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콘셉트카 '르 필 루즈 Le Fil Rouge(HDC-1)' 렌터링. 사진=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내년 8세대 쏘나타를 출시할 계획이다. 7세대 쏘나타가 나온 지 5년 만이다. 신형 쏘나타는 새 디자인 철학 ‘감각적인 스포티함(센슈어스 스포트니스)’가 최초 적용될 차다. 현대차가 쏘나타에 디자인 변화를 주었을 때마다 실적이 크게 향상된 만큼 내년 실적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월 22일 현대자동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신형 쏘나타 출시 시점을 내년으로 확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공개된 상태”라면서 “올해 실적과 내년 시장 방향에 따라 출시일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형 쏘나타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트니스’가 최초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출시한 6세대 쏘나타에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반영했다. 이 디자인 철학이 반영되면서 6세대 모델은 과감하다 못해 파격적인 디자인을 지닌 채 탄생했다. 당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6세대 모델은 이슈 메이커가 됐다.

새로운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는 기존 ‘플루이딕 스컬프쳐’와 비교했을 때 더 역동적이고, 균형 잡힌 디자인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새로운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발표했다. 이를 반영한 콘셉트카 ‘르 필 루즈’도 공개했다.

르 필 루즈는 긴 축간거리, 큰 휠과 짧은 오버행을 지녔다. 전면부의 후드는 기존 모델에 비해 더 넓고 길어져 차량 존재감이 부각됐다. 현대차의 고유의 ‘캐스케이딩(폭포) 그릴’은 파라메트릭 쥬얼이 적용돼 더 넓어졌다.

▲ 미국 자동차 매체 '카스쿱스(Carscoops)'의 8세대 쏘나타 예상도. 사진=카스쿱스

르 필 루즈를 기반으로 미국 자동차 매체 <카스쿱스>(Carscoops)는 향후 등장할 8세대 쏘나타 예상도를 공개했다. 예상도를 보면 커다란 캐스케이딩 그릴, 범퍼 디자인, 보닛 위에 얹어진 굴곡이 특징이다.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앞서 현대차는 쏘나타 3세대와 6세대에 디자인 변화를 적용해 왔다”면서 “현대차가 쏘나타 디자인을 변화를 보여줄 때마다 실적이 크게 향상된 만큼 최근 현대차의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쏘나타는 2000년부터 13차례나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차다. 7세대 쏘나타는 출시 이후 4개월 연달아 월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쏘나타는 8만2703대만 팔렸다. 그랜저와 아반떼 등에 밀리면서 현대차 모델별 판매량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7번의 진화

쏘나타는 아반떼, 그랜저 등과 함께 현대차를 대표하는 차다. 현대차 최초 자체 개발 중형 모델인 쏘나타 1세대(Y1)는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 콘셉트로 출시됐다. 1985년 국내 시장에 등장한 1세대 쏘나타는 자체 개발 중형 모델 ‘스텔라’ 차체에 2종의 시리우스 엔진을 탑재했다. 배기량은 1800㏄와 2000㏄로 두 종류가 출시됐다. 인기 배우 신성일이 자동차 모델로 계약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1세대 쏘나타는 당시 중형차 시장을 주름잡던 대우 로얄과 비교해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져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이때까지만 해도 쏘나타를 ‘소나타’라고 표기했으나, 저조한 판매실적으로 인해 ‘소(牛)나 타는 차’라는 개그가 퍼지면서 1986년 생산모델부터 ‘쏘나타’로 표기해 출시한 일화가 있다.

쏘나타는 2세대(쏘나타) 모델부터 대한민국 대표 중형차로 자리매김한다. 출시 이후 기아 콩코드, 대우 프린스를 단숨에 제압하며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1988년 6월 출시된 2세대 쏘나타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스타일과 상품성을 대폭 개선했다. 2세대 쏘나타는 1세대 그랜저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공유했는데, 이 시점부터 쏘나타와 그랜저의 플랫폼 공유 전통이 시작한다. 엔진 라인업은 1.8 시리우스 SOHC, 2.0 시리우스 SOHC, 2.4 시리우스 SOHC 등 세 가지로 확대됐다. 미국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캠리와 어코드 등과 비교 평가 테스트를 거쳐 상품성도 높였다.

2세대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뉴 쏘나타’도 출시됐다. 이는 택시 트림이 정식으로 도입된 최초의 쏘나타 모델이다. 1991년 2월 출시와 동시에 일반택시용 트림이 판매가 시작됐으며, 1992년에는 모범택시 제도의 시행으로 모범택시 트림이 추가되면서 많이 팔려나갔다.

