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아마존 기술 개발의 목표는 그저 멋있어 보이는 기술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기술을 만들어서 공개하는 것이다.” - 아마존 웹 서비스(AWS) CEO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이 이끄는 리테일 테크

전 세계 리테일 테크의 선두주자는 단연 글로벌 전자상거래 거인 아마존이다. 온라인 마켓 아마존닷컴의 전자상거래 운영을 기반으로 한 IT 기술역량을 유통과 물류,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리테일 테크 영역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힌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 리서치 업체 펙트셋(FactSet)에 따르면, 지난해 S&P500(스탠더드앤푸어스 500) 지수 편입기업 중 아마존의 연구개발 투자가 가장 컸다. 아마존은 지난해 무려 226억달러(약24조1300억원)를 연구개발 투자에 사용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40.4%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166억달러(17조8367억원), 인텔 131억달러(약14조759억원), 마이크로소프트 123억달러(13조2163억원), 그리고 애플이 116억달러(약 12조4642억원)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첨단 기술 투자에 대한 아마존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 S&P 500 상위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액. (단위= 10억달러) 출처=Factset

이렇듯 과감한 투자로 아마존은 알렉사(Alexa), 아마존 고(Amazon Go) 등 다양한 형태로 리테일 테크를 실현하고 있다. 알렉사는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스피커 형태의 인공지능 디바이스 ‘아마존 에코(Echo)’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사용자는 아마존 에코를 이용해 알렉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음성으로 명령을 전달해 이를 실행시킬 수 있다. 알렉사는 음악재생·알람설정·날씨/교통정보 제공 등 기본 기능과 더불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온라인 쇼핑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마존 회원인 사용자가 에코에게 “아마존에서 건전지를 구매해줘”라고 말하면 알렉사는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 에코의 음성으로 들려준다. 사용자가 구매를 명령하면 알렉사는 사전 등록된 고객 정보를 토대로 전자결제를 수행하고 아마존에 배송 서비스를 신청한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 식료품 슈퍼마켓이다. 2016년 12월 아마존의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아마존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행됐다가 올해 1월 22일(이하 현지시각)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아마존 고의 매장에는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다. 이 매장에는 인공지능·머신러닝·컴퓨터 비전(컴퓨터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 등 첨단기술이 활용됐다.

첫 매장의 성공 운영에 힘입어 아마존은 아마존 고의 추가 출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제 매체 <CNN머니>는 5월 14일 “아마존이 시애틀 1호점 외에 최소 2곳에 아마존 고 매장을 추가로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아마존 고 2호점과 3호점의 입점 후보 지역으로는 미국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유통과 소비자 생활영역을 아우르는 기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긱와이어>(Geekwire)는 4월 22일 “아마존이 미국 특허청에 사람이 팔을 흔들거나 소리를 내면 이를 감지하고 메시지를 알아듣는 무인비행기(드론)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특허청은 사람의 음성과 몸짓 메시지를 인식하는 드론 기술에 대해 아마존이 신청한 특허의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아마존의 드론에는 다양한 수신 장치를 비롯해 스피커나 레이저 프로젝트와 같은 출력 장치가 장착돼 이 장치들로 사람들의 몸짓이나 말을 감지해 드론은 이동의 궤적이나 속도를 조절한다. 이외에도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 의류 재단 로봇시스템, 지하전용 배송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유통업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접목한 수많은 연구 결과물들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아마존의 시도에 다른 미국의 유통업체들도 리테일 테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명사인 월마트도 최근 공중 비행 물류창고, 자율 주행 스마트 카트, 가정용 무인 상점 등에 대한 특허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