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피키스트에서 시작되어 SK브로드밴드 옥수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피키캐스트의 <부기영화>라는 영화리뷰 웹툰의 팬입니다. <부귀영화>가 아니라 <부기영화>입니다.

IT 기자로 일하며 피키캐스트를 애증의 눈으로 보던 참에 우연히 <부기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패러디와 드립의 향연으로 범벅이 된 웹툰을 보며 자연스럽게 약을 빨...아니, 약은 약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게 됐으며 지금도 최신 작품은 물론 오래된 콘텐츠를 즐겨 찾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2016년 개봉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을 리뷰한 콘텐츠를 오랜만에 본 후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이 실제 영화를 보기 위해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를 열었습니다. 2016년 넷플릭스 국내 출시 당시 <부기영화>가 시키는 대로 넷플릭스 미드(미국 드라마)를 섭렵하고 한 달이 지나자 미련없이 왓챠로 갈아탄 후, 어느날 제가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시청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눈치채고는 옥수수 시청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옥수수는 한국의 넷플릭스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IT 기자인 너는 요즘 OTT(오버터답) 뭐 보니?"라고 물어보면 저는 "한국의 넷플릭스요"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 영화 워크래프트 한 장면. 출처=영화사

프리미엄 가입자인데 1400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입던은 점프가 개념인지라 영화 <곡성>을 상상하는 한편, 갤럭시S8로 <워크래프트:전장의 서막>을 연 후 발을 구르며 속으로 '얼라이언스를 위하여'를 수없이 외쳤습니다.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오크, 검을 든 인간 전사. 호드의 침공이 시작됐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갑자기 화면 상하면의 크기가 자동으로 바뀌더니 자막이 보이지 않는겁니다. 당황한 저는 다른 영화도 그러나 싶어 찾아보니, 간혹 댓글에 '자막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불만이 적혀있는 것을 봤습니다. 오류인가 싶어 갤럭시S8을 흔들어보고 조작도 해봤으나 녀석은 답이 없습니다. 내 1400원! 내 프리미엄 가입자의 위엄! 진즉에 영어공부 할 걸!

혼란은 빠르게 수습됐습니다. 화면을 몇 번 눌러보니 '화면에 맞춰 자르기' '원본으로 보기' 등등의 옵션이 바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원본으로 보기'를 선택하니 자막이 정상적으로 나왔습니다. 비록 꽉 찬 화면은 아니었지만. 사소한 조작의 이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SK브로드밴드와 몇몇 취재원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옥수수의 스마트 피팅 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 피팅은 영상 위아래 여백이 생기는 검은색 비디오 레터박스를 자동으로 제거해 화면에 꽉 차는 영상을 제공하며, 영상몰입감을 높이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레터박스는 뭘까요? 레터박스는 화면이 16:9을 4:3으로 맞추면서 화면 상하에 2개의 검은 띠가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위아래 검은색이 비디오 레터박스다. 출처=픽사베이

제가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을 보면서 자막을 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옥수수는 콘텐츠가 시작되고 10초 간 화면을 자동으로 체크해 레터박스를 제거하는데, 콘텐츠 중간에 화면의 비율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 본 콘텐츠가 시작되는 즈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옥수수는 아래쪽 검은색 레터박스 부분에 자막이 포함되어 있는데, 자막이 없는 구간에서 크기를 자동으로 측정해 해당 화면 부분을 제거한다고 합니다.

고객들에게 편안한 화면 조건을 보여주려고 자동 맞춤 설정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보입니다. 단 이런 현상은 삼성전자 갤럭시S8, 갤럭시S9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역습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부터 인피티니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며 기존 16:9가 아닌 18.5:9의 화면비를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솔직히 18.5:9 화면비는 4:3과 대동소이하다는 대목.

거칠게 말하자면, 16:9 화면비의 콘텐츠가 많은 시대에서 옥수수가 스마트 피팅으로 기본 설정을 자동으로 변화시키는데 갤럭시S8과 갤럭시S9는 4:3(18.5:9)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입니다. 참고로 갤럭시S8부터 18.5:9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화면비 이슈는 논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4:3이 아닐까? '있어빌리티'인가? 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 큰 문제는 아니고 자막을 보려면 그냥 옥수수에서 조절하면 끝입니다. 스마트 피팅 기능은 옥수수 기본 설정에서 조작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다행하게도, 삼성전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6월 말부터 이 문제는 해결될 예정이랍니다. 비단 옥수수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소소한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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