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콩을 물에 불려 맷돌에 되직하게 갈아 콩물을 빼내지 않은 것이 콩비지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라 해 비지를 가볍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콩을 직접 갈아 비지로 먹기 때문에 콩의 영양이 모두 담겨 있다. 간염이나 당뇨로 피로를 쉽게 느끼는 사람들의 피로회복과 부종 해소에 도움을 주는 웰빙 음식 콩비지. 입소문난 비지찌개 맛집 중 비지의 입자감이 매우 부드러워 비지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대치동 콩비지 전문점 ‘피양콩 할마니’ 를 찾았다.

고소한 콩비지를 밥 위에 싹싹 비벼 먹는 맛과 몽골몽골한 비지를 한 숟갈 푹 떠 즐기는 맛은 콩비지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대치동 포스코 사거리에 위치한 콩비지 전문점 ‘피양콩 할마니’. 상호명으로 눈치 챘겠지만 주인장인 강산애(81) 할머니가 평양 출신이다. ‘피양’이라는 말도 이북말로 ‘평양’이라는 뜻이다.

눈매가 고운 조용한 성격의 강 할머니는 벌써 30년째 고향에서 즐겨먹던 비지를 이용해 이북식 콩비지를 선보이고 있다. 콩비지 전문점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이곳에는 김치콩비지, 버섯콩비지, 무콩비지 등 다양한 콩비지 찌개가 눈에 띈다. 보통 김치콩비지라 하면 붉은 색을 띠기 마련인데 여기는 뽀얀 콩비지색 그대로다.

비지는 간이 들어가면 삭기 때문에 미리 양념을 하지 않고 손님이 주문해야 볶은 김치와 새우젓 등의 간을 넣는다. 뽀얀 비지 안에 숨어있는 볶은 김치를 휘휘 저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콩비지는 할머니가 평양에서 자주 해 먹던 음식으로 무를 볶아서 비지와 섞다 보니 무 특유의 시원함이 묘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비지의 종류만 다양한 게 아니다. ‘피양콩할마니’가 콩비지 전문점으로 입 소문난 이유는 매일 아침과 점심 맷돌로 콩을 직접 갈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맷돌로 직접 갈다보니 비지의 입자감이 매우 부드럽다. 강 할머니는 매일 오전 7시와 오후1시 잘 불린 국산 백태를 맷돌로 갈아 가마솥에 넣고 펄펄 끓인다.

“비지는 맷돌로 직접 갈아야 부드럽지 믹서기로 갈면 꺼끌꺼끌하고 찌꺼기가 많아 안 돼요." 할머니가 맷돌을 고집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 집의 콩비지는 마치 ‘카푸치노의 하얀 거품처럼 크리미하다’는 표현이 블로거들 사이에 돌고 있다. 솔직히 거품만큼 부드럽겠느냐만은 비지를 입 안에 넣는 순간 다른 곳과 확연히 구분되는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돼지고기와 새우젓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비지찌개인 만큼 할머니는 조미료 같은 양념은 일체 넣지 않는다. 이곳의 자랑인 ‘비지전골’ 역시 어떠한 조미료도 넣지 않고, 사골국물에 양념 돼지갈비를 넣어 깊은 맛을 우려낸다. 조미료를 첨부하지 않다보니 이곳의 음식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찌개뿐 아니라 작은 단지에 제공되는 5가지 반찬에도 미원 등의 화학적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피양콩할마니’는 물김치와 김치, 두부, 오이소박이 등의 고정 반찬과 홍어회, 장조림 등 매일 바뀌는 반찬이 한상가득 나온다. 전체적으로 맵거나 짜지 않다.

고추양념이 많이 들어간 홍어회나 오이소박이 역시 자극적이지 않아 입 안에 가득 물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간이 심심한 것도 아니다. 기자 입맛에는 사골국물로 우려낸 비지전골이 약간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물김치 한 모금으로 해결했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담담한 비지 맛에 4년 전만 해도 40~50대 손님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즘에는 20대 젊은 손님들과 외국인 손님들이 늘어났다. 어린 손님들은 대부분 블로그나 미디어의 맛집 소개를 보고 찾아온 경우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담담한 맛을 싫어할 것 같은 20대 손님들도 자주 찾아와 버섯비지 등을 주문하고 사진을 찍어가요. 일본인들도 두부와 간장 맛을 좋아해 자주 찾는 편이고 미국 사람들도 가끔 오는데 그들은 물김치를 아주 신기해 해요.” 강 할머니의 큰 딸인 이현아 사장(51)의 말이다. 노모의 대를 이어 피양콩의 경영을 맡고 있는 이 사장은 ‘그래도 역시 음식은 어머니 손맛을 거쳐야 제 맛이 나온다’ 고 한마디한다.

마치 손주들에게 음식을 차려주듯 한상 가득 나오는 '피양콩할마니'네 상차림. 할머니의 맷돌이 멈추지 않는 한 담백하고 부드러운 비지 맛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듯 하다.

메뉴:김치콩비지, 무콩비지, 버섯콩비지 7000원, 비지전골 中(2~3인용) 3만5000원, 大(4~5인용)4만원, 수육 2만8000원, 보쌈 4만원
오픈시간:오전 11시 30분~밤 11시까지
위치: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사거리 근방
문의:02)508-0476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