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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룸] 내가 빈티지 시계를 사랑하는 이유빈티지 시계 애호가 원경희 인터뷰
김수진 기자  |  beyondk@econovill.com  |  승인 2018.05.17  07:06:43
   
▲ 빈티지 시계를 사랑하는 남자, 원경희.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새것도 좋다. 그러나 때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 것에 더 애착이 가곤 한다. 흠집이라도 날까 애지중지하는 것보다 내 손길이 깃든 물건이 더 소중하고 멋스러운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것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낡고 빛바랜듯한 빈티지 제품이 공존하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리라. 시계도 그렇다. 반짝 반짝한 새 시계도 매력적이지만 빈티지 시계의 매력은 더 치명적이다. 시계 전문 웹진 <타임피스 아시아>가 의류 브랜드 더 레스큐 컴패니의 매니저이자 빈티지 시계 애호가인 원경희를 만나 빈티지 시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아시아 홈페이지]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시계를 소개해달라

다섯 점의 빈티지 시계를 소장하고 있다. 롤렉스 GMT 1675, 롤렉스 익스플로러2 1655,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145.012, 세이코 다이버 6306-7001 그리고 최근 구입한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1601 초기형은 현재 바다를 건너오는 중이다.

 

생각보다 시계가 많진 않다

한때는 15점 정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차는 시계만 남기고 모두 정리를 한 상태다. 개수가 많아지니 잘 안 차게 되는 시계도 생기고 의도치 않게 시계들을 메이저, 마이너 그룹으로 구분하게 되더라. 나는 수집가가 아니라 애호가다. 차지 않는 시계를 소장하는 건 의미 없다 생각했고, 욕심과 호기심에 구매한 시계도 있었기에 가치나 가격 등을 따지지 않고 과감히 정리했다. 앞으로도 개수를 크게 늘릴 생각은 없다.

 

   
▲ (왼쪽부터) 롤렉스 GMT 1675, 세이코 다이버 6306-7001, 롤렉스 익스플로러2 1655,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145.012.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소장하고 있는 다섯 점의 시계, 각각 어떤 시계인가?

롤렉스 GMT 1675(1966년식)는 빈티지 롤렉스 스포츠 모델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길트 다이얼(Gilt Dial) 모델이다. 길트 다이얼은 검은색 유광 도료에 금색 글자를 음각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다이얼을 말하며, 특유의 광택 때문에 미러 다이얼(Mirror Dial)이라고도 불린다. 1966년도까지만 생산됐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것들이 흔치 않고 가격도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길트 다이얼 스포츠 모델은 빈티지 롤렉스 수집가들의 위시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되는 시계다.

롤렉스 익스플로러2 1655(1974년식)는 ‘스티브 맥퀸’, ‘오렌지 핸즈’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시계다. 1970년대 초 출시 당시에는 ‘못생겼다’, ‘시계인데 시간을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후 롤렉스는 후기 모델인 16550부터 롤렉스 답지 않게 다이얼 디자인을 대폭 변경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1655와 같은 생김새의 익스플로러2는 생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젠 오히려 희귀한 시계가 되었고 스티브 맥퀸이 즐겨 착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인기 상승에 큰 몫을 했다. 가장 자주 착용하는 시계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145.012(1968년식)는 무브먼트 제조사 르마니아의 전설의 명기인 Cal.27CH C12(OMEGA Cal.321)가 탑재된 마지막 스피드마스터다. 개인적으로 ‘문워치’라 불리는 스피드마스터는 이 시계까지라 생각한다. 멋진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갖고 싶었고 시계를 고르는 개인적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시계였다. 외관상으로는 스텝(Step) 다이얼과 양각의 오메가 로고가 현행 모델과의 가장 큰 차이라 볼 수 있다. 디자인, 무브먼트 모두 현행 모델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부족한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이코 6306-7001(1978년식)은 ‘터틀(Turtle)’이라고 불리는 6309의 일본 내수용 모델이다. 크라운을 뽑았을 때 핸즈가 멈추는 해킹 기능과 날짜, 요일, 퀵셋(Quick-Set) 기능이 있으며 요일 창을 한자로도 세팅할 수 있는 것이 6309와의 차이점이다. 오랫동안 생산됐던 6309와 달리 6306은 출시 5년 만에 단종됐다. 많은 세이코 다이버 시계들 중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의 시계라고 생각한다. 팬층이 두텁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시계다.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1601(1963년식)은 1960년대 중반까지만 다이얼에 적용된 쐐기 모양 인덱스와 리프(Leaf) 핸즈가 특징이다. 실버 다이얼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오묘한 복숭아색으로 변색됐다. 인덱스, 핸즈, 다이얼의 색 조합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 원경희가 롤렉스 GMT 1675를 차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시계와 그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시계는 롤렉스 GMT 1675다. 상태가 아주 좋은 롤렉스 길트 다이얼 GMT 1675를 막연히 가지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롤렉스 서브마리너 5513 길트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언젠가는 내가 딱 원하는 상태의 길트 다이얼 GMT 1675가 눈앞에 나타나겠지?’ 하고 기대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 노신사 분께서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GMT 1675의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실물을 보니 마음에 그리던 것처럼 다이얼 상태가 매우 좋고 색이 멋지게 바랜 베젤 인서트를 품고 있어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다. 막연히 꿈꾸던 시계를 갖게 돼서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간다.

