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수출입실적이 올해 1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1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10대 수출국 가운데서 밀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한국 수출 증가율이 급락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선박 인도로 수출액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2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월간 상품수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수출증가율은  10대 수출국 중 1위에서 8위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출액은 145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수출액 5465억달러에 14.3%의 증가률을 보였다. 독일은 4044억달러로 18.8% 증가했고 3위 미국은 4024억달러로 7.9% 늘어났다. 4위 일본은 1845억달러였으나 10.2% 증가했다.

1390억달러로 수출규모 5위를 차지한 네덜란드는 18.6%가 늘었고 프랑스(1501억달러)는 20.2%의 증가율을 보였다.

증가율만 보면 한국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낮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로화 강세로 달러기준으로 환산한 올해 1분기 WTO의 수출액·증감률 발표는 EU국가를 중심으로 과다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독일 수출이 2위로 미국을 추월한 것도 환산과정의 착시효과”라면서 “환율 왜곡효과로 수출증가율에 대한 객관적 순위 비교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은 정말 위기일까? 전문가들은 의견은 엇갈렸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올해 초 발간한 ‘2017년 우리나라 원유 관련 산업의 수출입 평가와 2018년 전망’에서 “2018년 수출은 전년대비 4.7% 증가한 6010억 달러, 수입은 전년대비 6.3% 증가한 5080억 달러로 930억달러의 무역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의 의견을 빌자면 한국 수출은 위기를 맞이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문 수석연구원은 또 지난해 발간한 ‘2017년 수출입 평가 및 2018년 전망’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2014년 이후 3년 만에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수출도 세계 순위 8위에서 6위로 상승해 세계시장 점유율에 신기록을 세웠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수요 회복과 IT 경기 호조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8.8% 증가해 단일품목 최초로 1000억 달러 돌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기계와 컴퓨터도 6~9%증가할 것”으로 평가했다.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이 주력 수출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의 수출이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집중돼 있는 게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원구원(KERI)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3년 전 실적을 회복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홍 팀장은 “상승폭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이전에는 자동차, 화학 등 주력 업종들이 수출액 증가에 가세했지만 현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증가에 기여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의 대안은 ‘수출산업 고도화’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나라경제' 전문가 좌담에서 “비슷한 국가들과 그룹을 형성해 공동대처하고 수출산업의 고도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2017년 우리나라 원유 관련 산업의 수출입 평가와 2018년 전망’에서 “대외 무역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수출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원유관련 수출품목의 고도화와 함께 조선업의 원활한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심혜정 수석연구원과 강내영 연구원은 지난 2월 발간한 ‘수출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와 시사점’에서 우리나라 수출의 대응 방안으로 “벤처기업과 신산업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적극 활용, 특정 산업 및 미·중에 편중됐던 수출구조의 다변화,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 고용유발효과가 큰 소비재의 수출 증대 및 제조·서비스 융합 전략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