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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고가 요금제에 있어"가계통신비 전략의 충돌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5.12  14:00:00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가계통신비 인하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복마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핵심은 통신사의 고가 요금제 유인 정책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1일 보편 요금제가 격론 끝에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통신 요금제 전반을 둘러싼 논의가 확장될 전망이다.

국내 통신업계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된 후 현 정부의 기본료 폐지 정책은 동력을 상실했으나, 25% 약정할인 적용, 단말기 완전자급제 대상이 넓어지는 등 다양한 가계통신비 인하 시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통신비 원가 공개 압박이 심해지는 현재 통신사의 불만도 커지고 있으나, 진짜 문제의 핵심은 통신사의 고가요금제 유도에 있다는 지적이다.

   
▲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가계통신비 잡아라"
문재인 정부는 당초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기본료 폐지로 풀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통신사의 반발이 심해지자 2G와 3G, LTE 가입자 일부를 대상으로 기본료 폐지를 추진하면서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 데이터 요금제 혜택 강화로 선회했다. 기본료 폐지 대상을 다수 가입자로 유치하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반대하는 등 논란이 있었으나 가계통신비 인하의 핵심 전략을 25% 약정할인율 적용으로 삼아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통신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점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25% 약정할인율 인상, 65세 이상 1만1000원 할인 등의 정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통신사의 가계통신비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며 "이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의 논의는 크게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 적용이 골자로 가계통신비 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큰 기대를 받았던 협의회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월22일 마지막 회의를 끝냈다. 협의회가 단말기와 서비스 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유심전용요금제, 온라인가입자 추가할인을 끌어내는 한편 삼성전자가 갤럭시S9에 첫 단말기 완전자급제 적용을 결정하는 등 성과는 있었으나, 핵심인 보편요금제 도입에서는 각자의 이견이 너무 컸다. 통신사들은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 주장했고, 정부는 보편요금제가 가계통신비 인하 전략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버리지 않았다. 이후 통신사들은 연이어 요금제를 개편해 '보편요금제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당시, 의외의 변수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대립이 극에 달할 때 벌어진 '두 가지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통신비 원가 공개 결정이다. 대법원 1부는 지난달 12일 참여연대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근거자료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참여연대가 2011년 통신사를 대상으로 통신요금 원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소송을 낸 후 7년 만의 일이다. 통신사들은 일단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통신비 원가 공개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시민단체는 “대법원 판결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과 민생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국민의 알권리 등이 통신사업자의 영업비밀보다 우선한다는 원칙, 통신사에 대한 국가의 감독규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추켜세웠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의 2G, 3G 통신요금 원가 정보공개 결정 후 여세를 몰아 4G LTE 요금원가도 공개하라는 압박에도 나서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추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기정통부에 LTE 요금제 데이터 전용 요금제 원가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통신사의 영업비밀의 자유보다 이동통신서비스의 공공성,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만큼 이번에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핀란드 컨설팅 업체 리휠의 자료다. 리휠이 각국의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제를 비교해 발표한 가운데, 41개 나라 중 한국이 2번째로 데이터 요금이 비싸다는 결과를 내놨다. 실제로 리휠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4G 가격 책정 현황을 보면 41개 나라 중 한국은 2번째로 데이터 요금제가 비싸며, 데이터 1GB 사용에 13.9유로(약 1만7900원)인 것으로 8일 확인된다. 핀란드가 0.2유로(약 25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고가다. 30유로(약 3만8000원)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데이터를 1GB만 사용할 수 있으나 유럽에서는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통신사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리휠은 핀란드를 비롯해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1000분의 음성통화 요금제를 기준으로 삼았으나 한국은 일찍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하며 음성통화가 아닌,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변신을 시도한 바 있다. 리휠의 주장 기본인 가이드 라인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은 알뜰폰 사업자도 스마트폰 요금제 평균에 포함시켰으나 한국은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특수성도 고려하지 않았고 25% 약정할인율도 반영되지 않았다. 리휠이 유럽 통신요금의 저렴함을 강조하기 위해 악의적인 편집을 시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리휠은 지난해 12월에도 비슷한 자료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리휠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SP 요금제의 경우 4G LTE 데이터 1GB 당 가격은 한국이 13.4유로(약 1만7300원)로 41개국 가운데 가장 비쌌고, 캐나다가 12.1유로로 2위, 미국은 9.6유로 6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5.7유로로 10위, 독일 5유로로 13위를 차해 OECD 평균 3.3유로보다 높은 국가는 총 19개로 확인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리휠의 조사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인 핀란드 0.3유로(약 380원)보다 45배 비싼 것이다. 그러나 국내 통신업계는 “리휠의 요금제 조사는 한국의 요금 체계를 파악하지 않은채 단순 비교해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통화 1000분 기준 요금제 비교 자료에서 국내에는 다양한 요금제가 있는데 한국 자료는 2만9900원 요금제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문제는 고가 요금제?
가계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신경전이 극에 달했을 무렵 등장한 통신비 원가 공개 판결, 리휠의 요금제 비교 자료는 모두 통신사에 불리한 자료들이다. 역으로 가계통신비 인하에 힘을 더해주는 논리가 된다는 평가다. 다만 리휠의 자료는 지나치게 악의적인 편집이라는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도 충분하다. 약정할인율 25% 적용에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정착하기 시작한 상태에서 리휠은 한국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고려하지 않은 자료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이 외국과 비교해 고가라는 지적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지나친 고가 요금제 유도 의혹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고가 요금제는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범인 만큼, 통신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이를 통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리휠의 자료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리휠에 따르면 국내 통신요금 중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11개국 중 가장 심한 편이다. 실제로 보편적인 요금제인 6만6000원대 요금제를 보면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 제공량은 최대 74GB에 달하지만, 3만3000원대 요금제는 300MB에 불과하다. 가격 차이는 2배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252배다. 데이터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통신사들이 최저 요금제 데이터 기준을 300MB로 고수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가입자들을 고가 요금제로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LG유플러스가 3월21일 U+프로야구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데 이어 19일 U+골프까지 출시한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날씨가 풀리며 프로 스포츠의 계절이 찾아왔고, 이에 맞춰 다양한 모바일 사용자 경험을 꾸리는 장면으로 보이지만 이는 일차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더 내밀하게 들어가면 데이터 소비에 대한 통신사의 노림수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8만8000원의 고가요금제인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후 모바일 플랫폼 역량을 키우며 가입자들을 8만8000원 요금제로 강력하게 유인하는 중이다. 고가 요금제 마케팅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돈을 조금 더 내면, 엄청난 데이터 혜택을 주는 한편 모바일 플랫폼 환경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가계통신비 상승 전략이 '고가 요금제 유혹'으로 귀결되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물론 통신사들의 고가 요금제 유혹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국내 모바일 트래픽이 상승한다는 것은 결국 고가 요금제에 대한 가입자들의 '니즈'가 있다는 뜻이며, 통신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가 11일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속도를 낸 이상, 통신사들의 고가 요금제 도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GB를 제공하는 2만원대의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저가요금제를 선택하는 가입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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