 

가장 처음으로 구매한 빈티지 시계는 무엇인가?

3~4년 전쯤에 구매한 1967년식 롤렉스 GMT 1675가 인생 첫 빈티지 시계다. 지금 가지고 있는 GMT 1675와는 다이얼이 다른 모델이다. 구매하기 전날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설친 기억이 있다.

 

빈티지 시계를 즐겨 차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0년 넘게 IT 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다. 분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IT 업계에선 콘텐츠든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1년만 지나도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개발 기간보다 소비 기간이 짧은 경우도 왕왕 있다. 빠르게 소비되고 금세 잊혀지는 것에 대한 염증을 느꼈고 그러다 보니 잘 만들어서 오래 쓸 수 있는 물건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시계를 좋아했는데, 빈티지 시계가 바로 그런 매력을 가진 아이템이다 보니 이후 자연스럽게 빈티지 시계에 관심이 생겼고 좋아하게 됐다. 그 계기로 직업도 바뀌었다.

 

   
▲ 빈티지 시계 애호가 원경희.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빈티지 시계를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우선 출시 연도를 따지자면, 1950~1970년대에 생산된 시계를 선호하는 편이다. 1950년대 이전에 생산된 시계는 지금 차기엔 불안정한 부분이 있고 사이즈가 너무 작은 경우도 많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나온 시계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과 좋은 무브먼트들이 많이 생산된 시기이기도 하고 그 시대의 물건들은 시계뿐만 아니라 가구, 자동차, 소품 등 요즘 생산되는 것들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과 멋이 있다.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케이스는 35~42mm(가로폭 기준)의 오이스터 혹은 스크류 백 케이스여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폴리싱을 많이 해서 번쩍번쩍하게 만들거나 원형의 선을 잃었다면 탈락이다. 다이얼은 색을 다시 칠했거나 재생 작업을 하지 않은 원래의 것 그대로여야 하며 핸즈, 베젤 등이 시계 연식에 맞지 않는 부품으로 교체된 것도 제외 대상이다. 당시 기술력을 인정받은 브랜드의 좋은 무브먼트가 들어간 시계를 선호하며 유지 보수, 수리가 어렵지 않아야 하는 것도 빈티지 시계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다. 그리고 너무 새것 같은 느낌보다는 세월의 흐름이 적당히 녹아있는 상태를 더 선호한다. 너무 까다로운가? 몇 가지 더 있는데 이쯤에서 그만하겠다.

 

시계 수집 과정 중 난관은 없었나?

끝없이 오르는 가격이 가장 큰 난관이다. 빈티지 시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구매하기 시작한 지 3~4년 정도 됐는데 세계적으로 빈티지 시계 붐이 일어나면서 그 기간 내에서도 시계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계들도 구매했던 값으로는 다시 살 수 없다. 몇 년 사이 가격이 몇 배씩 오르는 시계도 많고, 롤렉스 스포츠 모델처럼 인기가 많거나 소장가치가 높고 희소성이 있는 빈티지 시계들은 가격표 대신 ‘inquire(가격문의)’ 라는 라벨이 붙어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빈티지 시계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조명되고 있는 시계들도 있지만 예전에는 명함도 못 내밀던 시계들이 요즘에는 눈을 의심할 정도의 가격에 팔리곤 한다. 빈티지 물건의 특성 상 수요가 많아도 추가 공급이 없기 때문에 요즘 추세로 봤을 때 거품이 쉽게 꺼질 것 같진 않다. 모든 빈티지 시계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브랜드 별 대표 모델들의 경우 해마다 가격이 무섭게 올라가고 있어 점점 더 구매가 어려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빈티지 시계를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재테크 목적으로 시계를 구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순히 좋아서 사는 것이다. 투자 가치를 고려해 시계를 사는 건 순수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가끔 헐값에 산 빈티지 시계가 고가에 팔리는 해외 토픽을 보고 희망을 품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대부분 꽤 지난 뉴스이거나 정말 드문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빈티지 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늘고 딜러샵도 많이 생겨 이미 그런 시계는 가져갈 사람들이 다 가져 간 상황이다. 운이 좋으면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겠지만 몇 년 전 일처럼 5달러에 산 시계가 3만 달러에 팔리는 경우는 할아버지가 쓰시던 장롱 속에서 오래된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나 오메가 수동 시계를 발견하는 확률보다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

