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친구 화가가 이번 주에 ‘희망낙서’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엽니다.

3년여마다 전시를 하는데,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 준비 과정이 지난해 보입니다.

주제를 정하고,그걸 공부하고,소화해서

그림으로 풀어내 가는 과정에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를 수없이 반복해서 찾기도 하고, 미친 듯이 자료 더미에 묻히기도 하고,

진이 빠져서 밤길을 헤매기도 하고.

그걸 가까이서 접해 조금은 알고 있는 나로서,

전시장을 휙 둘러보기가 영 민망해집니다.

 

이번에도 전시 날짜와 주제를 몇 년 전에 정하고,

산고를 치루듯 달려왔습니다.

국제,국내 그림 트렌드와 어울릴지 생각이 많았겠지요.

막판에는 전시 제목이 지금 세태와 맞는지,

전시 일정은 적당한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있었을 겁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고, 남북,미북간의 회담등 정치 이슈로 인해

도대체 그림 전시회에 사람들 관심이 있을까?

그런 고심의 시간이 있었지만, 정면 돌파!

그러며 ‘이제까지 언제 한번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나?’하며 용기를 냈답니다.

직전 전시회 때도,더 과거 전시회 때도 호락 호락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전업작가로 환갑 즈음까지 이 길을 헤쳐 온 그의 꿋꿋함을 보니

옛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회사 입사 초기 매월 월례 조회가 있었습니다.

조회는 요즘의 경영 현황 설명회처럼 좋은 취지였으나,

당시는 대표이사의 일방적 훈화 분위기였습니다.

10여년 가까이 대표를 맡은 사장님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들은 말은

‘회사가 어렵다. 주변 여건도 어렵다’였습니다.

실제 회사는 좋기도 했었고,나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울 때를 대비해, 보수적으로 생각하자는

어른들의 가르침(?)으로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본래 낙천적이지 않았던 내 성격에 무거웠던 그 시절이 영향을 주었던 것일까요?

어떤 일에 낙관적으로 생각하다가도,

‘내가 허황된 게 아닌가?’하는 자기검열에 놀랐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의 10여년전 전시회 제목이 ‘하쿠나 마타타’였습니다.

스와힐리어로 ‘다 잘될 거야’란 의미입니다.그의 전시회도 하쿠나 마타타!

다양한 세상 일을 접하는 우리도 매 순간 터무니없지만 않다면

긍정 쪽의 생각이 어떨까요?‘하쿠나 마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