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TechCrun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본 기사는 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을 전문 게재한 것임>

수세기 동안 인간은 힘든 육체노동과 머리 쓸 필요 없는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판단, 전략적 기획, 창의력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많은 암기 인지 작업들을 수행함으로써 그 진보를 계속한다.

수백만 건의 법률 문서를 검색하는 일이든, CT 스캔을 면밀히 조사하는 일이든, 이제 기계는 자신을 만든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문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은, 자신의 지식을 생성하는 머신 러닝 기술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코드 덕분에, 새롭고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를 능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은 계속 이들을 ‘운영’(Management)하는 위치로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인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우리도 계속 발전하기 때문이다.

내가 1997년 IBM 슈퍼컴퓨터인 ‘딥 블루’(Deep Blue)에게 패한 것은, 기계가 인간에게 승리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인간 창조자와 인류의 승리였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만든 통찰력은 망원경이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주는 것처럼, 우리의 지능을 확장함으로써 우리의 통찰력에 더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함축된 의미를 인식하고 혼자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에 그렇게 가까이 와있지 않다. 우리가 만든 기계가 비록 점점 더 정교한 작업을 마스터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런 기계들의 능력과 목적 등 모든 측면을 정의하려면 아직 전적으로 우리에게 의존해야 한다.

우리의 낡은 어휘가 우리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설탕과 인공 감미료의 관계처럼 ‘인공지능’이 우리 자신의 부자연스런 경쟁자처럼 들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증강된 지능’으로 간주해야 한다. 과거에 도르래에서 유압으로, 그리고 범선에서 로켓선으로 발전하며 기술이 우리를 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만들어 주었던 것처럼, 지능적인 기계는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맨 처음부터 기계가 우리에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계는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식을 계속 만들어 낸다. 딸이나 아들에게 체스를 가르치는 아버지처럼 지식을 실용적인 지혜로 바꾸는 패턴을 알려주면서, 상대를 이기게 하고 장기 말(Chess Piece)의 움직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체스 프로그램을 상상해 보라.

어쩌면 그날은 가까이 와 있는지도 모른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인공지능 사업부인 ‘딥마인드’(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작년 12월,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최신 체스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알파제로’(AlphaZero)라는 이 프로젝트는 규칙을 초월한 체스 지식이 없는 일반적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이다. ‘알파제로’는 혼자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한 후에, 게임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기존의 인간 지식으로 프로그래밍된 강력한 프로그램을 무너뜨렸다.

‘알파제로’의 승리는 장기 말의 움직임에 관한 어떤 공개된 라이브러리 없이, 장기 말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인간의 입력이 전혀 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독특한 프로그램이 자체의 지식을 만들었고 사상 최강의 체스 게임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인간의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프로그래밍과 프로세서의 발전은 인공지능도 점진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다가 ‘알파제로’ 같은 급진적 도약이 나온 것이다. 머신러닝 모델이 암 검진, 자산 관리, 법 집행 및 교육과 같은 분야로 이동함에 따라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약간 부풀려 말한다면 ‘알파제로’는 컴퓨터 과학이 그동안 인간 장인에게서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든 체스 지식을 불과 4시간 만에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인공지능이 주는 진정한 약속은, 단지 좋은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시를 엄청난 속도로 그대로 처리하는 대신, 처음부터 독자적인 지침을 만들고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다. 수백만 번의 인간 게임을 분석해 최상의 게임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데이터를 스스로 생성해 실제 세계에 적용되는 규칙을 찾는 것이다. 이런 기계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뛰어 넘어 “왜 해야 하는가”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로봇 공학이나 기계 지능이 눈부신 발전을 거둘 때마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온다.

“우리 (인간) 시대는 이제 다 끝났어!”

그러나 이런 기계들이 인간을 사냥하는 터미네이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 지능과 움직임의 자동화가 결코 자유 의지나 킬러 본능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조바심은 그만두자. 우리 대부분은 살면서 기술에 대해 불평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악용하는지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악의적 능력은 기계가 아니라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기능의 로봇을 두려워하는 것은,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나 운전자가 없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는 “Deep Thinking: Where Machine Intelligence Ends and Human Creativity Begins”(한국어판 - 딥 씽킹: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위대함은 어디서 오는가?)을 썼으며, 체코 바이러스 백신 공급 업체인 애버스트 소프트웨어(Avast Software)의 보안 대사, 네덜란드의 ‘책임 있는 로봇 연구 재단’(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의 최고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