 

   
▲ 빈티지 시계 애호가 원경희.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새 시계와 다른 빈티지 시계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좋은 게 아니다. 잘 만들어서 오래 쓸 수 있는 것, 세월의 흐름이 물건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걸 좋아한다. 게다가 시계는 매일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이라 더 매력적이다. 빈티지 시계는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 빈티지 제품에는 새것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있다. 뭐라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고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 감성’이란 단어로는 표현이 조금 부족하지만 그런 감성을 좋아한다. 그리고 평소 남의 시선을 즐기는 편이 아니고 블링 블링한 외관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시계는 손목에 모시고 다니는 존재가 아니고 무심하게 차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심하게 차기엔 빈티지 시계만큼 멋스러운 것도 없다.

 

시계 외에 다른 빈티지 제품에도 관심이 있는지?

빈티지 옷과 소품에도 관심이 있다. 단, 시계처럼 빈티지 옷과 소품도 직접 입고 착용할 제품들만 구매하는 편이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이 취향과 관련이 깊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짧게 설명해줄 수 있나

의류 브랜드 ‘더 레스큐 컴패니’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역사상 남성다웠던 순간들을 밀리터리, 워크, 스포츠, 캠퍼스 네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현대에 맞게 디자인, 소재, 핏, 봉제 방식들을 재구성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랫동안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수십 년 전 시계를 차는 것처럼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더 레스큐 컴패니’의 옷을 멋지게 입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마주하는 일을 상상하며 일하고 있다.

 

   
▲ 원경희는 '더 레스큐 컴퍼니'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빈티지 시계도 유행에 맞게 커스텀 해서 차는 편인지?

아니다. 원형 그대로 찬다. 커스텀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빈티지 시계를 고를 때에도 다이얼, 케이스, 핸즈, 베젤 등 외관상으로 보이는 부품들이 요즘 걸로 교체된 시계는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허용하는 건 글라스와 크라운 정도. 스트랩은 소재 특성상 오래된 것은 사용하기 어렵고 상태가 좋을 수도 없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스트랩 같은 경우는 내가 원하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해 그날그날 스타일에 맞게 바꿔 착용하고 있다.

 

최근 시계 업계에 복각 트렌드가 불고 있다. 최근 출시된 복각 시계 중 눈여겨 본 시계가 있나?

올해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세이코 다이버 SLA025다. 개인적으로 복각을 가장 잘 하고 있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세이코와 그랜드 세이코, 예거 르쿨트르를 고르겠다. 세이코 같은 경우 지난해 62MAS를 복각한 SLA017을, 올해 6159 모델을 복각한 SLA025를 출시했는데 둘 다 브랜드 역사상 의미 있는 시계들이고 과거의 디자인과 현대의 기술이 나름대로 잘 조화돼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두 모델 모두 세이코 다이버 마니아들이 복각을 기대하고 기다린 시계였기 때문에 더욱 칭찬할 만 하다. 그랜드 세이코가 선보인 First GS, 44GS, 62GS 복각도 모두 훌륭했다.

예거 르쿨트르도 지오피직 1958, 리베르소 1931, 딥씨 알람, 올해 폴라리스 메모복스까지 거의 해마다 복각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모델 모두 빈티지 시장에서 오리지널 모델을 구하기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델을 복각한 게 아니라 희소성 있는 모델을 복각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고 가격대를 무리하게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사실 복각이라는 것이 옛 디자인을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무브먼트를 적용하거나 좋은 소재, 마감의 질을 한껏 높이지 않는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을 높게 책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디자인 복각일 뿐인데 한정판으로 제작해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시계 브랜드들이 있다. 아니면 괜히 잘못 건드렸거나 바꾸지 말았어야 할 부분을 바꾸고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을 빼버리는 경우는 정말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복각 모델에 흥미는 있으나 잦은 출시 소식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이유는 복각 모델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모델의 가격이 상승한다. 오리지널 모델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기쁜 소식일지 모르나 단순히 빈티지 시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슬픈 일이다.

 

   
▲ 빈티지 시계 애호가 원경희.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빈티지 시계 구매 팁을 주자면?

