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여신 아테나의 이륜차에서 타오르는 불을 자기 횃대에 옮겨 인간들에게 전달한다. 인간이 불이라는 문명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 일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를 괴롭히는 독수리를 죽일 때까지.

퀄컴은 5G라는 불꽃을 쥔 21세기 프로메테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 글로벌 5G 무대에서 퀄컴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상쇄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에 가깝다. 5G 시대에서 모든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RFFE 부품과 모듈을 공급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건네고 형벌을 받았지만, 퀄컴은 5G의 불꽃으로 새로운 시대의 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화와는 전혀 다른 신화를 쓰고 있다.

▲ 퀄컴 X50 모뎀 제품. 출처=퀄컴

5G의 모든 것

두르가 프라사드 말라디 퀄컴 수석 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5G 스마트폰이 연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GPP가 4G와 5G의 중간단계인 5G 논스탠다드얼론(NSA) 표준을 확정한 가운데 이를 주도한 곳이 바로 퀄컴이다. 업계는 5G 스마트폰이 빨라야 내년 초 등장할 것으로 봤으나, 퀄컴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5G 미래의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세계 최초의 상용 5G 모뎀칩인 퀄컴 스냅드래곤 X50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28GHz 대역 이상 고주파 대역은 물론 6GHz 이하 저주파 대역을 모두 지원하며 NSA와 SA 모두 커버한다. 2G부터 5G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추가의 모뎀칩 탑재도 필요 없다. 최첨단 7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이를 기점으로 AT&T, 브리티시 텔레콤,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유니콤, 도이치 텔레콤을 비롯해 KDDI, KT, LG 유플러스, NTT 도코모(DOCOMO), 오렌지(Orange), 싱텔(SingTel), SK텔레콤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이 3GPP 릴리즈 15 (Rel. 15) 5G NR 표준에 기반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며 퀄컴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이 5G NR 시범 서비스에 나서는 글로벌 통신사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장면은, 퀄컴 5G를 상징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50 5G NR 모뎀칩은 LG전자, 샤오미, 소니 등 19개 제조사가 내년에 출시할 스마트폰에 탑재할 예정이다.

퀄컴의 5G 정복전은 3GPP의 5G 표준화 작업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됐다. 표준이 유력한 핵심 기술들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한편 이를 적용한 시험 시스템과 시험 단말을 개발해 무선 구간 (Over-the-Air) 시험, 상호 운용성 시험도 활발히 진행해 왔다.

24GHz 이상의 밀리미터파 대역을 활용하는 핵심 설계 요소도 퀄컴의 손에서 탄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주파 대역은 전파 손실과 중간 방해물 영향을 많이 받으며 전력 효율도 낮아 최근까지는 이동통신 용도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생각됐다. 이런 고정관념을 퀄컴이 바꿨다. 퀄컴은 최근 28GHz 밀리미터파 사용 시 기존 기가비트 LTE 기지국을 이용하면서도 실제 다운로드 최고 속도 3Gbps 이상, 파일 다운로드 속도 18배 향상 등 막대한 성능향상을 가져오는 5G NR 밀리미터파 망 구축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퀄컴의 5G 존재감은 RF 기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

모뎀의 정보를 무선신호로 전환해 송수신을 가능하게 하는 RF프론트엔드(RF Front-end, RFFE)가 없으면 스마트폰의 데이터 사용이 불가능하다. RFFE는 기기의 배터리 수명, 디스플레이의 외관과 베젤 크기, 실내외 수신, 통화 품질, 통화 신뢰성, 데이터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2G폰이 4개의 주파수 대역, 2G와 3G폰이 9개의 대역만을 커버했다면 4G폰은 훨씬 넓은 범위인 40개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커버해야 하며, 각 대역 지원을 위해서 단말 기기에 별도의 RFFE 구성 요소를 탑재해야 했다.

퀄컴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 트랜시버 칩으로 필요한 모든 대역을 커버하는 종합적인 프론트엔드 모듈을 세트로 제공해 통신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각 5G 이해 관계자들이 퀄컴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퀄컴은 제조사가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 5G 대응은 물론 독창적인 기술 포트폴리오와 로드맵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조사들은 퀄컴의 솔루션을 사용하여 제품의 크기, 비용 등 제약 조건들을 고민하지 않고 플래그십 기기를 더욱 신속히 개발해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그림을 그리다’

퀄컴은 2019년 5G 상용화 시대를 맞아 기술 개발은 물론, 실질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퀄컴의 5G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5G의 경제적 효과가 범세계적으로 실현될 2035년 기준 한국은 5G 가치 사슬을 통해 9억6300만달러(약 1조984억원)의 총산출과 12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은 이를 가능케 할 첨단 기술들이 대규모로 구축, 전개되도록 투자와 혁신을 이어 가고 있으며 모든 산업의 모든 공정을 송두리째 바꿀 5G 시대가 빨리 다가 오도록 선도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현재 퀄컴은 5G 시대를 먼저 생각하며, 강력한 ICT 네트워크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기술 개발은 물론 실제 5G 액션플랜을 구축하고 실천하는 퀄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