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지난 5월 11일 가상통화 투자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업비트(Upbit)의 압수수색 소식이었다.

 

검찰은 업비트가 가상통화를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도 보유한 것처럼 전산을 위조했다는 이른바 ‘장부상 거래’ 혐의로 서울시 강남구 업비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업비트 설립 초기에 실제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가상통화를 판매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업비트의 압수수색 소식에 ‘코인판’은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후 1시 995만원에 거래된 비트코인 가격은 압수수색 보도 이후인 오후 4시께 924만원까지 급락했다. 불과 3시간여 만에 70만원 정도가 내려간 것이다. 특히 업비트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버트코인, 그로스톨코인, 피벡스, 파워렛저 등 알트코인들은 전날에 비해 20% 이상 가격이 빠지면서 손실이 컸다.

가상통화 열풍이 해를 넘어 계속되면서 검찰의 칼날도 거래소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에도 코인네스트 등 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지난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 등 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자격 없는 거래소에 대한 수사와 규제가 멈춰선 안 된다. 그러나 거래소 잔혹사가 이어질수록 그 뒤에 있는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걱정된다. 그 속에서 배를 불리는 일부 ‘고래들’이 있을 뿐, 애꿎은 새우의 등은 계속해서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의 압수수색 이후 글로벌 가상통화 시장에서 무려 79조원(737억달러)이 증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패닉셀(Panic Sell)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이후 업비트 측은 “장부상 거래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업비트 운영사인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올해 초 유진회계법인에서 업비트 보관용 지갑에 있는 코인과 거래원장(블록체인)에 있는 코인이 일치하며, 코인 종류별 수량까지 100% 일치한다는 공증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1000만원 밑으로 고꾸라졌다. 가격이 내려가니 지금이 바로 매수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가상통화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거래가 발생한다. 싸게 사서 기뻐하는 이 뒤엔 ‘존버’에 실패해 눈물을 머금고 파는 이들도 있다. 거래소 잔혹사에 가려진 투자자 잔혹사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오늘이다. 기자는 어떠한 형태의 가상통화 투자도 하지 않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