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국내 전체 취업자의 43%에 해당하는 1136만명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직군별로는 사무직·판매직·기계조작에서, 소득 수준별로는 중산층에서 일자리 충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 자동화 위험이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 상위 각 20개.출처=LG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은 15일 발표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서 국내 노동시장 일자리의 AI 위험도를 따져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1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경제학자 프레이 교수와 AI 전문가 오스본 교수의 연구 결과를 한국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국내 423개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확률을 계산했다.

연구 결과 국내 노동시장 일자리의 43%가 AI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인 것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2660만명 중 1136만명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고위험군 일자리의 72%에 해당하는 818만명은 '사무 종사자', '판매 종사자',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 3대 고위험 직업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직업은 직업내 고위험군의 비중이 각각 86%, 78%, 59%로 높았다.

▲ 직업별 대체확률 분포.출처=LG경제연구원

사무 종사자의 경우 경영관련 사무원, 회계 및 경리 사무원, 비서 및 사무 보조원, 고객 상담 및 기타 사무원 등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종사자는  방문노점과 통신 판매 관련 종사자가 고위험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제조업 등 3대 고위험 산업에 1136만명의 고위험 일자리의 63%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대 고위험 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로 높은데다 고위험군 비중도 산업 평균에 비해서 높은 결과다.

도매와 소매업은 취업자 377만명 중 75%인 283만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제조업 취업자 444만명의 67%인 299만명이, 숙박과 음식점 취업자의 59%인 133만명이 각각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이 자동화 고위험 산업으로 나타난 것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 산업은 제조업 등 여타 산업에 비해 기술 혁신의 영향에서 비교적 영햐을 덜 받는  산업이었는데 내수 서비스 산업들도 앞으로는 자동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중간 소득 수준의 고위험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월평균 소득 수준이 100만~200만원, 200만~300만원인 취업자의 고위험군 비중이 각각 47%로 가장 컸다. 국내 전체 취업자 중 60%가 소득 100만~300만원 구간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자동화의 위험이 중산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인공지능에 따른 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일자리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직 지원,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본소득, 로봇세 등 기술 혁신에 대응하여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정책 담론에 대한 선제4적 검토와 정책 실험을 통해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