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포털 뉴스 댓글 조작 논란이 국내 ICT 플랫폼, 언론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꿀 조짐입니다. 네이버는 5월 초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3분기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 콘텐츠를 내린다고 발표했으며, 카카오의 다음은 모바일 첫 화면에 ‘추천 탭’을 신설해 뉴스 콘텐츠와 기타 콘텐츠를 모두 보여주는 방식으로 선회했습니다.

 

드루킹의 매크로가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 플랫폼 공공성 논란을 촉발시킨 후, 사태는 ‘네이버를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가’로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털 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대표적입니다. ‘제2의 드루킹을 막을 수 있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박대출, 민경욱, 송희경,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으며, 네이버에서는 원윤식 정책담당 상무만 나왔습니다.

토론회 패널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상 원윤식 상무가 모든 패널의 날 선 공격을 막아내는 자리였습니다. 네이버를 대표해 자리한 원 상무를 중심으로 일종의 청문회가 열린 셈. 정말 많은 이야기들, 폭로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키워드만 5개 뽑아보겠습니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포기해라” 네이버 뉴스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환 변호사는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기업인 네이버가 공익의 저널리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모든 고려사항을 떠나 네이버가 뉴스 사업에서 손을 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예단하기 어렵지만 언론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중소 언론사의 폐업으로 이어져 저널리즘의 다양성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7- 한국’ 편에 따르면 국내 독자들 중 고작 4%만 언론사 홈페이지에 방문해 기사를 본다고 합니다.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언론사 홈페이지에 찾아가지 않던 독자들은 오히려 SNS를 통한 큐레이션 서비스 등에 매료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2014년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의 언론사 악셀 스프링거는 구글의 종속을 거부했다가 백기투항한 사례가 있습니다. 구글도 자금을 지원하며 달래기에 나섰기 때문에 사태는 수습됐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포털의 경쟁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한다고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과 액션플랜에 대한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 포털 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뒤틀린 관문” 송희경 의원은 “포털은 관문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뒤틀린 관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가두리 생태계 중심으로 성장한 네이버는 뒤틀린 황천의...뒤틀린 관문이라는 비판을 충분히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포털이 뒤틀린 관문이라면, 최소한 이를 인지한 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거나 ‘왜 뒤틀렸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고민이 없습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지연 한국당 수석전문위원은 언론사를 좌파와 보수로 나눠가며 네이버의 플랫폼 공공성을 비판했는데. 이러한 식별법은 사태해결에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법도 다른데, 내 위치에서 본 시각을 증거로 삼아 포털을 ‘뒤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 위원이 “네이버가 직업이 자유한국당 반대하는 매체, 단체로만 채우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납득할 수 없지만 짐작은 간다. 현재 네이버 뉴스 편집 구성원들이 편향되어 있다. 이들은 30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으며 세대적으로 다소 편향되어 있다”는 신선한 비판의식을 보여준 지점이 아쉽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웃링크 찬성 매체 1개 네이버 거짓말” 정우현 한국신문협회 전략기획부장은 “네이버가 5월 초 아웃링크에 찬성하는 언론사가 단 1곳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많은 언론사들이 아웃링크에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 질문을 했는데, 아쉽게도 바로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별도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시계를 돌려 5월 초 네이버 기자회견으로 갑시다. 당시 유봉석 리더는 “70개 언론사에 아웃링크 의향을 물었으며, 70%의 언론사가 답변을 보내 왔다. 아웃링크에 찬성하는 언론사는 1개였고 절반은 유보, 나머지는 인링크에 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정 부장은 ‘유보’ 의견을 ‘아웃링크 반대’로 집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많은 언론사들이 아웃링크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 부장의 주장 근거는 네이버 조사와는 별개이며, 협회 자체적인 집계입니다. 정 부장은 “연합뉴스를 포함한 다수의 언론사들은 아웃링크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네이버 설문조사에서 유보 입장을 보인 곳은 아웃링크 반대가 아니라 찬성이라는 논리가 완성됩니다. 한국신문협회가 당당하게 아웃링크 법제화 성명서를 발표한 원동력입니다.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언론사들이 네이버 조사에서 반대가 아니라, 특히 유보가 아니라 찬성을 하면 되지 않았을까. 정 부장은 “네이버가 아웃링크 의향을 물으며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네이버가 전재료나 기타 아웃링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아웃링크 찬반만 물었으며, 아웃링크에 찬성함에도 일단 유보를 택했다는 말이 성립됩니다. 70개 언론사 중 답변을 보내온 70% 언론사의 절반이 유보의 가면을 쓴 사실상 아웃링크 찬성표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통계입니다.

▲ 포털 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김진욱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네이버”라면서 “네이버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하고, 혁신도 없이 논란만 일고있는 뉴스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 변호사는 또 “네이버가 만약 드루킹 사태와 같은 조작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 자유경제시장의 구도를 부정하는 셈”이라면서 “특검이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가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의 전제에는 ‘네이버가 신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고, 뉴스를 통한 트래픽 사업이나 스타트업 골목상권 침해에만 관심이 있다’는 전제가 깔렸습니다. 지나치게 단편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네이버가 시장 약탈자 지위로 횡포를 부리는 것이 맞다는 반론이 충돌합니다.

“윤영찬 청와대 수석, 의심스럽다” 네이버의 배후에 윤영찬 청와대 수석이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포털 공공성 논란이 불거지는 순간마다 거론되는 말이며,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번지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