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가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Total Mortgage Service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가 지난주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초저금리 대출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환경으로 전환하면서 집 값 상승이 둔화되고 최초 집 구매자들을 압박하는 신호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최대 모기지 금융 전문 회사 중 하나인 프레디맥(Freddie Mac)에 따르면, 지난 주 30년 고정 모기지의 평균 금리가 전 주의 4.55%에서 4.61%로 상승했다.

올들어 모기지 금리의 급격한 증가는, 금융 위기로 시작된 장기간의 금리 인하 시기에서 급격히 벗어 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모기지 금리는 2012년 말 3.31%로 최저점을 찍었으며 최근 1월까지만 해도 3.99%에 머물렀다.

빠른 속도의 경제 회복, 임금 상승 전망, 목재나 휘발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불러 일으킴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레디 맥의 샘 케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시기에 정권 교체가 발생했다. 고금리의 시대가 언제가는 올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 마침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금리 인상이 주택 소유자들로 하여금 더 좋은(더 큰) 주택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대신 기존의 저금리 모기지를 그대로 유지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또 모기지 금리가 5%에 근접함에 따라, 이른 바 고정이자율(rate lock) 현상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미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의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1% 인상되면 주택 거래가 7%에서 8% 하락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최근의 집 값 상승과 모기지 금리 인상은 특히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들과 중산층 임차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집 값 상승이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미국 주택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핵심 지수인 S&P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 2월에 전년 대비 6.3% 상승해 1월의 6.1%를 넘어섰다.

모기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매월 내야 할 돈의 액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대출정보 사이트인 렌딩트리(LendingTree Inc.)에 따르면, 25만달러의 대출을 했을 경우, 금리가 4%면 매월 1194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금리가 5%로 인상되면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은 세금과 보험료를 제외하고 1342달러가 된다.

50만달러를 대출받을 경우 금리가 4%면 매월 상환액은 2387달러지만, 5%일 경우 월 상환액은 2684달러가 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로 주택 수요자들도 신중해지고 있다. 일례로 팀과 케리 유스 부부는 최근 볼티모어 지역의 한 주택을 25만달러에 사려고 생각했는데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지난 2016년에 처음 집을 사려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낮은 가격의 주택을 검색할 수 밖에 없었다.

유스 부인은 앞으로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으로 생각해 남편에게 지금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자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모기지 금리가 하락세라면, 집 사는 것을 보류할 것"이라면서 "모두가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지금 집을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0년 모기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최근 급격히 상승해 지난 주 3.1%를 상회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금리를 3~4회, 내년에도 3회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기지 은행협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 11일로 끝난 주에 모기지 신청이 2% 하락하면서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구매자는 더 작고 더 저렴한 집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의 주택 매물이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운 요즈음에는 그것이 쉽지 않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레드핀(Redfin)의 넬라 리처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시장의 문제는 저렴한 주택 매물이 별로 없어, 구매자들이 선택할 여지가 적다”고 지적했다.

피닉스(Phoenix)에 사는 27세의 음악 교사 자레드 클라크는 집을 사는 것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에게 더 큰 걱정 거리는 매월 갚아 할 돈의 액수다. 클라크는 "현재 학자금 대출이 너무 많아, 모기지 금리 1~2%의 상승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모기지 리파이낸싱(차환, 저금리로 갈아타는 것) 움직임도 거의 없다. 모기지 데이터 및 기술 업체인 블랙나이트(Black Knight Inc.)에 따르면, 리파이냉싱을 받을 자격이 있어  혜택을 볼 수 있는 주택 소유자 풀(pool)은 올해 현재까지 약 46%나 감소했다. 리파이낸싱을 받을 수 있는 대출자는 229만명으로 2008년 이래로 가장 적다.

블랙나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5년 안에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리파이낸싱 해서 득을 볼 일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모기지 은행협회는 지난해 리파이낸싱이 40%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대출자들에 대한 대출금액을 늘리기 위해 신용 기준을 완화하려고 할 수 있다. 프레디 맥의 케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아직까지는 신용 기준이 높지만, 대출회사들은 경기 흐름 주기 후반에는, 이를 완화하는 것에 신중을 기울여야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신용 기준 완화로 이미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수요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60개월 자동차 대출 금리도 4월 29일 현재 4.59%로 지난 해 8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