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정부가 2016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재검토하기 위해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출범시켜 주목을 끌고 있다.드디어 우리나라도 고준위 방상성 폐기물 처분장 마련을 위한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 출범식을 열고 준비단을 앞으로 4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한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준위방폐물은 원자력 발전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ㅈ핵연료폐기물을 말한다.

원자력 발전은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 발전과 달리 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하고 나면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이 남는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후 남는 재와 달리 핵폐기물은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위험하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생명체와 완전히 격리해야 하는 이유다. 

고준위방폐물은 반감기가 수십 년~수만 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 농도가 1그램당 4000베크렐(Bp/g) 이상이며 열 발생률이 세제곱미터당 2킬로와트(kW/㎥)인 핵종을 말한다.

반감기는 방사선 방출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4000Bp/g은 물질 1g당 원자핵이 1초에 4000번 붕괴하는 것을 뜻한다. 고준위방폐물은 2024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돼 관리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 원자력발전소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발생 현황. 단위=드럼(Drum). 출처=에너지정보소통센터
▲ 고리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누적 현황. 단위=드럼(Drum). 출처=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정보소통센터
▲ 한울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누적 현황. 단위=드럼(Drum). 출처=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정보소통센터

고리 원자력발전소 1, 2, 3호기의 저장시설 대비 방사능폐기물 누적 현황은 각각 86%, 84%, 91%다. 한울 원전의 누적현황 1호기 98%, 2호기 90%, 3호기 86%, 4호기 84% 수준이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장갑·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고준위보다 적어 반감기가 몇 시간에서 몇 년인 폐기물이다. 이는 2015년부터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에서 처리하고 있다.

정부는 1983년부터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마련해 방폐물을 처리하려고 준비하고 있지만,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중·저준위시설만 경주에 확보한 실정이다. 

산업부가 2016년 7월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실제 처분조건과 유사한 지하환경에서 처분시스템 성능이 안전하게 구현되는지 실증하는 지하연구시설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고, 10년 동안 처분실증연구를 한 뒤, 2051년까지 처분시설을 운영할 예정이다.

주요국가의 방폐물 영구처분시설 목표 운영 시기는 핀란드 2020년대, 프랑스 2025년, 스웨덴 2030년 초, 독일 2040년, 미국 2048년 등이다. 세계 31개 원전운영국은 원전 내에 습식저장 시설을 운영 중이며, 이 중에서 15개 국가는 원전 내에 건식저장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재처리와 처분을 동시에 하는 국가는 프랑스가 연간 약 2000t, 영국이 연간 약 2400t으로 상업용 재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일본은 연간 약 800t을 재처리 시설을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독일, 캐나다, 스페인, 미국, 루마니아 등 7개국은 방폐물 직접처분정책을 채택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직접처분 부지를 확보해 방폐물이 완전히 안전해질 때까지 보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핀란드는 유일하게 2015년 11월 방폐물영구처분시설 건설허가를 획득했다.

산업부가 출범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은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된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 이행을 위한 것으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한 방식으로 재검토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준비 단계다. 재검토준비단은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재검토한다.

재검토준비단은 한국갈등학회 회장인 은재호 단장과 인문사회 관계자 2명, 법률 관계자 1명, 원전소재지역 관계자 5명, 환경단체 3명, 원자력 관계자 3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원전소재지역 관계자는 경주시청, 기장군청, 영광군청, 울주군청, 울진군청에서 각 1명씩 추천했다.

준비단은 이후 진행할 기본계획 재검토 과정을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큰 틀에서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준비단은 우선 재검토의 목표를 설정하고 재검토 실행기구(재검토위원회) 구성방안, 재검토 항목(의제 선정), 의견수렴 방법 등을 중점 논의하고 산업부에 올해 8월 정책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검토준비단의 정책건의서를 최대한 존중해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고시를 제정하는 등 후속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 정책 방향과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정책에 대한 사회합의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수렴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