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했지만 LG그룹 주요 종목의 주가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의 지배구조가 투명한 데다 장자(長子) 승계 원칙을 이어오고 있는 특성상 경영권 분쟁 소지가 없는 만큼 LG그룹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4세대 경영승계가 본격화하면서 ‘구광모 테마주’는 강세다.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이들 종목들 사이에 연관성이 없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으로 ㈜LG는 전거래일 대비 1.25%(1000원) 하락한 7만8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화학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LG룹의 주요 종목도 1%대의 등락을 기록하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주는 구 회장의 와병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과 18일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구 회장의 타계에도 LG그룹주가 잠잠한 데는 지주사인 ㈜LG을 중점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가 다른 재벌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데다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이어오고 있어 경영권 분쟁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69년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별세하자 동생인 구철회 사장은 경영퇴진을 선언하고 구인회 회장의 장자인 구자경 금성사 부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구자경 명예회장도 1995년 럭키금성그룹 사명을 LG그룹으로 바꾼 후 본인의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겼다.

구본무 회장도 지난 2004년 외아들을 잃은 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상무를 양자로 들인 것도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르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도 LG그룹주의 주가는 구본무 회장의 타계와는 별도로 개별 회사의 실적과 업종별 전망 등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의 경우 LG전자와 함께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업체인 ZKW의 지분인수를 발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0만3000원을 유지한다”며 “ZKW 지분인수는 동사의 순자산가치(NAV)와 주가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LG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 고성장 및 스마트폰 리스크 축소에 따른 재평가 필요하다”면서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44% 증가한 3조60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구 상무가 내야할 상속세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의 최대주주인 구 회장은 지분 11.28%를 보유하고 있다. 구 상무는 6.24%를 보유한 3대 주주로 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부과될 상속세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 상무가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이 최근 100억원대 양도세 탈루 의혹 등으로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는 것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상무의 4세 경영의 시작이 예상되면서 ‘구광모 테마주’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날 깨끗한나라는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으로 전거래일 대비 21.51%(1170원)가 오른 661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깨끗한나라우는 가격 제한폭(30%)에 가까운 29.98%(7600원)까지 오르면서 3만2950원에 거래 중이다. 보락도 22.31%(820원)가 올라 4495원까지 치솟았다.

이들 종목은 LG그룹의 4세 경영자 구 상무의 테마주로 꼽히면서 전거래일인 지난 18일에도 상한가까지 올랐다.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인 희성전자로 구 상무의 친부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희성그룹의 계열사다. 식품첨가물 제조사인 보락은 구 상무의 장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구 상무가 미국 유학 중 만나 결론한 정효정씨는 정기련 보락 사장의 장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 상무가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LG그룹 승계가 본격화했고 수혜주로 부각된 깨끗한나라와 보락이 상한가를 기록했다”면서도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와 이들 종목들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