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 한우리열린교육 회장
(주)한우리열린교육 회장은 한국 교육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 중 하나다. (주)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 한우리GNS 회장, 추사 김정희 선생 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역사 속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좋은 책을 통해 과거 위인들의 삶을 엿보고 그들의 철학을 배우며 꿈을 키우게 하는 ‘책의 힘’을 언급한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필자는 400년 전 시대를 살았던 ‘데카르트’가 남긴 이 명언을 볼 때마다 ‘진로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다. ‘진로독서’에 대한 깨달음은 필자의 인생을 이끌어준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면 틈틈이 책을 읽었다. 그러던 중 내 일생의 애독서인 ‘도산 안창호’ 전기를 만나게 됐다. 일제강점 하에서 벗어나려면 무력보다도 지식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도산의 교육철학에 큰 감명을 받고,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하기 보다는 ‘도산’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40대에 들어서면서, 남은 일생을 독서운동에 바치겠다는 꿈을 키웠다.

독서로 인해 인생의 진로를 찾게 됐고, 지금은 사명감을 갖고 ‘독서전도사’의 길을 행복하게 걷고 있다. 필자가 독서교육이 교양과 지식을 쌓는 수준을 넘어 청소년기에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진로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많은 대한민국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 선택권을 부모에게 빼앗기고 있는 듯 하다. 독서를 비롯하여 아이들이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한데 의사, 변호사, 판사 등 어른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선택의 범위를 좁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만약 어렸을 때 스케이트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가 초등학교 축구단에 입단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본인이 가진 재능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운 좋게도 자신의 적성을 일찍부터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진로 탐색 과정은 보통 직접, 간접 경험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 자체는 진로 탐색의 성과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훌륭한 자산이 된다. 직접 경험은 최근에 그 중요성이 커진 ‘체험학습’을 통해 가능하다. 해외여행을 통해 세계 문명이나 역사에 대해 공부해보거나 농사를 직접 지어보거나 직접 그 공간을 찾아가 보고, 느끼고, 즐기는 활동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은 시간과 비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자녀를 좋은 곳에 데려가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가진 공통된 생각이지만, 시간,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어 실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더불어 진로탐색을 위해서는 간접경험도 중요하다. 되도록 어렸을 때 아이의 진로적성을 찾아 재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진로적성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간접경험 방법이 바로 독서다.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한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지능은 언어지능, 음악지능, 자기성찰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연친화지능, 논리수학지능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아이의 강점지능을 독서를 통해 찾자는 것이 진로독서의 핵심이다. 아이가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면 타고난 재능과 숨은 적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의 경우 효과적인 진로독서를 위해 추천도서 한 권마다 다중지능 이론에 따라 분류하여 분석표를 첨부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도서의 어휘 수준, 줄거리, 추천 이유 등은 물론, 책 내용이 어떤 지능, 어떤 진로계열과 연관되는지 밝혀주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진로독서를 지도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다.

독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진로·적성을 찾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꿈을 발견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우리 자녀들이 어린 시절 독서를 통해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본인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