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커머스는 통신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상품 구매와 결제 편의성의 개선으로 지난 수 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커머스의 편의성 개선은 이제 충분하게 이뤄졌고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전통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온라인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고 일종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이에 아마존을 필두로 한 유통업체들은 유통의 차별화를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것이 최근 리테일 테크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유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면서 이커머스의 약점인 고객 접점의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리테일 테크는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리테일 테크 투자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은 더 긴밀하게 연결될 게 확실하다. 소매업의 물류는 더욱 빠르고 저렴해질 것이고, 고객접점은 더욱 촘촘해지며 마케팅은 좀 더 정교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류한석 연구원은 “최근 리테일 테크의 전개방향을 살펴보면, 이것이 오프라인 소매점, 온라인 쇼핑 웹사이트, 모바일앱 등 채널에 관계없이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걸알 수 있다”면서 “앞으로 리테일 테크를 적극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있어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리테일 케트가 적용되고 있는 혹은 적용 될 수 있는 산업 분야

류 연구원은 “시장 조사업체 벤처스캐너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리테일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연평균 24% 증가했으며 2015년, 2016년에 각각 100억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고 2017년에도 100억달러 이상 투자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유통산업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혹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할 것인가?’는 이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류 연구원은 “유통업체들은 한시라도 빨리 자사에 맞는 리테일 테크를 찾아 적극 도입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법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기술과 비즈니스로 고객을 매혹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오프라인 점포와 쇼핑은 리테일 테크를 통해 점차 진화할 것”이라면서 “과거 유통업체들이 핵심 상권 확보에 집중해 투자했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점포의 진화와 쇼핑경험 제공·마케팅 고도화, 물류혁신에 중점을 두고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하는 유통업은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과 높은 인건비로 마진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온라인 유통업은 가격경쟁 심화로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 경제 디렉터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은 “(유통업계에) 기술 도입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만드는 것”이라면서 “아마존은 아마존 고로 단순히 사람이 없는 매장을 선보인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 유통업은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으로 소매업의 주도권을 이끌어왔다. 이제는 오프라인 점포들이 리테일 테크를 활용해 진화와 도약을 시도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