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이 지난 16일(현지시각) 유튜브 레드를 없애고 새로운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한다고 밝힌 게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레드는 9.99달러를 내면 광고없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유료 비즈니스 모델이며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 레드의 기존 서비스에 유튜브 뮤직 서비스가 더해지는 구조다. 월 11.99달러의 가격이 책정됐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등장은 곧 유튜브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의미한다. 유튜브 레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이 완성되는 그림이지만, 업계는 유튜브 뮤직을 통해 구글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 진출에 따른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의 강자다. 출처=플리커

격변하는 음원 스트리밍 시장

음원 업계의 맹주는 다운로드였다. 애플의 아이튠즈를 기점으로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전체 음원 시장을 선도하며, MP3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의 초기까지 호령한 바 있다. 변화는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과 함께 찾아왔다. 3G와 4G를 거치며 스트리밍 속도와 질이 빠르게 개선되며, 굳이 단말기에 음원을 다운로드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시장은 스트리밍이 다운로드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시장조사업체 PwC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2017 해외 콘텐츠 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규모는 스트리밍과 비교해 31%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다운로드 시장은 34억8500만달러를 기록해 66억5000만달러의 스트리밍 시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2021년 다운로드 시장은 11억달러로 축소해 170억달러로 성장할 스트리밍에 밀려 사실상 명맥이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맹주는 스포티파이다. 2008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회사며 시장의 트렌드를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꾸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았으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파이의 매력에 빠져있는 상태다.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에서 40% 수준이다.

2위는 애플뮤직이다. 약 20% 수준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단말기와의 연동으로 공격적인 외연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애플은 1위 스포티파이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료와 무료 모두 합쳐 회원이 50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매월 유료 회원수가 200만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세는 스포티파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의 유료 회원수는 7500만명, 월간 액티브 이용자수는 1억7000만명에 이르지만 회원 증가율 자체가 2%에 불과한 반면, 애플뮤직은 5%에 이른다.

최근 콘텐츠 분야 매출이 아이폰 매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애플의 비즈니스 다각화 전략이 날카로워지는 상태에서 애플뮤직의 성장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잡지계의 넷플릭스라는 텍스처까지 인수하며 콘텐츠 비즈니스를 구독형 비즈니스로 잡아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셈이다. 밀크를 내세운 삼성전자가 사실상 자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정리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브랜드 효과다. 지난해 인수한 노래찾기 서비스 샤잠을 인수하는 등, 애플의 스트리밍 시장 정복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와 주로 협력하고 있다.

▲ LG유플러스는 애플뮤직과 손을 잡았다. 출처=LG유플러스

최근에는 중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짝퉁의 나라'라는 별명처럼 저작권 보호가 형편이 없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정상적으로 살아나지 못했지만,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강력한 저작권 침해 단속을 시작해 시장의 질서를 잡아가는 중이다. 중국 국가판권국의 독점수권계약(exclusive deals) 금지 세칙까지 발표되며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건전성까지 확보되는 분위기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강자는 서비스 기준 카카오M, 즉 멜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멜론이 569만 이용자를 기록해 1위에 올랐고, 지니뮤직이 206만명으로 2위, 카카오뮤직이 133만명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뮤직은 115만명으로 4위, 벅스가 71만명으로 5위다. 1위와 2위인 멜론과 지니뮤직을 제외하면 톱5 서비스 중 3위부터 5위 서비스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이용자수가 하락했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 국내 음원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이다. 출처=와이즈앱

음원 스트리밍, 활용도가 많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확대는 통신 기술의 발달, 즉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 콘텐츠로 활약하는 중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물론 국내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3사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의 핵심 콘텐츠로 음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약 인공지능의 초입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의 존재감은 다소 낮지만, 음원 스트리밍 경쟁력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

월정액 서비스와 구독형 서비스의 등장으로 큐레이션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음원 스트리밍이 인공지능 시대에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해내는 셈이다. 구글 유튜브의 유튜브 매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멜론을 매각한 SK텔레콤이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3사와 협력해 음원 유통사업에 재도전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2월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음악사업 협약식을 갖고, 연내 음악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의 탈통신 전략의 핵심은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콘텐츠의 존재감이 버티고 있다.

▲ SKT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한다. 왼쪽부터 JYP 정욱 대표, 빅히트 방시혁 대표,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 SM 김영민 총괄사장이 서명하고 있다.출처=SKT

카카오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 로드맵은 경쟁사와 비교해 한 발 빠르다. 카카오는 지난 17일 카카오M 합병 사실을 밝히며 카카오 3.0 시대를 맞아 멜론의 이용자 기반을 카카오톡 이용자 전반으로 확대시키킨다고 발표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에 2016년 3월 인수될 당시 연간 매출 3576억원, 유료 회원 수 360만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연간 매출 5804억원, 유료 회원 수 465만명으로 성장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M으로 변신했던 기간은 짧지만, 카카오의 카카오M 인수라는 속도전을 통해 두 회사의 화학적 시너지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시너지의 핵심은 카카오톡의 생활밀착형과 카카오M의 음원 콘텐츠 서비스의 만남에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M 합병을 통해 막대한 현금 유입력을 갖추는 한편, 음원 스트리밍을 카카오톡에 더욱 강하게 녹여낼 수 있다.

▲ 카카오M이 카카오에 합병된다. 출처=카카오

나아가 음원 스트리밍을 통한 브랜딩 경쟁력 강화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카카오는 카카오M 인수를 통해 영상 콘텐츠 제작 부문을 따로 분사시킨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 출시 가능성이 높아지며 음원은 물론 영상 콘텐츠 시장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 등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상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부상하며 카카오톡과의 연결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 브랜드 가치는 더욱 강력해진다. 만약 블록체인과의 만남이 적재적소에 이뤄진다면 새로운 오픈 플랫폼의 가능성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프렌즈는 또 다른 자회사 JOH를 합병하는 한편, 카카오는 통합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대표인 조수용 대표가 브랜드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카카오가 통합 브랜딩 전략을 통해 플랫폼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에서 음원 스트리밍에서 시작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은 카카오 브랜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음원 스트리밍의 쓰임새는 많다. 다만 국내에서 음원 요금을 두고 창작자의 몫을 늘리는 개정안이 추진되는 등 변동성이 많기 때문에 음원 스트리밍 비즈니스의 핵심부터 새롭게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구글 유튜브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진출과 음원 스트리밍을 통한 브랜딩 가치까지, ICT 플랫폼 업계의 화두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음원을 선택했다.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