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은의 다음 행보는 대단히 복잡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국내 자금유출이 발생할 경우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고 고용사정 악화를 이유로 동결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현재 완전고용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활황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지탱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가 공급될 경우 시장 금리가 급등할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기 어려운 대목이다. Fed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동결(1.50%)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등 경기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인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11일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동결을 예상했는데 이유는 역시 고용 사정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문제는 앞날이다.  Fed는 내달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3~4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00bp(1bp=0.01%포인트) 즉 1%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국채 선물을 매도해 왔다”면서 “미 금리인상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향후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미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미 국채 금리스프레드(10년-2년)와 다우지수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2년물)는 지난 몇 년간 지속 축소되고 있다. 장단기 스프레드는 과거 경기 둔화와 침체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다. 이 매니저는 “금리 스프레드 축소가 과거 위기 발발 전 대비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위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 배경에는 양적완화(QE)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Fed가 기준금리 인상, 국채 재투자 중단을 지속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일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는 ‘대칭적(Symmetric)' 물가 목표 문구가 등장했다. 물가가 2%를 웃돌더라도 긴축을 가속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 최대 4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그 ‘약속’은 지키겠지만 내년에는 Fed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미국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는 시장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에서도 미국 경제는 자유롭지 않다.

재정적자 확대되면 미국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달리 Fed가 국채를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금리 상승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Fed가 국채를 다시 사들여야만 시장 금리가 안정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채 재투자 중단만으로 시장 금리가 오를 수 있다”면서 “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유인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지출을 줄일 경우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한·미 기준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은 불안요인”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역전이 반드시 대규모 자금유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한은이 즉각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은 올해 한은이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동결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