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바다의 여신 사이렌을 대표 이미지로 사용하는 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인어의 모습을 한 사이렌은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을 유혹해 물에 빠뜨린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유혹을 의미한다. 사이렌 덕분일까. 스타벅스코리아는 대한민국을 커피에 빠지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매출 1조를 넘는 커피 전문점으로 1100여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스타벅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 ‘이디야’가 2500여개의 점포를 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륙의 유일한 황제라는 뜻의 에티오피아 부족을 대표 이미지로 사용하는 이디야는 유일한 황제가 되기 위해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 이디야가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위협할만한 존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처= 각사

1997년 국내에 들어온 스타벅스는 국내외 커피 전문 브랜드를 통틀어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브랜드다. 지난해 스타벅스의 1100여개 직영매장에서 발생한 총 매출은 1조2630원으로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9%다.

스타벅스보다 4년 늦은 2001년 문을 연 이디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가맹점은 2500여개며 이디야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은 10개다. 이디야의 가맹을 제외한 직영점 10곳의 매출은 지난해 1841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0%대로 굉장히 높다. 이디야는 가맹점 매출까지 합산하면 약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매장보다 2배가 많은 2500여개의 가맹점을 원동력으로 삼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직영 vs 가맹

스타벅스와 이디야는 운영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 스타벅스는 100% 직영체제, 이디야는 가맹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스타벅스는 전국 1100여개의 매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영을 고집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직영시스템은 커피·서비스 교육, 서비스정책 등 일관되게 운영할 수 있다”면서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리워드프로그램, 사이렌오더 같은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등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어 회사의 목적 달성을 빨리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디야가 운영하는 가맹방식은 빠르게 매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가맹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스타벅스보다 두 배 많은 매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디야의 누적 가맹점은 2014년 1467곳이다. 2015년 1807곳, 2016년 2116곳, 지난해에는 2436곳으로 해마다 23%, 17%, 15% 등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4년만에 1033곳을 추가 출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분산 vs 밀집

두 브랜드의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입점 스타일도 다르다. 스타벅스는 직영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는 매장 간의 영업권과 관계없이 입점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화문, 종로와 같은 상권에는 대형 스타벅스 매장들이 밀집해 있다.

반면 가맹점 체제로 운영하는 이디야는 가맹점 간의 영업권을 분리하고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상권에 밀집되기보다는 균일하게 입점해 있다. 80평 이상의 대형매장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이디야는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도 운영하고 매장 면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골목 상권에도 입점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 커피전문점 이디야(왼쪽)와 스타벅스(오른쪽)가 종로와 광화문 상권에는 각각 1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카카오맵
▲ 이디야(왼쪽)와 스타벅스(오른쪽)는 동네 골목상권에서 매장 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출처= 카카오맵

커피 vs 공간 이용

운영방식, 최소 매장 기준, 입지 등이 다르기 때문에 두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이용 목적도 다르다. 스타벅스와 이디야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크게 방문 목적이 커피 음용과 공간 이용으로 나뉘었다.

스타벅스 노량진점을 방문한 김태균(27세, 남) 씨는 “이곳은 공시생들이 많아서 일명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 많다”면서 “스타벅스는 콘센트도 많아 노트북 이용도 편리하고 매장이 넓어 오랜 시간 스터디를 하기에도 편해, 커피를 마시러 오기보다는 공간 이용을 목적으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노량진뿐 아니라 다른 상권에 있는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한번 방문하면 보통 2시간 이상 이용한다는 손님들이 10명 중 7명이었다.

반면 이디야는 공간 이용보다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카공족이 노량진에 있는 이디야에서 만난 이다해(22세, 여) 씨는 “이디야는 정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온다”면서 “다른 브랜드보다 커피 가격도 싸고 맛있어서 시간은 없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간단히 테이크아웃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골목상권까지 들어와 고객 접점이 더 높은 이디야가 사람들에게 맛있고 가격이 싼 커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디야 가맹점 매출이 정확히 산출되지 않지만 8000억원에서 9000억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다수의 가맹점으로 이른 시일 안에 스타벅스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