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한국의 해상초계기사업이 삼파전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미국 보잉의 P-8A 포세이돈과 스웨덴 사브 소드피시가 경합을 벌이는 가우데 유럽 방산업체 에이버스가 C295MPA를 내걸고 경쟁에 가세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중 경쟁계약 혹은 수의계약으로 후보기종을 결정할 예정으로 있는데 3사간 홍보전이 불을 뿜고 있다.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 무기에 익숙해 있어 미국 무기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보잉은 특히 한국의 주력 전투기 F-15K과 하푼 등 한국 방어의 핵심 역할을 하는 무기의 제작업체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의 호소력도 짙다. 군부의 관심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온 국민이 국방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특정 업체를 무조건 봐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유럽 업체들이 후보기종으로 내놓은 무기에 더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당초 판매국 정부보증인 FMS(대외군사판매 수의계약) 방식으로 유력 기종인 보잉의 P-8A를 도입하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사브가 AESA 레이더 기술 이전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경쟁 입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AESA 레이더 기술 이전은 우리 군이 추진 중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국 군 당군은 최상의 기종을 최적가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방산업체에겐 피를 말리는 마케팅전이 펼쳐진다.

한국 해군은 현재 16대의 해상 초계기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해양국가들의 초계기 보유 수와 비교하면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다수의 잠수함과 최근 전력이 급신장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잠수함과 수상함 세력을 감안한다면 한국 해군이 초계기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육군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지도부의 성찰이 필요하다.

에어버스, 한국 초계기 사업 뛰어들어

15일 방위사업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해군의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에 유럽계 에어버스 D&S가 뛰어 들었다. 이로써 한국 해군의 초계기 사업은 삼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 에어버스가 한국의 해상초계기 후보기종으로 내세울 항공기

에어버스D&S는 오는  17일 자사의 수송기를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C295MPA’의 성능을 소개하는 미디어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에어버스는 이를 위해 한국의 주요 언론사 국방부와 방산업체 담당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로써 에어버스 D&S는 이미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미국 보잉, 스웨덴 사브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세한 스펙은 17일 공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C295M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강의 짐작은 가능하다. 이 기체는 길이 24.5m, 동체포함 날개 너비 25.81m의 크기다. 최대 이륙중량은 23.2t이다. 프로펠러 엔진 두 개로 힘을 내는 만큼 속도는 느린 편이다.  최고속력은 시속  576km, 순항속도는 시속 480km, 최대 순항거리는 5370km다.작전반경은 3500kmek. 장점은 이륙 활주거리가 320m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런 수치만 본다면 경쟁기종에 결코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잉의 포세이돈, 사브의 소드피시도 막강

에어버스의 기종으로 눈이 높기로 유명한 한국 군당국과 해군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돈이 없어도 최고 사양을 고집하는 한국 해군의 전례에 비춰보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시장에는 이이 최고 사양의 후보기종이 나와 있다. 1조 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기 해상초계기 수주전에 뛰어든 보잉은 ‘포세이돈(P-8A)’, 사브는 ‘소드피시’를 후보기종으로 이미 제시했다.

▲ 나란히 비행하고 있는 P-8A포세이돈(위)과 P-3C 오라이언.출처=미국 해군

보잉 P-8A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실전배치 수량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이 총 88대를 인수했고 호주, 인도, 영국, 노르웨이 등 다수의 국가들이 주문했거나 실제로 운용하고 있다. 실증된 기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포세이돈의 스펙은 대단히 우수하다.길이 39.47m, 동체포함 날개 너비 37.64m, shvdl 12.83m의 큰 덩치를 갖고 있다. 무겁다. 자체 중량만 63t에 육박하고 최대 이륙중량은 86t에 육박한다. 그래서 많은 무기와 연료를 싣는다.

AN/APY-10 레이더를 갖췄고, 최고속도 시속 907㎞에  순항거 약 8300㎞, 작전반경 2200여㎞를 자랑한다. 여기에 한국이 오랫동안 운용해온 함대함, 공대함 미사일인 하푼 미사일과 어뢰 등을 외부 6곳의 무기 장착대에 탑재한다. 대잠전을 위해 최대 4시간 체공할 수 있다. 잠수함엔 죽음의 사신이 아닐 수 없다. 

보잉의 대표 여객기인 737 기체를 개조해 해상초계기로 제작됐다.

▲ 사브 해상초계기 소드피시 비행 상상도.출처-사브 홈페이지

사브의 소드피시도 만만치 않다. 최대 탐지거리 592㎞의 AESA(다기능 위상 배열) 레이더를 갖출 예정이다. 여기에 최고속도 시속 945㎞, 순항거리 9630㎞, 작전반경 4300여㎞를 자랑한다. 속도나 작전반경 순항거리 면에서 포세이돈을 앞선다. 

여기에 공대지 유도탄과 청상어 어뢰 등을 탑재할 수 있다. 

기체는 사브가 7개국과 공동으로 개발해 운용 중인 ‘글로벌 60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해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 초계기 숫자 더 확보해야...현재 16대 VS 일본 80여대

방사청은 이르면 이달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경쟁계약과 수의계약 중 하나로 해상초계기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청은 지난 2월 7일 제 10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2020년을 목표로 현재 해군이 운영하는 P-3해상초계기보다 체공시간이 길고 무기를 더 탑재할 수 있는 차기 해상초계기를 해외에서 사기로 결정했다. 

▲ P-3CK.출처=해군

한국은 현재 16대의 해상 초계기를 보유하고 있다. 구형 P-3C 오라이언 8대와 미국에 보관중이던 P-3C를 최첨단 사양으로 개량한 P-3CK 8대 등 16대다. 국토의 3면이 바다인 한국은 북한의 잠수함 세력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잠수함과 수상함의 우리해역 침범을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P-3B를 중고로 구매해 거액을 들여 성능을 개량한 P-3CK는 P-3C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해상도가 강화된 이스라엘제 레이더,  5배 이상 향상된 고배율 적외선 및 광학 카메라와 디지털 음향수집, 분석장비, 자기탐지방비(MAD)탑재, 대지공격 가능한 하푼 블록2 미사일(AGM-84L)장착, 실시간 전술정보 전송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네 개의 프롭엔진이 뿜어내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최고속력 시속 760여km, 작전반경 3800여km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숫자 부족은 감출수 없는 사실이다.

이웃 일본을 보라. P-3 60여대와 미국 포세이돈을 능가한다는 P-1 1대 등 80여대의 해상 초계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버금갈 해상 초계기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일본 군 당국은 P-1으로 노후 초계기를 전량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P-1은 방산업체 가와사키 중공업이 제작한 해상 초계기다. 스펙은 막강하다. 2011년부터 일본 해상자위대가 도입하기 시작한 P-1은 포세이돈과 거의 비슷한 크기와 중량을 갖고 있다. 길이 약 38m, 동체 포함 날개너비 35.4 m, 높이 12.1 m, 최대 이륙중량은 79.7t이다. 

강력한 터보 팬 엔진 4기가 뿜어내는 출력을 바탕으로 시속 833km와 항속거리 8000km의 속도를 낸다. AGM-84 하푼, 91식 공대함 미사일, AGM-65 마베릭미사일, 30여개의 소노부이,  MK-46과 타입 97 어뢰와 기뢰 등을 탑재한다. AESA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370km다.

섬나라이면서도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고 중국 해군의 군사력 증강을 염두에 두는 일본이 해상 초계기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와 군당국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북 화해 기조를 근거러 해상초계기 사업이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