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신문, 이른바 ‘영장실질심사’ 절차를 통해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카’ 사진 유포 사건의 피의자인 여성 모델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마포경찰서가 11일 A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신청을 하고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청구를 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지난 1일 홍익대학교 회화과 인체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로 참여한 A씨는 쉬는 시간에 휴식을 취할 자리를 놓고 피해 남성모델 B씨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고, 다툼 이후 홧김에 B씨의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하여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사이트인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이번 사건에 사용한 휴대폰을 한강에 던져 증거를 인멸하는 한편, 워마드 관리자에게는 자신의 IP주소와 로그기록, 활동내역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개인 PC 하드디스크를 확보함과 동시에, 증거인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워마드 관리자에 대한 신원 파악 및 워마드 사이트 상에 올라온 B씨의 나체사진에 대해 악성댓글을 단 워마드 회원 2명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연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 A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같은 ‘몰카’범죄는 사진 등 촬영물이 확보된 상태에서 피의자가 입건되는 경우가 많고, 피의자 역시 대부분 범행을 자백하기 마련이므로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가 구속까지 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영장신청 및 청구로부터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까지 무리 없이 이루어진 것은 A씨가 단순히 ‘몰카’촬영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워마드에 업로드하여 수많은 회원들로 하여금 이를 볼 수 있도록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사건의 중대성), 문제가 된 사진이 보관되어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한강에 던지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점(증거 인멸의 가능성) 등의 구속 요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 A씨에 대한 처벌 수위까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몰카’ 범죄 상당수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과 달리, A씨에 대해서는 최소한 집행유예, 혹은 그 이상의 실형 선고가 예상된다. 만약 A씨가 벌금형이라도 선고받게 받을 경우 A씨에 대해서는 성폭력처벌법 상의 형벌 이외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제16조), 신상정보등록 등의 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는데,(제42조 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상의 범죄는 이른바 친고죄가 아니어서 만약 B씨가 A씨와 합의를 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한다고 하더라도 양형에 참작될 뿐 A씨가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뒤늦게 범행을 자백하였지만, 수사가 시작된 이상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현재 A씨와 함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워마드 관리자의 경우는 A씨의 요청에 따라 A씨의 IP주소와 로그기록, 활동내역 등을 삭제해 증거인멸을 도왔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해당 관리자가 A씨의 요청대로 적극적으로 증거로 인멸했을 경우 워마드 관리자에게는 증거인멸죄(형법 제155조 제1항)가 적용된다. A씨가 워마드에 올린 B씨의 누드 사진에 대하여 비방의 글을 올린 회원들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상의 명예훼손, 또는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해당 범죄는 앞서 살펴 본 다른 범죄와 달리 피해자인 B씨와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수사단계에서는 공소권 없음,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에서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처벌을 면할 수 있다.

A씨가 홧김에 올린 B씨의 누드 사진은 ‘나비효과’처럼 일파만파 우리 사회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다양한 반응과 담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 사건이 어떠한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질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