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 15시간 만에 무기 연기를 일방통보했다.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삼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미국 측에서 흘러나오는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16일 "북측은 오늘 0시 30분께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고위급회담 중지'를 발표한 직후 기자들에게 한 공지를 통해 이렇게 밝힌 뒤 "이에 따라 오늘 예정된 회담은 개최되지 않으며 정부 입장은 유관부처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면서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스선더는 미 공군의 레드 플래그(RED FLAG) 훈련을 벤치마킹해 한·미 공군이 연 2회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연합훈련이다. 전반기는 한국 공군, 후반기는 미 공군이 주도한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8대가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F-22 랩터가 대규모로 한반도에 전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이번 발표가 현재까지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입장 변화를 "통보받은 게 없다"면서 "우리는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 정부 또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 훈련을 하지 말라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계획을 계속하지 말라는 의사를 내비치는 어떤 것도 들은 게 없다"면서 " 훈련들은 도발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위원장)은 이전에 한국과 미국이 합동훈련을 계속할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해왔다"면서 "우리가 근거로 삼는 것은 김정은이 이전에 미국과 한국이 이러한 합동훈련을 하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인정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매닝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독수리 훈련과 맥스선더 훈련을 포함한 반복적인 연례 한미 봄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방어적 훈련은 군사태세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통상적이고 연례적인 훈련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북한이 갑자기 회담 중지를 밝힌 배경을 분석하며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남북관계는 물론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은 유관부처 협의를 거쳐 오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새벽에 상황이 발생했고,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외교·국방 관련 부처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히 논의를 했다"면서 "북한이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중이며, 현재로서는 일단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