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 지난해 5월 A교사는 학생 20여명과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가다 인솔하던 B학생이 복통을 호소하자 버스 안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게 했다. 그러나 당시 B학생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으므로, 더 이상 B학생과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A교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B학생의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다. 이에 B학생의 어머니는 전화상으로 “아이를 데리러 휴게소로 가겠다”고 말했고 A교사는 B학생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다른 학생들과 목적지로 향했다. 이후 B학생의 어머니는 딸이 약 1시간 동안 휴게소에 홀로 방치됐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학교 측에 항의를 했고, 학교는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 이를 알렸다. 그리고 지난 5월 18일 대구지방법원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교사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교사는 담임교사로서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여학생인 B학생이 남학생들로부터 용변 냄새가 난다며 놀림을 받아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점, A교사가 B학생을 휴게소 내 보호소와 같이 안전한 장소나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맡기는 등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 방임한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등학생을 방치한 혐의’로 A교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에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A교사는 용변이 급한 학생과 안전 때문에 갓길을 차에 세울 수 없다는 운전기사의 입장을 고려해 나름의 선택을 한 것인데, 이를 아동학대로 본 판결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논평을 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학부모에게만 초점을 맞춘 편파적인 판결’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성토했다. 현재 본 건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해당 교사를 구제해 달라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렇듯 A교사에 대한 구명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동복지법 위반 자체로 해당 교사는 교사의 신분 보장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면서 제71조 제2호에서는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아동복지법 제29조의 3 제1항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이하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자)은 그 확정된 때로부터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10년까지의 기간 동안 아동 관련기관을 운영하거나 이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때의 ‘형’이란 형법이 예정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형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서 단지 벌금형만 선고받더라도 당사자는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자’로 낙인찍히게 되고, 유아기관으로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망라한 아동 관련 기관 어디에도 10년간 취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동학대란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기에, 단순히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도223 판결 참조)”며 아동학대의 의미를 엄격히 판단하는 우리 법원의 입장과, 아동학대 관련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교사에게 미치는 후폭풍에 비추어보더라도, 이번 사건과 같이 보호자와의 합의에 기초한 교사의 선택까지 아동 학대 및 유기로 판단한 것은 분명 당사자에게 가혹한 일이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동복지법이 ‘교사를 잡는’ 사례는 교육현장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대개 교사가 제공하는 교육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학부모가 아동학대·유기 관련 규정을 들먹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평소 해당 교사를 탐탁지 않게 여긴 교육기관 운영자가 이에 동조해 적극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 아동복지법은 ‘교사 길들이기’를 위한 도구로 악용된다.

이처럼 원래의 입법 취지와 다르게 활용되고 있는 아동복지법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도 제기됐지만 현재까지는 합헌이다(헌법재판소 2015. 10. 21. 결정 2014헌바266 참조).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교사는 아동복지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방어적’으로 교육활동을 해야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는 학교에 보고를 하고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교육적으로 운영돼야 할 교육현장이 아동복지법 탓에 그릇 운영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