빈티지 시계를 구매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일반 중고장터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빈티지 시계 전문 딜러샵에서 구입하거나 이베이 같은 해외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빈티지 시계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취향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빈티지 시계에 흥미가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는 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군용 시계가 갖고 싶은지, 1950년대 드레스 워치가 차고 싶은지, 1960~1970년대 다이버 시계를 원하는지,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이나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긴 시계를 사고 싶은지 등 취향을 정확히 한 다음에 그 취향에 해당하는 시계들에 대해 공부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것마저 어렵다면 좋아하는 브랜드 또는 특정 모델을 선택하여 파고드는 방법도 좋다. 그러다 정말 구매하고 싶은 시계가 생기면 원하는 상태와 연식을 정하고 해당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딜러샵을 알아보는 순서가 가장 바람직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과정이 선행되어야 원하는 시계를 구매할 수 있고 위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본인의 취향이 일부 시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넓은 편이라면 그만큼 공부가 더 필요하다. 공부하다 취향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또한 해외 딜러샵을 이용할 경우 시계를 직접 보지 못하고 오직 사진만 보고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엔 인터넷에서 해당 시계의 사진을 많이 보고, 유튜브에서 영상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정보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시계를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게 했는데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이메일로 딜러에게 해당 시계에 대한 추가 정보와 사진들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팔기 위한 시계라면 요청한 정보를 기꺼이 보내줄 것이다. 만약 딜러가 요청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딱히 팔 생각이 없거나 이미 여러 명과 가격 흥정 중일 가능성이 높다. 가끔 콧대 높은 딜러들은 단순한 정보 요청이나 한번 찔러보는 느낌의 메일에는 답변도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상처받을 필요 없이 다른 딜러샵을 찾아라. 보통 그런 딜러들은 비싸게 판다.

빈티지 시계에 이제 막 관심이 생겨 경험해보고 싶다면 고가의 시계는 추천하지 않는다. 전문 딜러샵 보다 이베이 같은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낫다. 100만원 정도의 예산이면 1960~1970년대에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킹 세이코, 오메가, 론진의 시계를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디자인도 무난하고 좋은 무브먼트가 탑재된 시계들이 많다. 물론 공부는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요즘에도 매일 30분 정도 관심 있는 모델에 대한 정보와 여러 해외 딜러샵에 업데이트된 매물을 검색해본다. 딱히 구매 계획이 없더라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과 같은 일상이 되었다.

 

빈티지 시계는 아무래도 오래된 시계이다 보니 관리가 더 까다로울 것 같다. 시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일단 개인적으로 관리가 까다로운 시계는 구매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관리가 까다로운 시계는 지금까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확률이 낮고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차기도 어렵다. 지금 잘 팔리고 있는 빈티지 시계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그만큼 튼튼하고 유지 보수가 쉽게 만든 모델이기 때문이다. 빈티지 롤렉스가 빈티지 시계 붐의 중심에 있는 것도 그 이유가 크다. 빈티지 시계라고 해서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은 없고 오히려 블링 블링한 새 시계보다 흠집 걱정 없이 편하게 차고 다닌다. 일반 시계와 다름없이 정기적으로 점검과 오버홀을 받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 나는 고급스러운 시계 보관함도, 와인더도 없다. 시계든 옷이든 무심하게 차고, 입고 다니는 게 멋이지 물건을 애지중지 모시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 원경희가 소장하고 있는 각종 스트랩.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패션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시계 애호가로서 빈티지 워치 스타일링 팁을 조언한다면?

어떤 시계에 어떤 옷을 입을지 보다 본인과 어울리는 시계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사람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다르듯 시계도 외관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보통 시계를 사러 가면 손목에 올려놓고 보는 게 전부다. 손목에만 올려놓고 볼게 아니라 시계를 찬 상태로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시계와 본인이 어울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계 매장에 전신 거울이 없다면 상반신이라도 시계와 같이 볼 수 있으면 좋다. 그럼 그날 입은 착장과 시계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계와 나의 이미지가 서로 잘 어우러지는지 더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시계를 구매하러 갈 때엔 평소에 즐겨 입는 옷차림으로 가는 것이 좋다.

한두 개의 시계만 갖고 있다면 스트랩 교체로 스타일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매일 똑같은 흰 셔츠와 청바지를 입더라도 어떤 재킷과 신발을 매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는 것처럼 시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계에도 어떤 스트랩을 체결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여분의 스트랩을 구매할 땐 인터넷이나 SNS에서 멋있게 편집, 보정한 사진만 보지 말고 본인의 시계와 옷, 신발, 가방 등과 어울리는 조합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구입해야 한다. 요즘에는 스트랩 소재와 디자인, 컬러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단, 본인의 시계가 스트랩과 어울려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가끔 브레이슬릿 이외의 스트랩이 어울리지 않는 시계인데 잘못된 판단으로 스트랩을 매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깝다.

 

원경희에게 빈티지 시계란?

단순한 물건일 뿐이지만 나에겐 롤모델 같은 존재다. 가지고 있는 시계로만 예를 들어도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물건들임에도 여전히 아주 멋있고 시계로서의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하고 있다. 나도 멋있게 늙어가고 싶고 나이 들어서도 내가 하는 일,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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