항이 경제상 평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공정이 결과의 평등을 의미한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경제상 자유와 평등이 균형을 이룰 때 실현될 수 있는 경제상 정의가 같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은 경쟁결과가 개인 및 기업의 노력만큼 차별이 이루어졌을 때 달성된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이 경쟁승자와 패자 간에 과도하다면 어느 정도 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경제상 평등의 측면도 같이 고려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같이 고려돼야 진정으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헌법 제119조는 ‘공정경쟁’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