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파스타와 피자는 더 이상 먼 나라 요리가 아니다. 한때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 볼 수 있던 이 음식들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됐다. 포털에서 지역 이름과 파스타 맛집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오는 서울 시내 레스토랑만 수천 곳이 넘는다. 그만큼 보편화됐다는 것이고, 다시 말하면 그만큼 제대로 된 곳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참 기뻤다. 한적하고 조용한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숨어있는 맛있는 식탁, ‘더 테이블’ 얘기다. 더 테이블의 파스타 면과 피자 도우는 태재열(43) 대표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재료부터 식탁까지 모두 관리하는 일종의 원스톱 공정인 셈이다.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자는 태 대표의 열정이 담겼다.

▲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테이블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1. 음식종류 : 이탈리아 음식

2. 위치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회기로 14 어진재

영업시간 : 런치 11:30~14:30 / 디너 17:30~21:30

메뉴 : (피자) 푸루셧도 뽀모도로 23.0 살시치아 22.0 피칸테 19.5 애플 브리 23.0 버팔로 마르게리타 16.0 등 (파스타) 감베리 푸루셧도 22.0 까르보나라 빠빠델레 17.5 나폴리아나 19.0 판체타 빠빠델레 19.5 봉골레 18.5 등 (스테이크) 등심 스테이크 47.0 양갈비 스테이크 47.0 꽃등심 스테이크 120.0 등

▲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더 테이블 위치. 6호선 고려대역 3번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출처=네이버 지도

3. 상호

더 테이블의 상호는 어떻게 보면 다소 평범하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에 ‘더 테이블’을 치면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족히 열 곳은 나온다. 하지만 태 대표는 상호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상호가 아니라 공간과 음식이라는 것이다.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많아도 상관없어요. 상호야 바꾸게 되면 언제든 바꿀 준비도 돼 있고요. 정체성을 너무 한 쪽에 가둬두지 않으려고 ‘맛있는 식탁’이라는 이름의 더 테이블로 지은거죠”

사실 최초의 이름은 태 대표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태-테이블’ 혹은 ‘T-테이블’이 될 뻔 했다고 한다. T-테이블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너무 ‘찻집’ 같다는 의견이 나와서 조율 끝에 더 테이블에 정착하게 된 것이라고.

4. 경영철학

좋은 재료, 아주 전통적인 방식,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게 태 대표의 철학이다. 매장이 깨끗하고, 음식이 정갈하고, 재료가 신선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 대표는 그 속에 한 가지 재미를 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이를테면 스테이크 위에 붙는 ‘불 쇼’나 매장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치즈 그라인더 같은 ‘보는 재미’ 말이다.

▲ '불 쇼'를 더해 보는 재미를 더한 등심 스테이크. 현무암에 올려 오랜 시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데다 고객이 직접 굽기를 조절할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5. 주메뉴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더 테이블의 주 메뉴는 피자와 파스타다. ‘푸루셧도 뽀모도로 피자’는 달달한 비법크림에 상큼한 토마토, 짭짤한 푸루셧도 햄의 ‘단짠’의 조화가 일품이다. 매장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치즈 그라인더에서 갈아낸 신선한 파르메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마치 눈꽃처럼 올라가 있다.

돼지 뒷다리로 만든 푸루셧도 햄은 태 대표가 워낙 좋아하는 재료다. “스페인에 하몽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푸루셧도 햄이 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피자나 음식에 자주 올려 먹고 생으로도 많이 먹는데, 처음 우리나라에서 팔아보니 거부감을 느끼는 손님들이 계셨죠. 그래서 푸루셧도 햄을 어떻게 하면 쉽게 드실 수 있게 할까 하다가 여러 메뉴를 개발한 거죠”

▲ 감베리 푸루셧도 파스타. 푸루셧도 햄을 베이스로 한 토마토 소스에 새우, 조개, 와일드 루꼴라가 들어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감베리 푸루셧도 파스타’ 역시 푸루셧도 햄을 베이스로 한 파스타다. 토마토 소스에 잘게 다진 푸루셧도, 큼직한 새우와 조개가 아낌없이 들어간 파스타에는 와일드 루꼴라가 쌉쌀한 맛을 더해 한 그릇을 다 비워도 느끼함이 전혀 없다.

초벌해 나온 등심 스테이크는 기름을 뿌려 불을 붙이는 ‘불 쇼’로 보는 재미까지 더한 메뉴다. 특이한 점은 플레이팅에 현무암이 사용된다는 것인데, 일반 돌을 사용하면 기름이 사방으로 튀지만 현무암은 표면에 난 구멍으로 기름이 스며들어 따뜻하고 담백한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가니쉬로 올라간 구운 브로콜리에는 마요네즈를 올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냈다.

▲ 더 테이블의 푸루셧도 뽀모도로 피자. 짭짤한 푸루셧도 햄에 달달한 사워크림, 상큼한 토마토, 루꼴라, 파르메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조화롭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6. 맛의 비결

태 대표는 SPC그룹 개발팀에서 7년을 일했다. 소속 브랜드의 메뉴를 개발하고 연구할 뿐만 아니라 직접 요리도 했다. “일을 하면서도 요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어요. 큰 형님이 청담에서 12년째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신데, 그 곳에서 외국인 요리사들에게 개인레슨을 받았어요. 매일 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 이어졌는데,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된 것 같아요” 

대대로 요리사 집안이었다는 그에게 요리는 어떻게 보면 숙명이었다. 2010년 파스타 면과 피자 도우를 생산하는 공장을 차린 뒤 회사로 다시 복귀했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은 그를 다시 필드로 불러냈다. 그리고 2016년 5월 더 테이블을 시작했다.

7. 특별한 서비스

더 테이블의 메뉴는 계절 별로 바뀐다. 그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해외 출장에서 얻은 영감을 메뉴에 반영하기 위해 메뉴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까지. 해외 곳곳의 레스토랑을 찾아가 무작정 명함을 내밀고 씹고, 뜯고, 맛본 뒤 레시피를 배워온다. 현지에서 얻은 영감으로 지금의 더 테이블이 만들어졌다는 게 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누군가 젊었을 때 자신처럼 더 테이블을 찾아와 레시피를 물으면 기꺼이 모든 걸 다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 역시도 수없이 해외를 돌며 ‘그런 식’으로 요리를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모든 데이터는 이미 만들어져 있어요. 레시피는 레시피일 뿐, 그 안에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만드는 것이 요리거든요”

▲ 더 테이블 실내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더테이블

더 테이블의 주 고객은 인근의 대학교와 연구원 식구들이다. 고려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카이스트는 물론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농촌경제연구원에 이르기까지 학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날 더 테이블을 찾은 한 고객은 “직장이 근처라서 점심에 자주 찾아온다. 근처에서 여기만큼 깔끔하고 제대로 된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곳을 보지 못 했다”고 극찬했다.

더 테이블의 단골이라는 또 다른 고객은 기자에게 이 곳의 까르보나라를 추천했다. “다른 곳에서는 꾸덕한 크림소스를 베이스로 한 한국식 까르보나라를 파는 반면 여기서는 정통 이태리식 까르보나라를 판다”면서 “계란 노른자를 살짝 터뜨려 섞어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이태리에서 먹은 그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셰프의 감성이 온전히 담긴 피자와 파스타, 더 테이블에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