현대차는 2세대 모델을 필두로 캐나다에 진출했다가 쓴물을 들이키는데, 이를 ‘브로몽의 악몽’이라고 부른다. 당시 일본 회사들의 미국 현지생산이 늘어나 공급 과잉 상태인 북미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외면받았다. 그래서 1986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브로몽 공장을 폐쇄하기까지 이른다. 고인이 된 정세영 전 현대차 회장은 자서전에서 “충분한 북미 시장의 조사 없이 브로몽에 공장을 건설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성급한 결정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현대차는 쏘나타 3세대를 출시하고 그야말로 대박을 친다. 1993년 출시된 3세대는 최초 모델 ‘쏘나타Ⅱ’을 시작으로 출시 33개월 만에 60만대가 판매되며 대성공을 거둔다. 쏘나타의 성공 가도 비결은 디자인에 있었다.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쏘나타 3세대는 지금까지도 많은 전문가가 역대 쏘나타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을 만큼 획기적인 디자인을 자랑했다.

성능도 당대 차량과 비교해 우수했다. ABS(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휠 리모컨,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등 고급스러운 장비도 장착하고 DOHC(SOHC에 비해 밸브 개수를 쉽게 늘릴 수 있어 흡·배기 효율이 높은 엔진)를 추가한 세 개의 트림을 출시하면서 성능과 소비자 선택지까지 넓혔다. 그 덕에 출시된 지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도로에서 종종 보이는 모델이 3세대 쏘나타다. 광택과 도색은 물론 여분 부품도 개인이 구매해 보관하는 등 애지중지 관리되는 차량도 많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던 현대차는 1996년 2월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쏘나타Ⅲ’를 출시했다. 쏘나타Ⅲ는 전반적인 디자인은 쏘나타Ⅱ와 비슷했으나 자동변속기용 오일쿨러, LPG전용 에어백 등 소소한 부품개선과 함께 내구성이 크게 향상되며 차량 실속을 챙긴 모델이다. 1996년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최우수 자동차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쏘나타Ⅲ는 인기리에 판매되면서 특별한 이슈도 쏟아냈다. 그중 하나가 ‘오나타’ 사건이다. 1996년부터 ‘쏘나타Ⅲ’의 S(서울대학교의 약자)를 떼어 가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고 로마 숫자 ‘Ⅲ’를 떼어가면 당시 기준으로는 고득점인 300점 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미신이 돌면서 쏘나타Ⅲ의 S와 Ⅲ가 도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덕분에 멀쩡한 쏘나타Ⅲ가 졸지에 S와 Ⅲ가 떨어진 ‘오나타(ONATA)’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1998년 3월에는 ‘우아한 느낌(Elegant Feeling)’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을 대폭 개선한 4세대 ‘EF 쏘나타’가 출시됐다.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인 4세대 쏘나타는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간 연속으로 국내 전 차종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베스트셀링카 위상을 보여준 모델이다.

대대적으로 바뀐 디자인과 더불어 독자개발한 V6 2.5ℓ 델타 엔진을 얹는 등 성능, 안전 등 모든 것이 과거 쏘나타보다 진일보한 모델이다. 2001년 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EF쏘나타’는 2004년 미국 JD파워가 선정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당당히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해 세계 이목도 집중시켰다.

여담으로 4세대 쏘나타는 2011년 이후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할 때 유난히 많이 쓰인다. 예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2003년의 김만섭(송강호)의 택시로도 등장했다.

2004년 9월 출시된 5세대 쏘나타(NF 쏘나타)는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준 차다. 어코드나 캠리에 밀리지 않는 주행성능, 뛰어난 내구성과 안전성을 지녔다. 5세대 쏘나타는 역대 쏘나타 시리즈 중에서 생산 기간이 가장 길다. 6세대인 YF가 출시된 후에도 NF가 택시용으로 인기가 많아 2014년 3월 LF의 출시로 단종되기 전까지 택시로 계속 생산한 모델이다. 그만큼 차의 완성도가 높았다.

5세대 쏘나타에는 여태 고수해온 시리우스 엔진을 버리고 4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2.0. 2.4 세타 엔진이 탑재됐다.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4800㎜, 1830㎜, 1475㎜로 기존 EF 쏘나타 대비 55㎜, 10㎜, 55㎜가 늘어나 당시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크기를 자랑했다.

2009년 9월 출시된 쏘나타 6세대(YF쏘나타)는 기존 디자인에서 과감히 탈피하다 못해 충격적인 수준의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크나큰 파문을 불러왔다. 현대차는 YF쏘나타에 디자인 정체성 ‘플루이딕 스컬프쳐(유연한 역동성)’를 최초 적용했다. TYPE-N 플랫폼을 기반으로 더 길어진 차체와 더불어 뒤쪽의 높이를 낮춘 이른바 4도어 쿠페 스타일로 바뀌었다. 외관 캐릭터라인이 흐르는 듯한 모습을 띠면서 조각 같은 이미지가 형성됐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면도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현대차는 YF 쏘나타를 2011년 5월 국내 최초의 중형 하이브리드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트림과 함께 출시해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14년 3월 7세대로 새롭게 태어난 ‘LF 쏘나타’는 ‘기본기 혁신’을 화두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반영한 더 정제되고 품격 있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운전자의 감성품질을 극대화한 인간공학적 설계, 차체강성 강화, 플랫폼 개선을 통한 동급 최고의 안전성과 역동적인 주행성능 구현, 실용영역 중심의 동력성능 개선, 연비 향상 등 현대차가 지향하고 있는 미래의 방향성을 완벽히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