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17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출하량 기준 92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분기 출하량 240만대와 비교하면 약 4배 가까운 성장세다. 아마존이 43.6%로 1위, 구글이 26.5%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알리바바가 7.6%로 3위, 애플은 6.0%로 4위다.

구글과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경쟁이 불을 뿜는 가운데, 두 회사의 전략 지향점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점유율. 출처=SA

구글과 아마존, 충돌의 연속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포털과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했으나 최근 초연결 ICT 시대를 맞아 다양한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의 AWS가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운데 구글과 애저를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추격하고 있다. 테크 기반의 구글과 MS가 전자상거래 기반의 AWS와 대립하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아마존은 구글의 안마당인 광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28일 구글과 광고계약을 해지하고 일부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대상으로 하는 웹 광고를 테스트할 에정이다. 구글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 상단에 아마존의 상품이 배치되는 광고가 사라지는 셈이다. 아마존이 자체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탈구글'을 선언했다. 유럽연합이 지난해 구글을 대상으로 3조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마존과 같은 외부 검색 결과물의 의도적인 배제였다. 아마존은 구글의 검색 생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 됐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강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구글과 아마존은 일종의 복마전처럼 흘러가고 있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월마트가 현지 전자상거래 강자인 플립카드 지분 77%를 17조72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 알파벳이 플립카드 지분 10% 수준을 원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노리고 있는 아마존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알파벳이 플립카드 지분을 확보하는 것에 성공하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판세 변화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구글과 아마존의 전쟁은 인공지능 시장에서 절정을 이룬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터페이스 진화와 맞물리며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두 기업의 전략은 날카로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SA에 따르면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최강자는 아직 아마존이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으며, 알렉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에코 파생 플랫폼을 보여준 것도 주효했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구글의 약진이다. 아마존 에코는 지난해 1분기 81.8%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자랑했으나 올해 1분기 점유율이 43.6%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구글홈은 지난해 1분기 12.4%에서 올해 1분기 26.5%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아마존 에코가 크게 휘청이는 것일까? 내막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 에코는 지난해 1분기 출하량 200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400만대로 2배 늘었다. 다만 구글의 구글홈이 지난해 1분기 30만대 출하량에 그쳤으며, 올해 240만대로 성장했기 때문에 에코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 아마존 에코의 생태계. 출처=아마존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약 4배 확대되며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구글홈이 2배 이상의 외연 확장을 이뤘으나 구글홈이 저조한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점유율 수직상승의 마법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즉 시장이 커졌고, 아마존 에코도 고무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구글홈이 워낙 낮은 점유율에서 올해 1분기 '준수한 성장'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성장세와 비례해 중국의 알리바바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애플을 누른 지점도 의미있다. 시장은 확대되고, 구글과 알리바바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아마존 에코는 여전히 순항중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구글은 최근 개발자 회의 구글I/O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로 구동할수 있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의 파생 플랫폼, 아마존 에코를 겨냥한 전략이다.

▲ 구글홈이 전시되고 있다. 출처=구글

두 회사의 인공지능 전략은?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점의 문어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 점포를 운영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아마존의 인공지능은 순수한 연결, 데이터의 확장, 이에 따른 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구글의 인공지능 전략은 실생활에 영점조정을 했다는 평가다. 구글I/O에 등장한 듀플렉스는 추임새도 재연하는 인공지능 예약 서비스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알파고는 바둑두는 인공지능이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스마트홈을 중심에 두고 모바일 패권을 초연결 패권으로 이어가기 위한 강력한 매개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테크 기반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의 특수성으로 분류할 수 있듯이, 인공지능 시장도 동일한 대비가 가능하다. 테크, 즉 기술을 중심에 둔 기업은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순수한 의미의 초연결을 지향하지만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의 인공지능은 플랫폼 강화에 따른 생태게 전략, 나아가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물론 큰 틀에서 두 기업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생활밀착형 서비스 강화가 곧 플랫폼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구글은 서비스 중심의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전략, 아마존은 플랫폼 중심의 위에서 아래로 굳어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결국 아마존과 구글은 포털과 클라우드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전장에서 만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