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리티지 옥션에서 6억 8천만원대에 낙찰된 파텍필립 Ref. 2526. 출처=헤리티지 옥션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지난 1일 미국 헤리티지 옥션에서 파텍필립 Ref. 2526이 642,500달러에 낙찰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6억 8천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린 이 시계의 정체는 무엇일까? 

파텍필립 Ref. 2526은 시계 수집가들 사이에서 명기로 통한다. 1953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Ref. 2526은 파텍필립 최초의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12-600AT 칼리버를 탑재하고 있다. 시계의 제왕이 선보인 최초의 오토매틱 시계, Ref. 2526은 1950년대 당시 생산된 오토매틱 시계 중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파텍필립 최초의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12-600AT가 탑재돼 있다. 출처=헤리티지 옥션

이미 파텍필립 최초의 오토매틱 시계라는 사실만으로도 매력적인데 Ref. 2526엔 희소성까지 더해져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을 안달 나게 하고 있다. Ref. 2526의 생산 기간은 단 8년이다. 조사에 따르면 약 600점의 시계가 생산됐고, 그중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된 시계는 20점 정도로 추정된다. 플래티넘 케이스를 장착한 Ref. 2526중 에나멜 다이얼을 탑재한 모델은 현재까지 단 5점만 발견된 상황. 거기에 티파니 로고가 새겨진 시계는 이번 헤리티지 옥션에서 6억원대에 낙찰된 Ref. 2526이 유일하다.

▲ 버클 안쪽에 티파니 로고가 새겨져 있다. 출처=헤리티지 옥션

헤리티지 옥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계는 1954년 제작, 1955년 9월 29일 판매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다이얼과 버클 위에 티파니 로고가 새겨진 것으로 보아 티파니 부티크에서 시계를 구매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당시엔 시계 브랜드와 함께 판매 상점의 로고를 시계에 새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플래티넘 소재로 만든 크라운. 출처=헤리티지 옥션
▲ 백 케이스에 새겨진 품질 보증 마크. 출처=헤리티지 옥션

환갑을 훌쩍 넘긴 시계라 치곤 상태가 꽤 훌륭한 편이다. 직경 35.5mm의 플래티넘 케이스 안엔 에나멜 다이얼이 깨끗하게 보존돼 있고 그 위엔 금으로 만든 시침과 분침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3시 방향의 크라운과 벽돌 모양 브레이슬릿 역시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됐고, 백 케이스와 버클엔 각각 품질인증 마크와 티파니 로고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압권은 무브먼트. 백 케이스를 열면 파텍필립 최초의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12-600AT 칼리버가 드러나는데 얼핏 봐도 얼마나 공들여 만든 시계인지 알 수 있다. 무브먼트 위에 새겨진 각종 장식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허투루 만들지 않는 파텍필립의 장인 정신이 엿보인다.

지난 1일 세계에서 제일 비싼 Ref. 2526이 탄생하기 전 가장 비쌌던 Ref. 2526은 2013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3억원대에 낙찰된 모델이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같은 소재의 브레이슬릿, 블랙 래커 다이얼과 다이아몬드 인덱스를 장착한 시계로 독특한 조합 덕에 시계 수집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5년 만에 플래티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에나멜 다이얼과 티파니 로고가 박힌 Ref. 2526에게 왕좌를 물려주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Ref. 2526의 왕좌에 오를 다음 주자는 어떻게 생긴 시계일까?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아시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