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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와병과 구광모 상무 부상..LG 후계 정비 나서나“승계작업 속도 빨라질 것”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5.17  17:17:55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와병중인 가운데 ‘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 상무가 17일 (주)LG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재계는 LG그룹의 후계 승계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G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내달 29일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다. 임시주총 부의 안건은 LG전자 구광모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인해 ㈜LG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함에 제약이 있는 관계로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구광모 상무, 출처=뉴시스

구 회장의 병세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재계에 떠돌고 있는 미확인 정보가 넘치지만,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 이사회가 다소 급하게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것과 구광모 상무가 빠르게 등판하는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중이다. 구 회장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뜻이다.

구 회장은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으나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고령을 이유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함께 조기귀가하는 등 체력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LG전자의 하도급 업체 후려치기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LG는 SNS 등을 통해 독립군 기업으로 알려지며 전 국민의 호감을 사는 거의 유일한 국내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반 기업 정서가 날카로운 현재, 많은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구 회장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동시에 재계는 구광모 상무의 부상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임원 세미나를 주도하는 한편 각 계열사의 전략보고회의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절단에도 구본무 회장 대신 구본준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 최전선에 있지만 LG는 후계구도에서 철저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한다. LG그룹의 구인회 창업주가 1969년 가을에 병을 얻어 그해 12월31일 향년 63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후,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희 락희화학 사장은 동생들과 조카들을 불러 자기는 경영승계에 관심이 없으며, 창업주의 아들인 구자경 부사장이 그룹을 맡아야 한다고 못 박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자경 회장도 1995년 2월 경영권을 당시 50대이던 장자 구본무 부회장에게 넘긴다. 구자경 회장이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당시 칠순은퇴원칙이 새롭게 만들어 졌으나, 현재 이는 지켜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LG의 장자승계원칙을 반추하면, 구광모 상무가 그룹의 후계자라는 점은 명확하다는 평가다. 칼부림이 난무하는 다른 대기업 오너가와는 다르다는 뜻이다.

구광모 상무는 본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직계가 아닌 방계로 봐야 하지만 2004년 아들이 없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하며 후계자가 됐다.

구광모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 2007년 재경부문 과장을 거쳐 2014년 HA사업본부 부장을 역임했다. 이어 2014년 (주)LG로 넘어와 시너지팀 부장을 거쳐 2017년 경영전략팀 상무에 올랐다.

이후의 행보가 중요하다. 구광모 상무는 2017년 11월 인사이동에서 상무에서 승진하지 못하고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ㄴ왔다. 당시 LG는 “구광모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2B 사업본부는 2017년 첫 신설된 LG전자 5개 부문 중 하나다.

구광모 상무를 둘러싸고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가 갑자기 급물살을 탄 순간은 올해 2월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월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8(Integrated Systems Europe 2018)이 열린 가운데, LG전자가 이례적으로 구광모 상무를 언급하는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LG전자 보도자료에는 “차원이 다른 화질과 활용성을 갖춘 올레드 사이니지를 비롯, 디스플레이 분야의 앞선 제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맞는 최적의 고객 솔루션을 계속해서 제공해가겠다”는 구광모 상무의 멘트가 실렸다. 재계에서는 LG가 서서히 구광모 상무를 강조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문제는 시간이다. 최악의 일이 벌어질 경우, 1978년생인 구광모 상무가 지금 당장 글로벌 대기업의 수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된다. (주)LG와 LG전자를 거치며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았지만 절대적인 경영수련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걱정어린 시선도 있다. 재계에서는 구본무 부회장이 건강하게 복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만일의 경우 구본준 부회장 역할설과 구광모 상무 등판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주)LG가 발 빠르게 구광모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카드를 뽑았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후계 구도는 이미 완성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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