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검찰이 11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국내 1위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업비트가 가상통화를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전산상으로 마치 있는 것으로 꾸려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다. 검찰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이석우 대표도 이러한 행위에 가담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최근 업비트가 미국 가상화폐 블록체인 전문 분석기업 체인널리시스와 제휴를 맺고 가상화폐 불법자금 추적을 위한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 솔루션’을 도입하는 한편, 글로벌 블록체인 전문 연구소 ​​'람다(lambda)256' 의 신임연구 소장에 박재현 블록체인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업계를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충격이다.

이번 업비트 압수수색은 지난 3월 있었던 코인네스트 사건과 결이 다르다. 코인네스트는 법인 계좌에 들어있던 자금을 대표나 임원 등의 계좌로 이체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이번 압수수색은 업비트의 '특이한 방식'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미국의 가상통화 거래소 비트렉스와 연동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다수의 코인을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선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검찰의 업비트 압수수색으로 이석우 대표의 수사기관 잔혹사도 새삼 조명받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의 ICT 경영자지만, 유독 수사기관과 악연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 다음 카카오 합병 당시 최세훈, 이세훈 공동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이 대표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IBM 사내 변호사, NHN 미국법인 대표를 역임하고 2011년 카카오에 합류해 같은해 11월 카카오 공동대표에 올랐다.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을 주도했고 최세훈 대표와 함께 다음카카오를 이끌었다.

검찰과 악연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이 카카오톡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이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탈 카카오'에 따른 '텔레그램 망명'이 벌어지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으나 검찰과 날을 세우며 대립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일로 여겨졌다.

경찰은 2014년 12월 이 대표를 전격 소환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의 여파가 여전한 상태에서 이 대표가 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대표가 다음과 카카오 합병 전 카카오 대표였던 당시 SNS인‘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대표의 전격 소환이 이뤄짐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일종의 보복성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 대표는 2015년 11월 카카오를 떠났다.

이후 이 대표는 중앙일보 조인스 대표를 역임한 후 지난해 12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대표로 ICT 업계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수사기관 잔혹사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은둔의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외부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 거리를 두는 반면, 이석우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거짓말처럼 자주 벌어진다"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