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반기업 정서가 위험수위에 올랐다.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부터 석연치 않은 경영상의 의혹까지 등장하면서 기업은 사회의 공적이 된 듯하다. 그렇기에 기업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직장인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이러한 반기업 정서가 정치공학과 맞물리며 강력한 규제로 이어진다면, 자기가 몸담고 있는 기업이 위축되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는 최악의 위기와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을 이유로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벌어졌고, 각 국 정부는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2010년 영국이 처음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반기업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기업 정서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도 반기업 정서에서 파생했지만 ‘거악’을 견제할 수 있는 훌륭한 장치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가 일부의 일탈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키고 소모적인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진다면 기업이나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공히 공감을 얻는다. 특히 성장의 토양인 사회를 위해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말없이 차근차근 로드맵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감추기 어렵게 된다.

기업과 사회가 공존을 위한 교집합을 찾아내기 위해 기업과 사회 모두 중용의 도를 발휘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기업이라면 실질적인 행동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과 사회가 일방의 시혜자와 수혜자가 아니라 동반자와 반려자로 공존할 수 있는 길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은 2016년 자기의 저서에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다분히 전략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벌어 사회에 ‘베푸는’ 개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활동도 기업의 경영처럼 냉정한 분석과 판단에 기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현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좋지만, IT 예비 기술인들을 교육하고 육성해 미래 IT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법이 의미 있는 이유다. 업계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펼치면서 기업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기업의 인프라를 공유가치로 해석, 일반인에게 공개해 그 성과를 나눠가지는 SK의 전략은 대단히 훌륭하다.

반려기업의 행보는 정부의 복지정책과는 결이 달라야 한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혁신과 기업가 정신 개발 펀드(SIE)’의 이사장 스테판 청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면서 “정부는 부유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민간의 사회 혁신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시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정부의 복지정책을 따라 시혜성에 방점을 찍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효과도 반감될 뿐더러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충분히 타당하다. 민간 사업자의 위치에서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걸어가는 반려의 가치가 중요한 이유다. SIE는 자금을 조달하는 펀딩보다, 혁신적인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길을 찾도록 유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런 기업들을 모두 전략적 사회적 기업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아니라, 함께 걸어가기 위해 타인을 기다릴 줄 아는 기업들이다. ‘빨리 나를 따라오라’며 대뜸 자동차를 사주는 곳이 아니라,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운전에 익숙할 때까지 도우며 기다려주는 기업들이다. 일탈을 거듭하는 몇몇 기업이 자동차를 빼앗고 당장 병원에 갈 정도의 갑질 히스테리만 부린다면, 이들은 당신과 묵묵히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이다. 반려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