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시작되고, 1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것임에는 분명하다. 일단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조차 어렵고, 이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정답인지도 모른 채 뭐라도 해야 한다. 그게 조직이 바라는 바이고, 그래서 오늘도 늘 바쁘다.

바쁘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생각보다 성과지향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의 완성도가 속도와 방향에 달려 있다고 보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철저히 방향보다는 속도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할 겨를도 없이, 우선 답을 찾아 실행하기에 바쁘다. 또한 그걸 최고의 성과라고 칭한다. 문제가 나지 않도록 잘 정리해 놓은 사람보다, 발생한 문제를 잘 해결한 사람이 더욱 높은 성과자라 평가한다.

누군가가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그걸 누군가가 받아서 다시 또 내리고, 그걸 수행하는 이가 명령을 내린 이에게 적절한 응답을 하고, 그걸 다시 또 올리는 구조만 보면 무언가 일이 완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일이 되어간다기보다 일을 해도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고, 때에 따라서는 타이밍까지 놓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멈추지 못한다. 멈추면 큰 일이 나는 줄 안다. 조직뿐 아니라 조직 안의 개인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여러 직무를 맡고, 그 일들을 한꺼번에 우선순위도 없이 하면서, 어떻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가 갖추어야 할 ‘일에 대한 태도’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아서 하지 않는 것도 성과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 일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원하는 목표로 생각대로 도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특정 목표를 택하고, 목표에 적합하도록 자신의 Boundary를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학생이 평소에 하는 일이 공부라면, 직장인에게는 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일하는 경험으로 충분히 공부가 된다고?! 그랬다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이가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공부는 그럴지 모르지만, 적어도 일은 아니다.

일, 그리고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그 노력 속에 일과 가까운 다양한 경험과 이를 내재화 또는 사유화하기 위한 적절한 자극과 쉼이 필요하다. 당장 발 밑에 떨어진 일을 이전보다 빨리 하기 위해, 이른바 ‘숙련가’가 되기 위한 스킬과 테크닉을 다듬는 시간은 일을 맡은 초기면 충분하다. 말 그대로 ‘장인’이 되려고 하지 않고 관리자 혹은 전문가로 성장하려 한다면, 손과 발이 바쁜 사람보다는 ‘머리’가 바쁜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구조와 과정을 시장 속 고객에 맞춰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 그리고 조직의 가능성이나 깜냥을 높여가는 것이다.

당연히 ‘일만 해서는’ 그러기 쉽지 않다. 중간에 잠시 멈추고,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해 되돌아보거나, 앞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며칠을 휴가를 쓸 정도로 긴 시간이 필요할까?! 절대 아니다. 고작 30분에서 1시간이다. 적어도 그 시간 동안은 멍이든, 사색이든, 피정이든 간에 될 수 있는 한 잠시 동안 멈춰봐야 한다. 그래야만 보인다. 무엇이 진짜 문제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하며,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팔로우 업 활동이 있어야만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지 정리할 수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제도화하거나 실제 일하는 문화 속에 심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부 사무직에 국한될 수 있지만 업무 집중 시간을 두는 것도, 점차 자율 출퇴근제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도 각자가 자율적으로 일하는 구조와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그 안에서 조직과 해당 담당자가 바라는 성과를 얻기 위한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들이 Cell 단위 혹은 아메바 형태로 바꾸는 것에도, 그동안 시스템으로서 일하지 못한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이른바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라는 전략에서 ‘가려면 제대로 가야지’라는 전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결국 업무상의 합리성이 가중되고 있다. 구조와 시스템에서 결제 라인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권한 위임으로 현장을 더욱 중요시하며, 속도와 방향을 이전보다 개선해 과정 중심의 유의미한 성과물을 내고, 실패를 벗삼아 더 나은 결과를 내도록 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당연히 여러 일을 한 번에 해야 하는 현장에서 각각의 일의 연결고리와 체계를 고려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마음이 녹록하지 않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생각에만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직스쿨에서 조직과 개인들에게 주는 처방은 크게 두 종류다. 무언가를 새롭게 하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는 ‘포기하는 것’이다. 의외로 가지는 것 보다 포기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단 포기도 타인이 아닌 가지고 있는 목표를 정리하고, 그에 따른 내적 동기를 자극해 자신이 바라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먼저 하는 것이다.

이때 대부분 목적과 목표가 뚜렷하게 되고, 자신이 바라는 본질이 만들어지면 우선 출발하려고 한다.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걸 하면서 빠르게 그 목표를 검증하는 과정에 돌입하려고 든다. 코뿔소 같이 말이다.

하지만 우선 버려야 한다. 버려야만 또 다시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쉼 또는 멈춤이 필요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굳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을 내려놔야 한다. 당연히 조직은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와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으로, 개인은 원하는 삶의 행복을 위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그들이 바라는 미래와 바라는 행복을 위해서는 분명 나름의 교통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너무 많이 가지려 했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가져야만 했으며,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신을 남들과 비슷하도록 꾸미고, 다르도록 훈련해야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이제는 잠시 멈추고 앞과 뒤를 되돌아 볼 때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