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기준금리 향방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5월 금통위가 오는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5월 소수의견-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과 금통위 내부 위원의 구성 변화, 국제유가 상승세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 우려 등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여전히 변수는 상존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5월 소수의견과 7월 인상 포지션을 컨센서스로 보고 있다. 미국의 6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보폭을 맞춰 5월에 소수의견을 시그널로 내보낸 뒤 7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이 올린다고 무조건 따라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지만,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는 우리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3조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1.75%)은 한국 기준금리(1.50%)보다 높아 역전된 상황이다. 미국은 연내 2회에서 3회, 한국은 1회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올해 기준금리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네번째)와 임지원 신임 금융통화위원(왼쪽 네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임명장 전달식에서 하성 감사, 고승범 금통위원, 조동철 금통위원, 이일형 금통위원, 신인석 금통위원, 윤면식 부총재(왼쪽부터 차례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한국 경제상황 낙관 어려워”…금리인상 7월 이후로 미뤄지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만을 두고 우리 기준금리의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다. 최근 경제지표의 둔화와 한은 총재의 발언 등으로 시장에서는 5월 소수의견-7월 금리인상 컨센서스에 균열이 생겼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이주열 총재는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 임명장 전달식에서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우려스런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이후 우리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으나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간 무역갈등 불확실성,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 등이 어떻게 진행될 지 우려된다”면서 “국내로 눈을 돌리면 고용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취업자 수를 보면 1년 전보다 12만3000명 증가하면서 3개월째 10만명 초반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만명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준금리는 통상 경제상황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탈 때 상향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국내 광공업생산과 수출, 고용 등 실물지표들은 부진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한국경제를 두고 ‘침체 초입 국면’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때문에 5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보다는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다음주 5월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 컨센서스 경로에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근거는 국내 자체의 여건 보다는 대외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국내 영향이 주요 근거임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 변동성은 미국과의 차별화 정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임지원 신임 금융통화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임명장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임지원 신임 위원 합류…5월 금통위 ‘매의 발톱’ 드러낼까

5월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난 2일 함준호 금통위원의 후임으로 임지원 JP모건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이 새 금통위원으로 임명됐다.  임 위원은 4월 금통위 직후 만든 보고서에서 7월 금리인상을 전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5월 금통위에서 임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임 위원의 통화정책에 대한 성향을 살펴보면 매파(금리인상 지지)와 비둘기파(금리인상 반대)가 혼재된 성향을 보였다. 2012년 한은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을 예상하고 2013년에 금리인하를 지지했고 오는 7월 인상을 점쳤다는 점에서는 매파로 보일 수 있으나, 올해 성장률을 2.8%로 제시한 점은 일반적인 매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변동성이 큰 트레이더와 전략가들 사이에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는 이코노미스트 역할을 해왔던 만큼 데이터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6년 6월 한은이 선제 시그널 없이 만장일치 후 금리를 전격 인하했을 때 임 위원은 “시그널 없이 금리인하, 완벽한 유턴”이라고 꼬집었던 적이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발언을 종합해 보면) 임지원 신임 위원은 시장과이 소통, 시그널 제공에 보다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드러난 위원들의 성향은 매파 2명, 비둘기파 2명, 중립 2명으로 확인됐다. 이중 중립 1명은 임기가 종료된 함 위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매파로 알려진 이주열 총재를 포함하면 금통위 내에는 매파 3명, 비둘기파 2명, 중립 1명이 있는 가운데 임 위원의 성향에 따라 균형 혹은 불균형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