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ZTE 규재가 완화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트위터에서 "중국의 ZTE가 조속히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과도 협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ZTE는 지난 2017년 3월 이란과 북한에 대한 수출 금지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ZTE를 대상으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후폭풍은 상당했다. 당장 ZTE는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회사의 영업활동이 중단됐다'는 자료를 보내는 등 휘청였다. 일각에서는 주력인 모바일 사업부 매각 가능성까지 나왔다.

▲ 미국의 ZTE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다. 출처=ZTE

트럼프 행정부가 ZTE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완화되는 분위기를 의식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불을 뿜었던 3월,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무역적자 해소 방안 중 하나로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산 반도체,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구입을 확대해 '성의'를 보이겠다는 의지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던 메모리 반도체 공급선을 마이크론에 집중해 전쟁의 확장을 막겠다는 복안도 깔렸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톱5 기업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공급량도 낮고 제품의 질도 한 수 아래다. 중국 정부의 '성의'가 면피성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미국은 중국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ZTE에 즉각적인 규제에 나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마트제조 등을 통해 ICT 경쟁력을 키우려는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소위 면피성 대책에 대한 '괘씸죄'까지 더해진 셈이다.

중국 정부는 ZTE 규재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까지 나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은 영국 메이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ZTE 사태를 거론하며 "자유 무역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ZTE에 대한 규재 완화를 검토하며 시진핑 주석과의 협력을 거론한 이유는, 강력하게 반발했던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ZTE에 대한 규재는 완화된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 ICT 경계령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안착되며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도 완화되고 있으나, 화웨이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ZTE 규제에 나서면 ZTE와 협력하는 퀄컴과 같은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는다"면서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막는 한편, 미국 기업과 접점이 많은 ZTE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시장의 민감한 이해관계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