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탈무드에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고 적혀 있다. 게임 개발 서비스업체인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에서 이 격언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엔씨가 설립한 엔씨문화재단이 그 주체다. 엔씨문화재단이 벌이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중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활동과 체험 제공 활동이 돋보인다.

엔씨문화재단은 게임 개발·서비스 업체 엔씨소프트가 창립 15주째 되던 해인 2012년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판교 엔시소프트 R&D 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10명 내외의 직원이 재단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담당한다.

 

MIT 공대생에게 듣는 이과 수업

엔씨문화재단은 미국의 MIT대학(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 한국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엔씨문화재단 관계자는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제공하고 시야를 넓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장래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과계열 명문 사립대학인 MIT의 학생들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2016년부터 시작했으며 부산에 있는 ‘소년의 집’과 ‘송도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학생들 연령은 평균 중학교 2~3학년. 수강인원은 교육 효과를 고려해 25명 내외다. 프로그램 이름은 ‘STEM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 교육이 이뤄진다.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네 명의 MIT 대학생들은 약 4주간 한국에 머물며 과학, 해양공학, 기계공학, 범죄수사 등 8가지 과목을 아이들에게 교육한다. 학생들이 일상에서 대하는 현상과 생명, 물체 등으로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재미있는 실험을 병행한다. 수업은 영어로 한다. 영어 수업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송도가정 관계자에 따르면 설명을 듣는 시간보다는 직접 체험하는 활동이 많아 아이들이 큰 어려움은 겪지 않는다고 한다.

▲ 2018년 1월 STEM 프로그램에서 직접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 출처=엔씨문화재단

MIT 대학생들은 프로그램 기간 동안 소년의 집이나 송도가정에서 생활한다. 아이들과 수업이 끝나도 계속 함께 하게 하는 환경이다. 송도가정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다양한 국적 사람들과 함께 한 달가량을 지내면서 한국과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마주하기 때문에 가치관 확립에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 반응도 좋다. 엔씨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한 STEM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본 결과 프로그램 평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45점을 기록했다. 소감으로는 “내년에 또 참여하고 싶다”, “과학 과목에 흥미가 생겼다”, “영어 실력이 늘었다”, “재미있었다” 등이 많았다.

엔씨문화재단 윤송이 이사장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과학과 기술을 배우고 인문학 소양도 기를 수 있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보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페셜올림픽’ 대표단의 모습을 비춰주는 미디어 후원

▲ 2017 오스트리아 스페셜올림픽 한국대표팀 홈페이지(좌측 모바일, 우측 PC). 출처=스페셜올림픽 한국대표팀 홈페이지

엔씨문화재단은 지적·발달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 스포츠 축제 ‘스페셜올림픽’을 후원한다. 재단은 신체발달장애인들의 체육대회인 패럴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활동은 2013년 스페셜올림픽 동계대회부터 이어졌으며 최근 2019년 하계대회에서도 후원활동을 하기로 했다. 4회 대회 연속 후원이다.

재단은 올림픽 대회에 참여하는 한국 대표팀의 모습을 영상에 담고 편집한다. 다음해 열리는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에서도 대표팀 선발과 훈련 과정과 선수 개개인의 프로필, 포부 등 내용을 스페셜올림픽 한국대표팀 홈페이지에 올려 대표팀과 국민들의 소통을 도울 예정이다.

홈페이지에서 일일 하이라이트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올림픽에 우리나라는 육상, 탁구, 수영 등 12개 종목에서 106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윤송이 이사장은 “스페셜올림픽은 발달장애인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그런 정신을 사회에 공유하고 우리 선수들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와 함께 하는 야구 체험

▲ 엔씨문화재단이 후원하는 특수학교 경남혜림학교 티볼팀 선수들 모습. 출처=엔씨문화재단

엔씨문화재단은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와 함께 지역법인기부금을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NC다이노스의 연고지인 창원시를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진다. 엔씨는 마산장애인복지관 등 7개 기관과 지역 내 소외계층에 스포츠 관람과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엔씨는 매년 3월 경남 특수학교 혜림학교의 전교생 약 300명을 데리고 NC 다이노스 시범경기에 초청해 시구를 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엔씨는 다문화야구단을 개설해 지역의 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통 커지는 사회공헌활동… “창의 체험 교육 제공 예정”

엔씨소프트는 올해부터 3년간 엔씨문화재단에 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엔씨가 지난해 9월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NC 스페이스(가칭)’를 위한 재정 투입이다.

이는 기업이 거둔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7587억원에 영업이익 585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10%에 육박하는 자금을 문화재단에 투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단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과학·IT 분야의 창의 체험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창의력을 발현하고 높일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과 환경을 개발·조성하며 사회적 협업을 통해 지속 보급한다’는 목적에 맞도록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