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7일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찍었다.  비록 브렌트유가 70달러대에 장을 마쳤지만 배럴당 80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 국제유가(WTI 기준) 추이.출처=매크로트렌즈

유가가 오르면 산유국들은 지갑이 두둑해진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원유 수입국은 지출해야 할 원유수입대금이 늘어난다는 뜻이 된다. 시쳇말로 뼈빠지게 노력해서 상품수출하고 번 돈을 산유국에 다 갖다받치는 꼴이 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에서도 원유소비가 많은 국가들의 원유 수입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들이 지출해야 할 원유수입대금은 얼마나 될까? 원유투자자들이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 주판알을 튕기기에 바쁘지만 이들 국가의 정책입안자들과 정유사들은 머리가 늘어나는 수입금액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국가들이 원유 수입 대금으로 받쳐야 할 돈이 올해 1조달러(약 108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2015년과 2016년에 비하면 무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수요 증가와 달러 강세를 이유로 들었지만 유가 상승도 한 몫을 한다.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올들어 근 19% 상승했다.

17일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날과 같은 배럴당 71.49달러를 기록했다. 그래도 3년 반 사이에 최고치다. 같은 시각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79.30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 중 한 때 배럴당 80.50달러를 기록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보고서도 이미 나와 있다.

2008년 8월 배럴당 132달러대까지 간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준까지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국의 수입대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에 따른 자동차, 산업수요가 원유수입을 폭증하도록 했다. 현재의 고유가가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와 같은 지정학 이슈가 아니더라도 아시아, 특히 인국 중국의 강력한 수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세계 원유 소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루 1억배럴에 이른다. 원유 생산은 하지만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세계 산유량의 10분의 1을 밑돈다.

세계 최다 인구국인 중국은 지난 4월 하루 평균 960만배럴을 수입했다. 현재 가격을 적용하면 7억6800만달러어치다. 월 230억달러, 연간 2800억달러가 나온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 인도는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원유를 수입했다. 인도는 원유수요량의 80%를 수입한다. 인도 정부는 올해 수입해야 할 원유가 16억1000만대럴로 추산했다. 현재 가격을 적용하면 이는 1272억달러 정도가 된다. 

아시아의 선진국 일본, 신흥국이면서 원유소비량이 많은 한국까지 포함하면 원유수입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아시아의 원유소비량이 전세계 원유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27%에서 올해 약 35%로 높아졌는데 아시아의 경제발전으로 이 비중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같은 기간 25%에서 19%로, 북미는 31%에서 25%로 비중이 각각 낮아졌다. 

고유가의 파급력은 막대하다. 원유수입국 관점에서 본다면 수입액이 불어나고 수입물가가 상승해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질 수 있다. 저성장 고물가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조선과 시추선 등 플랜트를 수출하는 국가의 관점에서는 산유국들의 유전 개발과 관련된 수출은 물론 원유수출에 따른 재정수입이 증가한 덕분에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재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높아진다.

국가별로는 국영 석유회사 상장을 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높은 값에 상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산유국도 마찬 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유전개발을 촉구하는 미국은 셰일업체들이 부활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들의 투자에 따른 미국의 원유 수출 증대는 길게 보면 미국의 수입수요를 늘려 수많은 수출 기업들에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싫어하겠지만 원유수출이 주요 재정수입 원천인 러시아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감산합의에 참여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들도 공히 이득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나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경제제재를 다시 받을 이란만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게 흠이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