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파주 문산역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소 모습. 민통선 지역 매물을 받는다는 입간판이 서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경기 파주시 토지거래가 남북 경협(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2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시장에는 긍정의 시그널이 돌고 있다. 물론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자금이 몰려 ‘토지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2주를 앞둔 24일(미국 현지시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21일 파주시 일대를 둘러봤을 때 투자 열기는 결코 낮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낮 12시께 문산역에서 내려 역을 나서 문산읍 일대를 돌아보니 투자를 문의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문산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낮부터 토지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방문이 쉼 없이 이뤄졌다. 3~4명으로 구성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민통선 토지 거래가 처음인 한 투자자는 변호사와 함께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한 투자자는 민통선지역 내 군내면에 위치한 임야(11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파주시청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파주시 토지 거래량은 4852건으로 집계됐다. 3월(4628건)에 이어 5000여건 육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월 거래량이 2000여건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거래량이라고 할 수 있다.

파주시 내에서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곳은 바로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 있는 땅들이다. 남북관계가 화해모드로 접어들면서 민통선에 남북 경협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란 예측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다.

4월 한 달간 민통선 내 군내면에서 거래된 토지는 72건, 장단면은 27건, 진동면은 73건, 진서면은 1건으로 총 1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민통선 토지 거래건수가 78건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지난 2013년 파주 민통선 토지를 매수한 김학령 씨(54세, 가명)는 “북한 사회도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당시 급매로 나올 것을 3.3㎡당 3만~5만원 주고 샀다”면서 “이후 현재까지 민통선에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총 4~5건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매입 당시와 비교하면 3.3㎡당 시세가 20여만원 올랐지만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북한이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 대신 남북경협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파주 민통선 토지거래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부터다. 정부가 지난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하면서 파주 민통선 내 지역인 백연리가 인기를 몰면서 3.3㎡당 20만원 후반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장단면의 경우 시장에 매물이 없어 3.3㎡당 3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도 파주 장단면 일대 남북경협 기업 중심의 산업단지 조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규모는 1600만여㎡로 개성공단의 5배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파주와 개성, 해주를 연계해 통일경제특구로 조성하는 공약을 내건 만큼 부동산업계는 파주 산업단지 조성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주시 문산읍 한진공인중개사 김윤식 대표는 “지뢰밭조차도 쓸 수 없는 땅인데도 미래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면서 “통일처 마을 같은 경우 땅이 없다 보니 마을 주변 농지가 3.3㎡당 50만원까지 갔다”고 말했다.

▲ 파주시 토지거래현황 (출처=한국감정원)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과거 1억~2억원 정도면 투자가 가능한 지역들도 가격이 올라가면서 현재는 10억원대 이상의 투자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대표는 “1억~2억원으로는 투자가 어려워지자, 투자를 못 한 사람들이 연천지역으로 이동하고 투자 규모가 50억~60억원대로 급속하게 커졌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에는 매입을 망설이는 투자자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토지가격이 급등해 보상가액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파주 통일천 인근 보상가액은 3.3㎡당 21만원 선으로 책정됐지만 현재 이 지역 시세는 3.3㎡당 24만~28만원대다. 한 마디로 시세로 해당 토지를 구매해서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보상가액이 매매가격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보상가액을 조정해달라고 시에 요청해 놓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오버슈팅(시장가격의 일시 급등)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주 태영공인중개사 조병욱 대표는 “이미 팔 사람들은 다 판 데다 가격이 급등한 이후 거래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부분에 대해서 거품이 생겼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어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