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이달 말부터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밝혔지만 커피전문점과 소비자들은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출처=환경부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정부가 커피전문점의 1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커피전문점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커피전문점 직원들은 1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머그잔과 텀블러 등을 권하지 않고 1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커피시장의 성장에 따른 과실만 챙기고 1회용 컵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은 나몰라라 하는 커피전문점과 소비자들의 이기주의와 무관심이 한국을 1회용 컵 사용 중독국가로 만든다. 정부가 지난 10일 1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커피전문점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10% 할인혜택을 주는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커피전문점 "정부 정책 몰라요"

14일 오후 2시.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형 커피전문점 S사의 점포를 방문했다. 정부가 나흘 전 발표한 종합대책에 따라 1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약 한 시간 동안 소비자가 주문한 음료를 어떤 컵으로 내놓는지 관찰해봤다. 그 결과는 놀라왔다. 전체 52잔 중 머그컵에 나온 음료는 단 두 잔 뿐이었다. 개인 텀블러에 나온 음료는 기자 본인을 포함해 3잔에 그쳤다.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 이후 협약을 맺은 업체가 매장 내 합성수지 컵(아이스음료를 시키면 나오는 1회용 컵) 사용에 대한 지도점검을 면제받으려면 일정 조건을 지켜야 한다. 조건 중 하나가 '주문 시 점원이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S사는 주문시 점원이 머그컵을 사용하겠느냐고 전혀 묻지 않았다. 기자가 텀블러 할인에 대해 질문한 뒤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서야 내놓았다. 

또 52잔 중 1잔을 제외한 모든 아이스 음료는 1회용 합성수지컵에 담겨나왔다.

I사에도 문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4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60만잔의 음료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개인컵 사용 자체가 미미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만 확인한 채 돌아나왔다.

커피 소비 증가로 1회용 커피컵 소비도 늘어

1회용 컵 사용은 우리 소비자들의 커피사랑과 맞물려 크게 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무려 61억개를 사용했다. 커피전문점이 아닌 다른 일반 커피판매점의 판매량을 합치면 1회용 컵 사용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커피협회(ICO)의 ‘세계커피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커피를 수입한다. 지난해에는 230만 포대(한 포대에 60kg)를 수입했다. 유럽연합(EU)이 약 4225만 포대로 1위고 , 2위는 미국(2380만 포대), 3위는 일본(790만 포대), 4위는 러시아(460만 포대), 5위는 캐나다(360만 포대), 6위는 알제리(235만 포대) 순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량은 15만9309t으로 2016년(15만3030t)보다 4.1% 증가했다.

커피 1잔을 내리는데 볶은 콩 약 10g 정도가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연간 159억3090만잔을 마신 셈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 약 5177만 명 중 미성년자와 초고령층을 제외한 19세에서 65세 인구인 3590만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43잔에 이른다. 

환경부, 커피전문점 이런 현실 알고 있나

S사의 종로점의 사례가 커피전문점의 전체 사례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점포가 우리나라 대표 상권인 종로구에서도 간판 매장이라는 점에서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보인 행태나 결코 가볍게 봐 넘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환경부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커피전문점 1회용 컵 사용량을 2015년도 61억개에서 2022년 40억개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단 8%(4억8800만개)에 불과한 1회용 컵 재활용률도 5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1회용 컵 조사에 참여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파스쿠찌, 할리스커피 등이 포함됐다. 이 업체들은 대부분 환경부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이 2002년 체결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참여업체는 17개사다.

▲ 기자가 방문한 S사 종로점의  쓰레기통에 1회용 종이 컵이 가득 차 있다. 출처=송현주 인턴기자

대책있어도 홍보 안 돼

기자가 방문한 점포를 보니 자발적 협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점포의 직원들은 이번에 시행되는 텀블러 사용시 판매가의 10% 수준의 가격할인, 컵보증금제 부활, 1회용 컵 전용수거함 설치, 1회용 컵 재질단일화 등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소비자 역시 모르기는 마찬 가지로 보였다.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10년 만에 부활하는 컵보증금제를 알기나 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컵보증금제도는 테이크아웃 컵을 모아 매장으로 가져가 반납하면 먼저 낸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로 2008년 미반환 보증금의 관리 부실로 폐지된 제도다.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9월 서울·경기 권역 24개 프랜차이즈 72개 매장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과거 시행 여부에 대해서 "모른다"는 소비자들이 61.7%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다회용 컵에 대한 안내를 받은 경험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소비자(49.3%)가 안내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사각지대에 놓인 1회용품 

1회용 컵 사용을 줄이거나 재활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환경부에 직접 물어봤다. "1회용 종이컵과 수지컵에 사용되는 '컵홀더'와 비닐이 1회용 컵 입구에 압착된 테이크아웃컵의 재활용 대책은 없냐"고 묻자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대책이 없다"고만 답했다. 

밀폐하기 위해 플라스틱 컵에 비닐을 압착하는 방식의 용기는 칼로 비닐을 제거해도 완벽히 분리가 불가능해 재활용이 힘들다. 그러나 해당 방식의 1회용 컵을 사용하는 '공차'는 2012년 국내에 첫 매장을 낸 뒤 2016년 기준 전국에 390여개 매장을 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용기를 사용하는 공차, 아마스빈과 같은 '버블티' 업계는 아직까지 협약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색과 무늬가 입혀진 일명 '계절 컵'이나 전면 프린팅된 '디자인 컵'도 재활용이 힘들다. 색을 입힌 1회용 종이컵을 재활용하려면 화학약품으로 잉크를 제거해 색깔을 빼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해 추가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2022년까지 1회용 컵 사용량을 35% 줄인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협약부터 커피전문점의 '계절 컵'과 전면 프린팅된 컵 사용을 자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은 늘어만 가는데...이대로 괜찮을까

더욱이 커피전문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7만3706개로 나타났다. 1년 전 7만2310개에서 1396곳이 늘어났다. 

E사 관계자는 "이전달 기준 하루 평균 전음료메뉴군 판매량은 60만잔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고객의 머그컵 사용량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컵 사용 자체가 미미하다"고 답했다. 

지금도 수천잔의 커피가 팔리고 커피를 담은 1회용 컵은 어딘가에 버려지고 있다. 1회용 컵 하나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년에서 100년 이상이다. 우리의 책임감 없는 '커피 사랑'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