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협주가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23일 장초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더니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취재할 한국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상승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주의 추락으로 증시에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남북경협주로 몰리고 있다. 남북경협주가 이슈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경협주, 이달 신용거래융자 증가 상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588억원으로 17일간 1073억원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금을 대출해주는 ‘주식담보대출’이다.

현대건설은 대북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대형 건설사로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분류된다. 현대건설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424억원)와 현대로템(156억원), 한솔홈데코(123억원) 등의 순으로 잔액이 늘어났으며 10위권에도 남북경협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남북경협주의 강세는 바이오버블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으로 연초 대세로 떠오른 바이오가 추락하면서 증시에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남북경협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3개 종목(현대건설·현대로템·현대엘리베이터)이 남북경협주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주도주 부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남북경협주가 변동성 높은 모습 지속하고 있다”며 “제한된 수급, 주도주 부재에 따른 종목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주, 이슈따라 변동성 지속

투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남북경협주의 주가 향방은 예상이 힘든상황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치이슈에 따라 남북경협주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남북경협주는 장초반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회담(북미정상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현대로템 전거래일 대비 5.52%(2000원) 하락한 3만4100원에 거래됐다. 현대엘리베이터 등 다른 남북경협주들도 3~4%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오전 9시 30분께 통일부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한국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했다고 발표하면서 남북경협주는 다시 상승전환을 시도했다. 6%대까지 하락했던 현대로템의 주가도 이날 오전 1시 50분 기준으로 0.28%(100원)오르며 상승 반전했다.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 주목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경협주의 상승세가 실적이나 실제 경제적 이익이 아닌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주의 주가 흐름 측면에서는 남북경협주의 상승세가 속도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면서  “단기 상승폭을 감안하면 한편으론 예견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태도변화와 미국의 강경발언 등이 중장기 남북 관계 화해·협력 무드의 대대적인 변화로 보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백악관이 북핵 해법에 과거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한국 정부 역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뚜렷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협의과정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협주 투자심리와 연관된 지표들에선 부정적인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다. 치명적인 악재만 없다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까지 경협주의 모멘텀은 유지될 수 있다”면서 “경협주에 대한 투자 비중은 현 수준에서 좀 더 늘려도 무방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