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중고로 시계를 구매해서 여러 모델을 경험한 후 정말 갖고 싶은 시계 하나를 새 상품으로 구매하는 것. 전 세계 시계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더 이상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단종 모델을 구할 수 있는 길도 중고거래에 있다. 하지만 중고 시계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의 게임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은 운이지만 절대 지지 않는 것은 기술이다.

총 맞은 것처럼

▲ 내 가슴과 지갑에 구멍을 내지 않기 위한 중고 시계 거래 필승법을 공개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꼭 갖고 싶던 시계가 중고장터에 싼 가격에 떴다. 다른 사람이 먼저 시계를 채 가기 전에 서둘러 연락을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러브콜을 보낸 상황. 어떻게든 그 시계를 차지하기 위해 선입금을 하기로 결심한다. 용기 있는 자만이 시계를 얻을 수 있는 법 아닌가. 그렇게 판매자는 사라지고 사기를 당한다.

이게 바로 중고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래사기다. 도대체 사기를 왜 당할까 싶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매일 늘고 있다. 원하는 시계를 얻기 위해 ‘선입금’이란 용기를 내는 것? 마치 총 맞은 것처럼 내 가슴과 지갑에 구멍을 내는 행위다. 불패의 중고거래를 위해 지금부터의 단계를 가슴에 새겨놓도록 하자.

 

검색하라

▲ 거래 전 검색은 필수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원하는 시계 매물이 떴다면, 먼저 판매자의 전화번호를 더치트(Thecheat)에 조회한다. 여기에 뜨는 판매자는 바로 아웃이다. 더치트에 조회되지 않는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다음으로 구글에 전화번호를 검색해본다. 판매자의 거래 이력과 활동 이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래 글이 올라온 사이트에서 판매자의 아이디를 검색한다. 오래 활동한 사람일수록 신뢰도가 높은 판매자다. 검색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위 과정을 통해 판매자를 경계해야 하는지 아니면 마음 편히 거래해도 되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을 사라

▲ 사람이 재산이다. 출처=이미지투데이

모든 중고거래가 마찬가지지만 시계 중고거래는 특히 명심해야 한다. “중고 시계 거래는 시계를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이다. 중고 시계를 샀는데 알고 보니 정교한 가짜 시계라면? 시계는 진짜지만, 말하지 않고 숨긴 흠이 있다면? 외관상 흠도 없고 깨끗했는데 시계 속 무브먼트가 가짜라면? 무브먼트까지 진짜인 걸 확인했는데 또 다른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면? 시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장물이어서 수리를 맡겼다가 브랜드에 뺏긴다면? 저런 일들이 실제 있을까 싶겠지만 전부 실제 사례다.

중고거래 중엔 이런 기상천외한 일들이 왕왕 발생한다. 대부분은 직거래 현장에서도 발견 못하는 일이다. 눈앞에서도 잡아낼 수 없는 일은 내 과실이 아니고 사실 대비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계보다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시계 시장은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서로 한 다리 건너면 알 가능성이 높다. 판매자가 정말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장사꾼인지부터 신원이 확실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건 중고 시계 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느 취미생활이나 사람이 재산이다. 그 사람들이 해당 분야의 고수라면 더욱 그렇다.

 

무조건 만나라

▲ 직거래는 필수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우편 거래, 어떤 일이 있어도 말리는 방법이다. 거래 사기의 99%는 우편 거래다. 사기꾼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우편 거래를 유도한다. 물건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우편 거래의 또 다른 문제는 배송 중에 생길 수 있는 사고다. 배송은 입금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배송 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불리한 건 돈을 이미 낸 구매자다. 돈을 받고 하자가 있는 물건을 보낸 후 하자에 대한 책임을 구매자나 택배사의 탓으로 돌리는 사기 수법도 있기 때문에 모든 중고거래에서 직거래는 필수다. 거리나 시간상 직거래가 어려운 경우엔 ‘내 물건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게 이롭다.

 

확인하라

▲ 사람도, 시계도, 장소도 확인하고 또 확인할 것. 출처=이미지투데이

몇몇 확인절차를 생략하고 ‘무조건 GO!’를 외치는 쿨거래도 좋지만 확인할 건 확인해야 한다. 중고거래는 사람 사이의 거래인 만큼 전화통화로 상대의 목소리와 말투를 듣고 거래 분위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가격 협의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억대의 고가 시계를 거래하는 경우 서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가게로 따지면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분증 조회 시 불쾌할 이유도 없다.

직거래 현장에서 시계를 받은 경우 판매자 앞에서 시계 구석구석 흠집 여부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크라운을 돌려 보고, 날짜도 맞춰 보며 구동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별 확인 요소도 있다. 롤렉스는 글라스 위 레이저 각인을 확인하거나 인그레이빙 넘버가 보증서와 일치하는지 보며 정품 여부를 판별하는 절차도 있다. 거래 전, 거래 중, 거래 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꼼꼼히 확인하라.

직거래 장소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사람이 많은 곳인지, CCTV가 있는 곳인지 알아보는 게 좋다. 실제로 최루액을 뿌린 뒤 시계를 갖고 달아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장소 확인은 필수 사항이다.

 

기록하라

▲ 남길 수 있는 기록은 꼼꼼히 남겨 놓자. 출처=이미지투데이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날 보호해줄 수 있는 건 기록뿐이다. 거래와 관련해서도 통화를 한 뒤 문자를 통해 통화 내용을 남겨 놓는 게 좋다. 시계의 상태, 거래 금액, 거래 날짜 등 남길 수 있는 기록은 꼼꼼히 남기고 확인해야 한다. 대금 지불도 가급적이면 계좌 이체로 하길 권한다. 기록 문제도 있지만 현금 소지의 위험성, 위조지폐 가능성 등 통장 거래가 아닐 시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가 있다.

확인해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될 것도 많다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이건 당신의 시계 값을 허공에 날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더 많이, 더 꼼꼼히 확인해도 과할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건 ‘공부하라’다. 사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그 브랜드와 해당 시계의 특징 등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알아보라. 공부를 하면서 생기는 애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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