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주류업체 소주 제품. 라벨과 뚜껑을 제외하면 모두 같은 병이다.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소주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신비의 ‘회복 물약’이다. 우울할 때 마시면 기분이 나아지고, 기쁠 때 마시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소주는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팍팍한 삶을 달래주는 음료다. 최근 주류업체 무학이 초록색 병에 담은 제품을 내놓았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제품의 소주병은 초록색으로 통일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게 됐다. 그런데, 왜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병의 색은 왜 모두 초록빛에다가 병 모양도 모두 같을까? 

무학,  초록색병 '좋은데이'출시

알코올 도수 16.9도 소주 ‘좋은데이’로 순한 소주 시장을 개척한 무학이 좋은데이를 새롭게 단장해 선보였다.

무학이 새롭게 선보인 좋은데이는 기존 16.9도는 유지하면서 맛과 목넘김은 이전 제품보다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특히 소주의 단맛을 내는 당류를 건강 원료로 교체했다. 여기에 72시간 산소숙성으로 더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 병도 초록색이다. 

이종수 무학 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좋은데이에도 변화를 추구했다”면서 “새로운 좋은데이의 부드러움으로 소비자들의 술자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들 것”이라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무학은 순한소주 16.9도 좋은데이를 주력 상품으로 하고 높은 도수 19도 소주 ‘화이트’,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15.9도 ‘좋은데이 1929’ 등 제품군을 갖추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도수를 15도대로 낮춘 '좋은데이 1929'의 1929는 무학의 창업년도 1929년을 의미한다. 

두산경월이 초록색 병의 원조

시판되는 소주병의 색이 초록색이 된 것은 1994년 이후다. 그 이전까지 대부분의 소주는 투명해서 속이 훤히 보이는 병이나 푸르스름한 병에 담겨있었다. 초록색 병 소주의 원조는 두산경월의 1994년 1월부터 판매된 ‘그린소주’다. 두산경월은 두산그룹이 1993년 강원도 지역의 주류업체 경월㈜을 인수하면서 출번한 회사다.  

주로 강원지역에서만 판매된 두산경월의 소주는 1994년 1월 서울·수도권 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그린소주’를 선보인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녹색 병의 그린소주는 대히트를 쳤고 당시 업계 1위 진로의 진로소주의 점유율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후 진로소주도 참(眞)이슬(露)로 이름을 바꾸면서 병 색깔을 초록색으로 바꾼다. 두산의 그린소주는 이후 롯데에 인수되면서 ‘처음처럼’이 된다. 

▲ 초록생 병 소주의 시작. 그린소주.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재활용 위한 소주업계 합의로 초록색으로 통일

소주병의 색이 모두 초록색으로 바뀐 이후, 각 업체들은 자사를 상징하는 로고를 음각(陰刻)으로 새겨 제품을 구분했다. 이 시기에 각 업체는 병 재활용을 위해 빈병을 수거했는데, 병 색깔이 모두 같다보니 소주에 새겨진 음각과 브랜드 라벨이 달라지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라벨 스티커는 참이슬인데 음각은 ‘무학’이 새겨져 있어 가짜소주로 신고 되는 일들도 있었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소주병의 음각과 브랜드 라벨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병을 새롭게 생산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음각이 없는 빈병을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하이트진로·롯데주류·무학 등 주력 소주 제품이 초록색 병인 주요 주류업체들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소주병을 회수해 세척해서 재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