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inc.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하루 2617회. 우리가 하루 동안 전화기 두드리거나 손가락으로 긁는 회수다.

모바일앱 리서치 회사인 디스카우트(Dscout Inc.)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전화기를 만지면서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25분. 게다가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은 근무 시간이다.

광고 회사 ‘브라운, 파커 앤 드마리니스’(Brown, Parker & DeMarinis)의 최고 경영자(CEO)인 제이슨 브라운은 직원들이 휴대 전화에 매달려 있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2년 전 그가 회의 중에 직원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다가 잠시 멈춰 회의실을 둘러 보았더니 참석자 대부분이 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죠.”

그는 너무 화가 나서 그날 부로 회사 전체에 다음과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전화기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오지 말 것. 전화기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은 해고할 것임.”

많은 관리자들이 직장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 갈등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마트폰은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 주고, 업계의 신속한 발전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으며, 고객과 동료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해 준다. 그러나 인력개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업체인 커리어빌더(CareerBuilder)가 2016년에 2000명 이상의 임원 및 인사 담당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화기는 회사에서 생산성을 해치는(productivity killer) 최고의 도구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증거도 있다. 텍사스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가 전화기를 책상에 올려 놓으면, 비록 전화기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화기를 핸드백이나 옷장에 걸러 둔 코트의 호주머니에 넣어두었을 때보다 그들의 인지 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L3 테크놀로지(L3 Technologies Inc.)의 IT 프로젝트 관리자인 빌 후프스는 "멀티 태스킹(multitasking, 다중 작업)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후프스는 3년 전, 이 항공우주방위 회사에서 25명으로 구성된 팀을 맡았을 때, 그룹 모임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뜰 때마다 나머지 사람들은 기다려야 했지요."

결국 그는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일 때에는 전화기를 책상에 두고 오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회의에서 대화와 아이디어의 질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의 업무에 대해 더 많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시간주의 금융 회사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United Wholesale Mortgage)의 CEO인 매트 이시비아도 약 2년 전에 회의에서 전화기 사용을 금지했고, 최근에는 임원진들과 다른 관리자들에게도 회의하러 오갈 때 전화기를 확인하지 말라고 주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화가 너무 중요해서 인사할 틈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마십시오.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 치십시오."

이시바아는 현재 전화 중독에 대한 또 다른 해결책을 실험하고 있다. 약 250명의 근로자 그룹이 책상에서 개인 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그들이 전화기를 사용하려면 전화 통화나 직원간 교제를 위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45일 동안 시범 운영을 했더니 근로자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하는 빈도가 훨씬 더 줄어들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가 전화기를 책상에 올려 놓으면, 비록 전화기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화기를 핸드백이나 옷장에 걸러 둔 코트의 호주머니에 넣어두었을 때보다 그들의 인지 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Moneyish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방하는 회사인 도커(Docker Inc.)의 제품 관리자인 브라이언 리도 매일 매일의 전화 사용이 문제가 된다고 여기고, 지난 달에 자신의 전화기에 하루에 전화기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추적해 주는 모멘트(Moment)라는 앱을 설치했다. 앱을 설치하고 처음 측정했을 때에는 하루에 4시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 달이 지난 5월 초부터는 약 1시간으로 줄였다.

브라이언은 회사 내 다른 8명에게도 이 앱을 다운로드 받아 매일 얼마나 전화를 사용하는지 그 시간을 화이트 보드에 써 보자고 요청했다. 가장 낮은 시간을 기록한 팀 구성원은 그것을 자랑 할 권리를 얻는다.

"우리는 계속 돌아가며 보유하는 트로피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전화는 회사에서 회의할 때에도 소중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용 비디오 플랫폼 개발 회사인 비드플랫(Vidplat LLC)의 셰인 우튼 CEO는 최근 자신을 찾는 손님들에게 ‘전화기는 밖에 둘 것’을 요청해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부터, 우튼은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전화기 사용을 제한하면서 다소 저항에 부딪혔다. 직원들은 아픈 아이와 계속 연락을 취해야 하고, 회의와 관련된 정보를 찾는 데에도 전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중학교가 아니라고 말했죠. (중학교에서처럼) 양동이에 휴대폰을 수거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쳐다보지 말라는 것 뿐이었지요.”

구글은 지난 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차기 버전에 전화기에 얽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돕는 기능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전화기에 소비하는 시간을 확인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을 표시하고, 전화 잠금 해제 빈도를 표시할 수 있다.

그렇다. 어쩌면 (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모든 회사에서 시행하는 전화기 사용 제한 방침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브라운의 광고 회사에서도 전화 사용 금지 포고령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아 2개월 밖에 가지 못했다.

직원들이 전화기 대신 회의 시간에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 온 것이다. 이런 기기들도 직원들을 산만하게 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직원들이 고객의 전화나 이메일을 받지 못할 까봐 걱정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40여명의 직원에게, 회의에 반드시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직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그러나 기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회의에 전념하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브라운은 자신도 오는 전화를 몇 번 받지 않았다며 그 경험을 금주법 시대에 술을 금지시켰던 것과 비교했다.

"그 법을 만든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국가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