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놓고 주요 국제기구와 기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올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1% 성장을 기록하며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올 하반기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설비와 주택건설 투자 등이 줄어들며 올해 3%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현재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3.0% 전망을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3.0% 전망을 유지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9%, 한국금융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8%를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3.1%를, 홍콩상하이은행(HSBC)는 2.6%의 전망을 내놨다.

평균으로 보면 3% 내외의 성장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호한 성적표를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 흐름과 한국 경제 흐름이 따로 움직일 수 있다는 디커플링(Decoupling)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OECD는 지난 3월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3.0%를 그대로 유지했다.

IMF는 연초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2.7%로 제시한 후 지난 4월 0.2%포인트 상행조정하며 2.9% 전망치를 내놓았다. IMF 기준으로 한국이 미국에 0.1%포인트 앞서 있으나 한국금융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의 성장률 전망치인 2.8%로 떨어질 경우 미국에 역전 당하는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 14일 현재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은 3.0%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9%, 한국금융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8%의 전망을 밝혔다. 출처=국회 입법조사처

OECD 경기선행지수, 한국 3개월 연속 100 하회

올해 하반기 경제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2월 경기선행지수(Composite leading indicator∙CLI)는 99.76으로 3개월 연속 100에 미치지 못 했다. OECD 경기선행지수란 6~9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성장), 100 이하면 경기 침체 전망을 의미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014년 9월 99.83으로 올라선 뒤 지난해 11월까지 38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99.97로 39개월만에 100 밑으로 내려온 뒤 올 1월(99.86), 2월(99.76)까지 석 달 연속 100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경기선행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주요 국가들과 달리 나홀로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호조가 계속되고 있으나 한국 경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OECD 평균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100을 유지하고 있고 주요 7개국(G7) 평균 지수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100을 상회하고 있다.

반도체 이외 산업 ‘먹구름’…올 하반기 반도체도 '불안'

경기 부진의 이유로는 ‘성장 먹거리의 부재’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국내 경제는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8%로 유지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3.1% 깜짝 성장한 배경에는 투자의 역할이 컸다. 투자는 2000년 이후 최대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성장 기여율이 84%에 육박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공헌이 컸다. 세계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이 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설비 확장이 뒷받침되며 지난해 경제 성장에서 반도체는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올해 반도체의 ‘약발’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에는 중간재 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시행됐다. 올해에도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 수출을 이끌어 가겠지만 지난해 대규모 투자가 실행됐기 때문에 투자의 증가 속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하반기 중국산 반도체의 공급이 늘어날 경우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생산능력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군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보고서는 “자동차 산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국내 수요의 부진으로 수출과 내수전망이 어둡다. 통신기기와 가전 등 전자제품의 경우 미국의 통상압력 확대 등으로 해외생산 비중이 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중기적으로 전망이 어둡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높고 하반기 낮은 ‘상고후저’…소비 늘어도 경기 완만한 둔화 예상”

보고서는 “올해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빠른 경기 하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난해 기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며 실질임금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가계 구매력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소비 증대로 점차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중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데다 자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점은 소비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소득주소성장정책 역시 소비 개선 요인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노동소득 증대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소득격차 축소 효과 등을 고려하면 금년 중에는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 1분기 성장세가 1.1%로 높아졌다. 그러나 2분기 이후부터는 전기비 1%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 낮아지며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3.1%)보다 낮은 2.8%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