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위반 이슈를 둘러싼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감원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확보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일 1년에 걸친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를 발표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발송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 해인 지난 2015년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단숨이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국계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201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49.9%를 확보하기 위해 콜옵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사를 밝힌 뒤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종속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다고 판단될 경우 관계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고의적으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나 실익이 없다”며 “국내 3대 회계법인과 6명의 국내 회계 전문가로부터 적정성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도 물러나지 않았다. 금감원 회계조사국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감리위원회에 참석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근거자료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감리위에서 논의될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 의사가 있었냐는 것과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측정이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우선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의사가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코스피 상장을 위한 일회성 순이익을 내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셈이 된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준비돼 있고 감리위에서 밝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황상 그 증거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젠은 지난 2015년 7월 콜옵션 행사 의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전달하면서 바이오시밀러 판권 취득을 전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의 판권을 주지 않으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측정이 적절했냐는 의구심도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현금흐름할인모형(DCF)으로 측정했다. DCF는 기업의 미래수익을 반영해 가치를 측정한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출 240억원 순손실 1600억원 수준이었지만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익으로 계산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매출 200억원대 회사에 대해 기업가치 5조원을 부여한 것은 2016년 감사보고서 공개에서도 논란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한국과 유럽 등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이 떨어져 기업가치가 급상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측정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점인 2015년 초 측정됐다고 반박했다. 제품 승인 이전에 가치측정이 됐기 때문에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을 논의하는 감리위원회는 오는 17일 열린다. 감리위는 재판 방식의 대심제로 진행된다. 이 회의 결과와 오는 23일로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검찰 고발, 60억원의 과징금 등 역대 최고 수위의 징계안건을 금융위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